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촌 탐닉 - 북촌 10년 지킴이 옥선희가 깐깐하게 쓴 북촌 이야기
옥선희 지음 / 푸르메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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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서울, 북촌에서>란 책을 접했다. 그 책을 손에 쥐자마자, 바로 <북촌 탐닉>이란 책을 알게 되었다. 거의 같은 시기에 '북촌'을 다룬 책이 연달아 출간되는 것 자체도 신기하지만, 지금 우리에게 '북촌'이 갖는 의미, 시대 화두로서의 북촌을 골똘히 생각해보게 된다. 그러면서 '북촌'에 대해 어떤 다른 이야기를 담고 있는지 궁금해지면서, 두 책을 모두 만나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두 책 모두 비교하며 읽다보면, 좀더 다채롭고 흥미로운 '북촌'을 만날 수 있겠다는 생각도 어렴풋이 하였다.

 

<북촌 탐닉>은 저자 '옥선희'씨의 10년 북촌살이를 담고 있다. 그 속엔, 북촌을 짝사랑해 온 10년간의 속내를 풀어내고 있다고 할까! 토박이는 아니지만, 10여년간 한 곳에 터를 잡고, 주변 골목 구석구석을 누비며, 사람들과 소통하며 지내온 북촌살이를 예찬하고 있다. 또한 문화와 역사가 살아숨쉬면서도 끊임없이 변화하는 '북촌'이란 곳에서 전통의 의미를 되새기고, 우리가 고수하며 지켜내야 할 것들에 대한 남다른 견해를 밝히고 있다. 그 속엔 아쉬움과 간절함이 깊이 베어있기도 하다.

 

이 책의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그녀만의 친절한 북촌 지도라고 할 수 있다. 솔직히, 서울에서 길을 잃고 헤맨 기억이 있다. 어리버리하게 주변을 서성이면서 불안에 씩씩거렸던 기억은 지금도 공포에 가깝다. 낯선 거리, 거미줄처럼 복잡하게 얽힌 낯선 길을 헤매던 기억 속, 불안과 짜증이 생생해서 여전히 살짝 겁에 질린 상태였는데, 그런 두려움이 한 순간에 사라져버렸다. 그렇기에 두번째 이야기 '북촌을 거닐다' 편의 상세한 지도와 설명 등은 여타의 책과는 다르게 무척이나 친근한 느낌이었다. 이 지도 한 장이라면, 발이 터지도록 북촌을 활보하고 여유있게 북촌을 드나들이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용솟음치지 않는가! '창덕궁길'을 시작으로 소개된 9개 테마별 색색깔의 특색을 자랑하는 길들을 따라 걸으며, 그녀가 소개하는 유적지, 갤러리, 공방등을 둘러보았다. 10년간의 북촌살이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하고 있어, 그 무엇보다도 흥미로웠다. 그외에도 북촌에 터를 잡게 된 사연, 홈스테이와 그 인연들을 풀어내기도 하고, 북촌 밖 (조계사, 시장, 영화관 등) 몇 곳을 소개하고 있다.

 

짧지만 연이어 만난 두 권의 책은 '북촌'에 대한 호기심을 부채질하였다. 단순한 '한옥'으로 상징되는 이미지를 벗어나면서도 옛 것의 소중함과 '전통'의 의미 등을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북촌'이란 제한된 공간 속에서도 무한한 잠재력을 지닌 북촌이 너무도 소홀하게 방치되고, 정치, 경제 등의 이해타산에 맞춰 무분별하게 개발되었던 현실과 마주하기도 한다. 즐거움을 만끽하는 사이사이 문화인으로서 바라보는 세상에 대한 날까로운 시선을 잠시도 거두지 않고 있었다. 때론 그녀의 일상을 훔치는 듯한 미안한 마음이 들면서도, 북촌 지킴이 옥선희씨의 이야기는 시종일관 흥미롭고, 나 역시도 북촌을 더욱 사랑하게 될 것 같은 섣부른 마음으로 가득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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