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스타 존의 수상한 휴가
오쿠다 히데오 지음, 이영미 옮김 / 북스토리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오쿠다 히데오와의 두번째 만남이다. 얼마전에 그 유명한 <공중그네>를 읽고, 곧장 <팝스타 존의 수상한 휴가>와 즐거움 만남을 가졌다. 이 책도 여러 번 접할 기회가 있었지만, 솔직히 표지가 읽고 싶은 마음을 반감시켰다는 핑계를 살짝 말하고 싶다. 정말 표지만큼은 눈길이 머물길 싫어한다. 하지만 그런 표지에 비해 내용은 아주 흥미로웠다. '팝스타 존'하면 일단 떠오르는 인물이 있을 것이고, 그는 누구에게나 공통일 것이다. 그런 인물과 '변비'이야기는 뭔가 어울리지 않았다. 그런데 이상하게 흡입력이 있다. 저자도 말했듯이 '존 레논'을 떠올리게 하면서, '존'을 보통명사했다니, 소설과 현실의 경계가 무너지면서, 이건 '그'의 이야기가 아니야하면서 어쩌면 사람 사는 것 다 똑같은 것 아니야 식으로 끊임없이 뒤죽박죽 마음이 종용되었다.

 

실제 그의 은둔의 시절, 일본에서 여름휴가를 보냈다고 한다. 그리고 그 비밀에 싸인 기간을 작가의 상상력으로 유쾌한 이야기가 풀어지고 있다. 우연히 빵집에서 "존"하고 부르는 엄마의 음성을 듣고 어느 여인과 사내아이를 미행하는 이야기로 시작된다. 인식하게 되는 배앓이. 병원을 찾아가도 이상증세는 없다. 그런데 계속되는 통증과 지난 과거의 이야기가 뒤섞이면서, 변비 탈출을 위한 고투가 시작된다. 그리고 찾아간 숲 속 아네모네 병원 밖 자욱한 안개 속 일본의 명절 '오봉'과 곁치면서, 신비한 경험을 하게 되는데. 수상한 의사의 이론과 존의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과정 그리고 변비 탈출기가 흥미롭게 전개된다.

 

변비로 인한 생리적 고통과 과거의 죄책감으로 인한 심리적 고통이 적절하게 버물어져 있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식의 어려운 문제처럼, 그러나, 그의 육체적, 심리적 고통은 한 순간에 치유되는 과정, 그리고 과거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 행복한 미소를 짓게 되는 과정의 이야기 모두가 한 마디로 '속시원'하다. 묵은 변을 비우듯, 과거의 고통에서 벗어나는 것은 매한가지였다. 그리고 더없이 상쾌하였다.

 

변비에 대한 리얼한 묘사가 리얼한 만큼 흥미롭다.

속죄하듯, 자신의 과오를 털어놓는 이야기 전개, 그리고 그들과의 신비한 만남, 용서와 화해가 '오쿠다 히데오'식의 유쾌함으로 흥미진진하다. 

'존 레논'이란 특정인물과 소설 속의 '존'에 대한 아리송한 경계 속에서, 소설 속 '존'의 아리송한 이야기가 겹쳐지면서 묘한 매력을 발산한다.

그리고 깊이 빨려들었다.

'변비 탈출기'는 이내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과정이고, 그 속에서 의사의 처방은 초현실적이다. 때론 영화 <환상>을 떠올리며, 은근한 판타지 속 '존'과의 만남이 유쾌상쾌하다. '오쿠다 히데오'의 소설은 어쩜 이리도 유쾌하고 상상 이상일까? 또다른 그의 소설이 더없이 기대되고 설렌다.

 

 

문제는 문제를 삼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니, 문제 삼지 않으면 그것은 문제가 아닙니다. (2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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