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 거짓말 창비청소년문학 22
김려령 지음 / 창비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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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와 '거짓말'의 상관관계를 먼저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나비'가 제목이거나 하면 무의식적으로 손이 먼저 뻗기에, 휘황찬란한 날개를 지닌 나비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또한 얼마전에 읽은 <나비들의 음모>라는 책이 떠올랐다. 조난 당한 작은 요트 속 세 주인공의 이야기와 그 결말은 현실을 살짝 비틀면서 내게 혼란을 가져왔다. 내 삶 자체에 어떤 환영같은 것이 존재하는 것처럼 나비의 우아한 날개짓에 희롱당한 느낌이랄까! 그런데 <우아한 거짓말>은 내 혼란을 그래도 형상화하고 있었다. 표지 속 나비와 허망한 듯 보이는 손바닥, 그리고 '거짓말'! 내가 아직 풀지 못한 숙제를 넌지시 던지고 있어, 내 안의 호기심을 충동질하였다. 또한 <완득이>의 작가 '김려령'이지 않은가! <우아한 거짓말>은 일단 손에 쥐고 볼 일이었다.

 

<우아한 거짓말>은 참으로 흡입력있는 이야기다. 솔직히 가벼운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기전에 읽으려고 손에 쥐었다가 결국, 마지막 장을 덮고 말았다. 걷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에 휩쓸린 느낌이랄까! 너무도 착하기만 했던 천지의 여린 모습과 대조적인 현실 사이의 팽팽한 줄다리기, 그리고 내 안에서 자라는 많은 의혹과 상처들이 떠오르면서, 이야기에 빨려들었다.

 

천지라는 열네살 소녀의 죽음으로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갑작스런 가족의 죽음, 그녀가 목숨을 스스로 끊어야 했던 이유를 찾아가는 과정, 그리고 김려령만의 독특한 이야기전개가 흥미로웠다. 천지 스스로가 자신을 대변하면서, 엄마, 만지, 화연, 미라, 미란 등의 다른 인물들의 이야기가 아귀가 딱딱 맞으면서, 탄탄한 전개를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드러나는 진실 속에, 우리의 모습을 바라보게 된다. 우아한 거짓말! 그렇다. 우리는 진실을 왜곡하고, 진실인 냥 거짓을 꾸미며, 얼마나 우아한 거짓말로 다른 이를 상처를 주는가! 책을 읽으면서는 내가 받은 상처가 떠올라 천지에게 감정이입을 하기도 하고, 의젓하고 털털한 성격의 만지가 부럽기도 하였지만, 책을 덮는 순간부터는 나 역시 화연이 아니었던가! 스스로 고개를 숙이게 된다. 그러면서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과 용서를 남기고 떠난 천지와 남겨진 가족과 친구들, 그리고 화연에게도 따뜻한 손길을 전하고 싶다는 욕망에 사로잡힌다.

 

너무도 많은 생각들이 온몸을 휘감는다. 이 가벼운 책 속 묵직함에 마음이 꺾인다. 절대 시간에 쫓기듯 읽지 말라 당부하고 싶다. 특히 잠자리에 들 시간엔 절대! 어떤 다른 말이 필요없는 것 같다. 내가 느낌 그대로를 옮길 수 없는 한계를 뼈저리게 느끼면서, 많은 이들이 읽어보고 스스로 느껴보고 생각해 보라고 말하고 싶다. 내 작은 책장에만 머물기엔 너무도 아까운 책, 그러나 두고두고 또 읽고 싶은 책, 아직도 마음이 진정되지 않는 책 <우아한 거짓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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