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새
후안 에슬라바 갈란 지음, 조영실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처음에는 '노새 수송병'이란 흥미로운 소재가 눈길을 끌었다. 표지 속에서 웃는빛이 아주 유쾌한 노새를 보면서, 나름 많은 상상을 하면서 기대에 부풀었다. 두번째는 '스페인'소설이라 더욱 흥미를 끌었다. 물론 구지 '스페인'일 이유는 없었다. 그냥 기존에 만나지 못하는 나라-영미소설, 일본소설이 아주 따분한 것은 아니지만, 솔직히 조금 시들해진다할까-의 이야기가 궁금했을 뿐이다. 

 

전쟁의 한복판(스페인 내전, 1936년 7월 17일부터 1939년 4월 1일까지) 노새 수송병 '카스트로'는 우연히 발견한 노새에게 '발렌티나'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전쟁 이후의 삶을 꿈꾼다. 단순한 노새가 아닌 희망과 꿈의 상징! 이야기는 노새를 발견하기 시작하면서 전쟁이 끝나는 상황까지 전개된다. 1년이 조금 못되는 전쟁 속, 사랑과 우정, 사상에 대해 담담하게 이야기한다. 절대 직접적으로 이야기하지 않는다. 글을 처음부터 끝까지 수평으로 무한이 질주하듯, 커다란 기복을 느끼지 못했다. 그가 다른 수송병들과 함께 무도회에 다녀와 '콘차'를 만나고, 사랑을 키워나간다. 그리고 전혀 다른 사상을 지닌 옛친구 '추리'를 만나, 그간의 오해를 풀기도 하였다. 전쟁의 막바지, 공화군(빨갱이)의 진격이 한창일 때, 발렌티나를 찾아나섰다가 예기치 못한 일로, 국가적 영웅으로 등극하기도 하는 '카스트로' 과연 노새 '발렌티나'와 함께 돌아갈 수 있을까? 호기심을 갖게 되는 책이다.

 

발렌티나야.... 이 노새는 아무것도 얻은 게 없는 이 전쟁에서 얻은 유일한 것이었다. 무엇보다 애정을 담아 돌보았고, 라 킨테리아에 데려간다는 상상을 한없이 했었다. 전쟁이 끝나고 그가 늘씬한 모습으로 제목을 입고 나타나면 어머니와 누이들이 달려나와 눈물 흘리며 그를 부둥켜안는 장면을 상상한다. 한편 아버지는 자그마한 집 문간에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다가 노새를 보면 이렇게 말하시겟지. "우리한데 아주 쓸모가 있겠구나, 얘야." 그러면서 아들을 자랑스러워할 것이다. (185-186)

 

<노새>는 스페인 내전을 다루고 있다. 정찰기가 하늘 위를 날고, , 때론 총격이 오가면서 '생명'의 위협을 느끼지만, 그 속에 연인에 대한 사랑과 가족에 대한 그리움 등이 묻어나고 있다. 특히, 담배와 담배말이 종이를 교환하기 위해 어느 수녀원에서 양진영의 병사들이 모일 때, 카스트로가 추리를 만날 수 있었고, 그간의 오해(사상, 이념적 대립)도 풀고 가족의 안부도 챙기는 장면과 카스트로가 9명의 포로는 잡는 상황과 베나비데스 기자에 의해 국민적 영웅이 되는 장면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전쟁이라는 긴박함 상황 속에서 특별한 긴장감을 조성하지 않고 담담하게 전개된다. 이념, 전쟁의 무의미함과 더없음, 거짓과 위선으로 무장한 틈바구니 속에서 오히려 투박하고 성실한, 카스트로가 빛난다고 할까! 소박함 한 줄기 희망을 안고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뭍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솔직히 기대했던 것만큼 유쾌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혼란의 연속이랄까? 모순과 모순이 엉켜있어, 어디서부터 실마리를 찾아야 할지 안절부절하였다. 이것이 바로 '전쟁'의 본질 아닐까?

스페인의 역사나 내전에 대한 지식이 부족해, 책이 담고 있는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란 핑계로 위안을 삼아본다. 그리고 '스페인 내전'에 대해 인터넷을 뒤지면서 문득, 어떤 장면들이 떠오르면서, '스페인'에 대한 호기심이 발동하려는듯, 시동을 거는 소리가 들려온다. 또한 2010년 개봉될 예정인 영화를 기대해본다.

 

용기를 치하한다는 생각이 들 때면 그는 약간 부끄러웠다. '발렌티나야, 너는 알지? 도대체 일이 어떻게 된 건지를 말이야. 용기라는 것에 대해 말하자면 말이지, 나는 용감한 건 전혀 없었어. 그냥 총격이 벌어지는 한가운데로 너를 찾으로 갔을 뿐이야. 그런데 윗분들이 이렇게 하기를 원하시는데 난들 어떠겠지. 여기서는 그냥 입다물고 있어야만 해. 명령하는 사람만 명령을 내릴 수 있는 거야. 차토가 말한 대로라면 '탄약은 대포에'인 셈이지....(25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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