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이별 - 김형경 애도 심리 에세이
김형경 지음 / 푸른숲 / 200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과연 세상에 '좋은 이별'이란 게 있을까? 하는 의문과 함께 책을 엿보았다. 일단 책 표지가 단연 인상적이다. 얼굴을 묻고 서로를 감싸안은 남녀가 눈에 들어오면서, 그림 속으로 빠려들어가고픈 욕망에 사로잡혔다. 애잔함, 슬픔이 깊이 베어있지만, 왠지모르게 따스함이 묻어나는 독특한 그림! 화가 우창헌의 <에메랄드의 저녁>이란 작품이란다. 책 <좋은 이별>역시 슬픔, 고통을 이야기하지만, 애도 과정을 통해 제목 그래도 '좋은' 이별을 이야기하면서, 절로 '행복'이란 감정에 빠져들게 한다.

 

모든 것이 책을 손에 쥐게 만든다. 제목, 표지도 그렇고, 작가 '김형경'도 마찬가지다. 처음으로 김형경을 알게 된 것은 2001년 소설 <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이란 책을 통해서였다. 이제는 내용이 살짝 가물가물하지만, 그 후, '김형경'에 대한 관심은 지금까지 지속되었고, 그녀의 신간에 주목하고 있었다. 그리고 '애도 심리 에세이 좋은 이별'이란 신간을 보고, 두근두근 설레기도 하였다. 그리고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구나!'하는 생각과 함께, 그녀와의 특별한 만남에 즐거웠다.

 

<좋은 이별>은 이별, 상실의 고통과 그를 치유하는 과정을 이야기하고 있다. 또한 여러 다양한 문학 속 작품들을 통해 좀더 친근하게 이야기에 접근할  수 있었다. 저자 자신의 경험과 축적된 지혜가 함축되어, 그녀가 토로한 이야기는 다른 이들의 마음들을 평온하게 해주겠다는 생각이 스친다. 나 역시 책을 통해 애도의 과정을 새롭게 겪는 느낌. 애도 과정을 제대로 겪지 못해 내 안에 자리한 슬픔, 고통과 다시 마주하였다. 그리곤 이내 마음이 조금씩 치유되는 경험이랄까! 무의식 저편으로 외면하였던 상실, 절망이 수면 위로 서서히 올라오면서, 헤묵은 감정들, 그 감정들의 근원을 파헤칠 수 있었다. 그러면서 포근히 감싸안아주면 위로해주고 있었다.

 

내 '최초의 기억'을 생각하기도 하고, 사랑했던 연인과 이별하는 과정들, 때로는 가족의 죽음 등등 고통스러웠던 감정들이 물밀듯 밀려들었다. 하지만 그동안 억압하고 회피해온 슬픔, 분노등이 활자를 통해 객관화하면서도 동시에 스스로의 내면에서 소용돌이 치는 감정들을 하나하나 세심히 들여다볼 수 있었다. 책을 통해 나름의 애도의 과정을 겪게 되고, 마음과 마음들이 하나로 엮이면서, 책과 하나가 되었다. 부드러운 손길로 어루만지듯, 보드라운 감촉에 몸을 맡기듯, 서서히 옥죄었던 고통이 하나하나 쪼개지면서 조금은 가뿐해진 마음으로 마지막 책장을 덮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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