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의 역사 - 부정부패의 뿌리, 조선을 국문한다
박성수 지음 / 모시는사람들 / 2009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필자는 부정부패가 나라를 망친다고 믿고 있다. 역사가로서 할 일이 있다면 역사 속의 부정부패를 고발하는 일이 우선이라 생각한다. (214쪽)



 

 '부패의 역사'란 제목에 부정부패의 뿌리를 조선으로 보고 그 조선을 국문한다는 부제는 조금은 자극적이었다. 그만큼 호기심이 강하게 일었다. 그리고 책을 접하면서 혹시 식민사관에 근간한 이야기가 아닌가 의구심이 들었다. 특히 '화, 당쟁, 부패의 고리'의 차례를 읽으면서 걱정스런 마음도 들었다. 하지만 이 책은 분명 역사를 돌이켜보면서 오늘을 반성하자는 취지에서 '부정부패'에 초점을 맞추었다. 그것도 아주 부정적인 면에서 이야기를 엮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가 부정부패에 있어 세계 2위라는 신문 보도와 부정부패가 선진국형과 후진국형으로 나뉘는데 우리는 후진국형에 속한다는 현실을 반영하면서 조선의 부정부패를 파헤치고 있다. 다만 부정을 어떻게 막았는지에 대한 설명보다 수없이 많았던 부정부패에 편중된 느낌이 다소 강하다. 어쩌면 개인적인 느낌차이겠지만 조선시대 청백리가 157명뿐이었다 하니, 균형을 맞출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지난 날 우리 조상이 어떻게 부정했고 정부는 그 부정을 어떻게 막았고 또 왜 맞지 못했는가를 먼저 알아야 한다. (228쪽)



 

어쩌면 부정부패는 인간의 욕망과 결부되는 문제인지 모르겠다. 조선만의 부정부패가 뿌리가 되어 오늘날까지 이어진다고 단정한다면, 지나친 자기비하가 아닐까? 다만 지난 역사의 기록이 아무래도 '조선'시대에 좀더 뚜렷하다보니, 그 부정부패의 뿌리를 조선에 두고 이야기하는 것이리라. 다만 깨끗했던 나라 '환국'을 소개하는 면이 다행인지 불행인지 흥미로웠다. 한국은 본시 깨끗한 나라요, 동방의 나라 한국은 환한 빛의 나라 환국(桓國)에서 유래되었다며 작은 자부심을 일깨워준다. 또한 여러 청백리(송흠, 최숙생, 김기종, 유중영 백인걸 이약동 이태중 등)들의 일화를 소개하고, 또한 탐관오리(백낙신과 조병갑, 윤황)과 그 시대상을 이야기하고 있다.

 

임진왜란, 일제 강점기 그리고 근대화 민주화 속 부정부패를 이야기하고 있다. 또한 부정부패와 혁명의 관계를 세계사를 통해 잠깐 엿볼 수 있었다. 프랑스의 시민혁명과 러시아혁명 역시 공직자(귀족)들의 부정부패와 양극화된 사회 구조, 농민(평민)들의 비참한 생활이 곪아 터진 것이 바로 '혁명'이라 이야기하고 있다. 또한 중국의 동북지방이 개방 이후 중국의 최빈 지역이 되고, 그 지방의 불만을 달래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들여 동북공정을 시작하였다는 이야기는 흥미로웠다. 물론 흥미로 끝날 일이 아니지만 말이다. 또한 유구국(일본 오키나와)과 고려, 조선의 관계를 설명하는 부분은 <남쪽으로 튀어>의 책내용이 기억나면서, 지금껏 알지 못했던 역사를 만날 수 있었다.

 

...... 근대화란 물질문화가 정신문화를 이기는 과정이요 소멸시키는 과정이라 하였다.서구화·근대화가 대단한 것으로 알고 맹종하여 왔는데, 그 과정에서 우리의 구중한 전통문화가 사라져 가고 있는 사실을 몰랐던 것이다.

우리의 정신문화가 사라지고 만다면 남는 것은 서구에서 들어온 물질문화밖에 없다. (212쪽)

 

 

지난 역사를 뒤돌아보면서, 부정부패가 성장 발전(?)하여 오늘의 부패가 되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며 저자는 쓴소리를 서슴없이 내뱉고 있었다. 그리고 잘못된 역사를 온세상에 까발리면서 거짓 없는 역사를 남기자는 열망을 담고 있는 책이다. 솔직히 다른 역사서에 비하면 손에 쥐어지는 느낌이 가쁜하다. 그러나, 부정부패의 역사와 마주하는 것은 그다지 유쾌하지 않다. 그런데 여지없이 오늘의 현실에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으니, 더욱 속이 쓰린 것이리라. 그래도 다시 꿈꿔본다. 태초에 깨끗했던 나라였듯이 오늘보다 더 깨끗한 나라, 아름다운 나라가 되길...

 

첫째, 몸가짐을 단정하게 하라.

둘째, 마음을 깨끗하게 하라.

셋째, 가정을 바로 다스리라.

넷째, 청탁을 물리쳐라.

다섯째, 사치하지 말고 절약하라.

여섯째, 즐겨 베풀어라.

정약용의 『목민심서』수령이 지켜야 할 여섯 가지 계율 (200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