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도 여자를 모른다 - 이외수의 소통법
이외수 지음, 정태련 그림 / 해냄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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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수' 그는 나의 '기피 대상 작가 1호'쯤에 속한다. 그의 이야기, 삶을 티브이로 만나면서도 그의 책은 멀리하고 싶었다. 책으로 그럴 만나는 것이 왠지 겁이 났다. 그냥 되도록이면 멀리, 최대한 멀리하고픈 심정이었다. 하지만 결국 무릎을 꿇고 말았다. 굴욕적일까? 아니다. 도망다녔던 시간들이 아쉬울 뿐이다. 첫 느낌은 유쾌, 통쾌, 상쾌함이었다. 기존의 그의 작품을 만난 적이 없기에 그의 작품 세계는 모른다. 하지만, 내 코드에 적절하게 맞는 책 <여자도 여자를 모른다>였다.

 

203개의 단상들로 꾸며져 있다. 하나하나 기발함과 재치에 'ㅋㅋ' 절로 웃게 된다. 집 근처 작은 도서관의 책장에서 불현듯, <여자는 여자를 모른다>가 발광을 했다. 그리고 자연스레 집어 들고, 몇 발작 떨어지지 않은 채로 읽어내렸다. 혼자 크크거리다, 동생에게 "이거, 재밌네"가 나의 첫마디였다. 그리나 글 곳곳에서 묵직하게 가슴을 치는 한 마디, 절절한 울림의 소리도 들었다.

 

'여자'에 대한 담론이 글의 첫 시작이다. 가장 난해한 생명체라며, 어떤 공식을 제시하는데 기가 막힜다. 여자를 나타내는 공식이라는데, 도무지 나도 모르겠더라~ 때론 미쳐 몰랐던, 모호했던 그 심리들이 한 순간에 '뻥'하고 뚫리는 느낌, 핵심을 정확하게 찌르는 이야기에 깜짝 놀랐다. "여자는 여자도 모른다"하면서, 정작 '이외수' 자신은 아주 꿰뚫고 있는 것이 아닌가! 우주 만물을 창조하신, 과묵한 성품의 하나님만이 아실 일이라 하더니, 자신을 명쾌하고 풀어헤치고 있더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마디 덧붙인다. "여자는 결코 알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부디 탐구하지 말고 그저 모르는 상태로 무조건 사랑하라" (10)

 

단순한 '여자'에 대한 담론만은 아니다. 음식문화('먹는다'의 다양한 표현이 흥미로웠다)를 시작으로 사랑, 결혼(결혼을 군대에 비유하고, 탈영, 야간 산악행군과의 비유도 재밌다), 교육, 종교, 우정, 정치 등등의 이야기도 하면서, 세태-된장녀, 된장남, 찌질남, 가화가 만발하는 시대의 가식적 사랑, 외모지상주의, 황금만능주의, 자살, 젊은이들의 패배주의-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도 곁들이고 있다. 다양한 속물근성에 대한 적절한 비유로 유쾌하고 정곡을 찌른다. 그런데 날카로움 속에서 이내 부드러움을 느낄 수 있다. 아리긴 한데, 참을만하다. 그것은 바로, 아름다운 야생화와 끊임없는 "사랑하라"란 그의 외침 때문일 것이다. '정태련'이 그린 예쁜, 아니 아름다운 야생화에 취해, 쓰라림을 씻을 수가 있었다. 야생화의 은은한 향이 베어 나오는 듯, 연신 코를 '킁킁'거리며, 취하고 취했다. 그래서 아픔은 잊고 즐거운 시간들로 기억된다.

 

산골 오지에 살면서, 은둔(과연 그럴까?)의 작가 '이외수'의 남달은 소통의 이야기였다. 젋은 세대와의 소통의 의미도 있겠지만, 전 우주 만물과의 소통이었을 것이다. 삶 속에 녹아있는 그만의 언어로 이야기하는데, 왜이리 공감되고 재밌는지~ 일단, 별 생각없이 읽어도 무방하겠다. 글 속에 담긴 그 깊은 의미에 닿기 위해 골머리 썩히지 말고(실은 그렇게 골머리 썩을 일도 없다), 그냥 우스겟소리같은 이야기에 빠져 즐거운 시간, 유쾌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것만으로 고마운 책이다. 물론 버스를 타고 오가면서 가볍게 일기도 하고, 휴일 낮 뒹굴거리면서 읽기도 하였다. 그런데 뭔가 아쉬움에 차근히 다시 또 읽었다. 그와의 소통이 아주 즐거웠다. 당분간의 그의 이야기에 묻히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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