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도 없이 어디로 날아갔나 - 정약용, 김려 서사시 샘깊은 오늘고전 11
정약용·김려 원작, 김이은 지음, 이부록 그림 / 알마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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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깊은 오늘고전' 11번 째 이야기 <날개도 없이 어디로 날아갔나>는 '조선 시대'에 쓰여진 여성과 평등, 인권에 대한 이야기라는 소개에 솔낏하였다. 특히 여성의 삶을 노래하고 있다는 점에서 희귀성마저 느껴지면서, 과연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지 호기심을 가질 수 밖에 없었다.

 

수많은 저서와 실학을 집대성한 정약용이 유배시절 들었던 이야기를 〈도강고가부사〉(원제 ‘道康·家婦詞’를 직역하면 ‘강진 장님한테 시집간 여인의 이야기.’ 도강은 강진 일대의 옛 이름)라는 서사시를 <팔려 간 신부>라는 산문으로 새롭게 다듬었고, 생소하지만 '조선 문단의 이단아'라는 김려의 한문 서사서 〈방주가蚌珠歌>를 <방주의 노래>라는 산문으로 풀어내고 있다. 김이은이 다듬어 쓴 두 이야기는 꽤나 흥미진진하였다. 일단 여성의 삶을 통해, 시대의 아픔을 여과 없이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생생한 현장보고서 같은 느낌이면서도 문학이 지녀야 할, 특히 아이들이 읽기에 쉽고 재미있게 다듬어져 있었다. 물론, 어른도 함께 읽으면서 저자의 조언대로 상상의 날개를 활짝 펼쳐 유쾌한 이야기 세상으로 빠져도 손색없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팔려 간 신부>속 18세 꽃다운 신부는 술주정뱅이 아비가 중매쟁이에게 속아, 늙은 장님에게 시집을 가게 된다. 그리고 남편과 전처 소생들에게 갖은 고초를 겪다가 가출을 하여 비구니가 되었다. 그러나, 원님에게 끌려가 호된 불호령만 듣게 될 뿐, 한자락의 희망조차 없는 여인의 삶을 엿보게 되었다. <방주의 노래>는 백정의 딸 '방주'의 인물 됨됨이에 반한 '장 파총'이 그의 아비에게 아들과 방주와의 혼인을 청하는 이야기와 장 파총의 파란만장했던 삶(양반의 신분으로 태어났으나, 생선 장사, 고기잡이등 힘겨운 젊은 시절을 보냈다)을 그리고 있는 미완의 이야기다.

 

색다른 시선으로 조선을 이야기하고 있는 책 <날개도 없이 어디로 날아갔나>는 '이부록'의 그림과 어우러지면서, 이야기와 그림이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에 귀기울이게 된다. 정약용과 김려가 꿈꿨던 세상을 생각하고, 오늘 우리의 현실 속, '자유, 평등, 인권'의 사각지대를 눈여겨 보게 되었다. 또한 우리 고전의 놀라운 이야기, 그 마력에 빠졌다. 또다른 '샘깊은 오늘고전'의 또다른 이야기들이 자연스레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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