당신이 있어 고맙습니다 이철수의 나뭇잎 편지 5
이철수 지음 / 삼인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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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어김없이 나뭇잎 편지를 우리에게 부쳐주었다. 우리를 찾아와준, 당신, '이철수'가 있어 참말로 고마웠다. 말 많고 탈 많았던 2009년 한 해를 뒤돌아보며, 곱씨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철수의 그림(판화)는 참으로 알 수 없는 매력을 지녔다. 미쳐 보지 못한 세상에 올바른 기준이 되어주고 우리들의 아픈 곳을 살살 어루만져 주고, 외면했던 현실은 온몸으로 느끼게 해주는 마력에, 끊없이 중독성 바이러스를 살포하고 있다.

 

출판사 '삼인'에서 출간된 '이철수의 나뭇잎 편지'라는 부제가 붙은 책 네 권을 찾을 수 있었다. 내가 실제 만나본 책은 지난 해, <있는 그대로가 아름답습니다>라는 책이었다. 표지의 느낌이며, '이철수'란 이름만으로도 호기심을 자극하더니, 올해, 책을 보자마자 들썩들썩, 손이 먼저 뻗었다. 그리고 단숨에 읽기가 조심스럽게, 차근히, 한 글자 한 글자 제 마음의 구석구석을 염탐하듯, 살뜰히 보살피는 손길을 뻗는 기분으로 책과 만낫다.

 

'악의 축'보다 '자본의 축'이 더욱 무섭다며, 자본의 축이 끊없이 흔들리던 한 해, 속도의 무게에 지친 우리들에게 다사로운 말을 건네주었다. 욕망하는 사회, 소비 미덕의 사회에서 숨 쉴 수 있는 작은 숨구멍을 찾아, 마음의 여유를 누릴 수 있었다. 별 것 아닌, 그의 안부를 묻는 다정한 말 한 마디에 싸늘하기만 하던 온몸에 온기가 감도는 것 같다. 미국 거대 자동차 기업들을 공룡에 비유하기도 하고, 시민 사회 단체의 횡령, 포적 수사, 사정, 운하, 미네르바 등 경제 사회에 날썬 칼날을 살짝 보이기만 했는데, 매섭다.  나라의 큰 어른들(김수환 추기경, 김대중 대통령)의 영결과, 스스로 부엉이 바위 아니, 대중의 마음에 몸을 던지 한 사내에게서 여지 없이 눈물 젖은 희망을 보았다며, 아픔을 토로하고 있었다. 별 하나를 두고도 용기 잃지 말라 당부하는 세심함, 시대의 아리고 시린 구석구석을 담담하지만 뜨거운 애정으로 이야기 들려주었다. 유모차 지팡이를 끄는 어느 이웃 할머니의 그려내다가, 유모차 촛불 수사로 글마무리를 하고, 노동절 우편 배달을 보고, 비정규직의 안타까움을 토로하고 있어, 권력의 몰인정, 현실의 부조리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자연을 벗삼아 농사 짓고, 판화를 새기면 어느 외진 곳에 살면서도, 세상을 두루 살피는 매서운 눈을 지닌 채, 철철 넘치는 다사로움을 옴팡지게 느낄 수 있었다. 철저한 약육강식의 경쟁 속에서도, 나름의 살아갈 방도를 넌지시 일러주며, 포근히 안아주었다. 이토록 시린 겨울, 훈훈함 속, 소소한 작은 것의 소중함에 철없던 나를 뒤돌아보고, 마음의 여유가 한 자락 자란 느낌, 정말 정말 예쁘고 고마운 책 <당신이 있어 고맙습니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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