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못하는 남자
오자키 마사야 극본, 하시구치 이쿠요 지음, 박승애 옮김 / 노블마인 / 2009년 7월
평점 :
절판


 얼마전에 방영되었던 드라마 <결혼 못하는 남자>의 원작, 소설판이다. 일본드라마로 먼저 소개되고, 소설판으로 출간되었다는 것! 그만큼 글의 전개에 있어 짜임새, 구성에 대한 신뢰가 쌓이는 책이었다. 그런데 드라마를 제대로 보지 않았다. 1,2회를 통해 인물들의 대략적인 성격 파악만 한 것으로 끝나고, 책을 만났지만, 드라마의 지진회와 엄정화의 인물묘사가 강하게 남아있어, 쉽게 책을 들지 못하고, 살짝 먼지가 쌓이게 방치하였다.

그리고 다시 책을 집어들었을 땐, 참으로 후회스러웠다. '왜 이제야? 이렇게 재미있는데.'하면서. '재미있다' 여기는 요소들이 한 가득이다. 즉, 남자의 속마음이 적나라하게 표현되면서, 시시콜콜한 불평불만, 투정부리는 듯한 말투에서 절로 키득키득 웃게 된다. 전에 읽은 <아내가 결혼했다>나 <아빠의 여름방학>처럼 책과 함께 머릿 속에 '키득키득'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책이다.

 

일단 드라마를 통해 인물들을 파악한 것이 책을 읽는데 방해요인이 되기도 하였다. 선명하게 자리한 인물들의 모습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대충의 결말부분이 어찌 되는데 알기에, 몇 장면장면이 계속 되새김질 되었다. 다만, 주인공 '신스케'의 여동생과 조카 '유미', 그리고 친구이면서 매제인 '나카가와'와 항상 '손자'이야기를 하는 어머니는 전혀 새로운 인물들로, 단란한 가정을 이루며 사는 동생네와 독신 '구와노'의 생활이 대조를 이루면서 또다른 재미를 더한다.  건축 사무소의 소장 '구와노'와 '에이지' 그리고 '사와자키' 그리고 잠깐잠깐 등장하는 '가네다' 그리고 옆집 아가씨 '다무라'와 여의사 '하야사카' 그리고 강아지 '켄'까지 등장인물들간의 여러 사건사고들이 흥미롭게 전개된다. 옆집 아가씨의 남자친구를 여겼던 켄이 강아지임을 알게되는 상황과 강아지 켄을 돌보게 되는 과정, 그리고 늘쌍 티격태격 하는 주인공들, 그리고 별난 성격의 구와노 자체가 연신 웃음을 자아낸다.  

 

유쾌한 이야기가 한 가득이었다. 사사건건 시비조의 말솜씨, 까칠하지만, 그의 어리숙한 모습, 그의 진짜 속마음을 엿보다보면, 한가득 웃음꽃이 피어난다. 그런데 마냥 웃을 수만 없는 지금의 현실과 비교되면서, 괜시리 콩당콩당거리는 것은 무슨 조화일까?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있던 구와노가 서서히 빗장을 열고 다른 사람들과 어우러지면서 천천히 다가오는 사랑을 느끼는 모습에서 말할 수 없는 행복감이 전해지는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