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 안단테 칸타빌레
김호기 지음 / 민트북(좋은인상)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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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안단테 칸타빌레(andante cantabile)'는 악보에서 천천히(느리게) 노래하듯이 연주하라는 말이며, 차이코프스키가 작곡한 현악 사중주곡 제1번의 제2악장으로 러시아 민요에 바탕을 둔 감미로운 선율로 바이올린 독주용 편곡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고 한다. 이는 모든 것이 저자 '김호기'와 딱 맞아떨어진다. 제목 자체가 어렵다면 어렵다. 음악에 문외한(설사 학창시절 음악시간에 배웠단 할지라도 기억에 없다)이기에 제목의 의미를 파악하지 못하고, 낯선 단어에 눈길이 머문다.

 

안단테 칸타빌레의 두 가지 의미엔 저자의 인생과 인생철학이 담겨있다. '꿈을 향해 느리게 노래하듯이'의 프롤로그의 제목과 '느림'의 매력을 좋아해 모든 것을 '천천히' 즐기는 편이라는 자신만의 인생철학이 책 <내 인생, 안단테 칸타빌레>속에 녹아있다. 그리고 바이올린 연주자였던 그의 삶과 바이올린 등의 현악기를 제작하는  '마에스트라'로서의 제 2의 인생을 담고 있다.

 

"나는 '느림'의 매력이 좋다. 그래서인지 모든 것을 '천천히' 즐기는 편이다. 이는 행동을 느리게 하자는 의미가 아니라, 먼저 신중히 생각을 해보고 행동하는 태도를 말한다. 뭐 하나를 해도 겉으로 떠벌리기보다는 내 속으로 완전히 정리하고 숙성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게 내가 앞으로 나아가는 방식이다." (149쪽)

 

제목의 생소함에 책 소개를 찬찬히 훑어보았다. 그런데 악기를 제작하는 장인 '마에스트라'를 보면서 문득 '귀를 기울이며'라는 일본 에니메이션이 떠오르면서, 왠지모를 기대감과 설렘을 느끼게 되었다. 왠지 그 어린 소년의 그 후의 이야기가 <내 인생, 안단테 칸타빌레>에 담겨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호기심이 발동하면서, 들뜨는 기분이었다.

 

학창시절부터 바이올린밖에 모르고 살던 삶이었다. 학교를 졸업하고, 시립교향악단의 단원이 된 후 5년쯤이 지났을 무렵, 왼손에서 미약한 이상 증세를 느끼게 되면서, 불행이 시작된다. 손의 마비증세로 더이상 연주자로서의 삶을 포기해야할 때, 그는 새로운 삶을 개척한다. 그것은 바로 악기 제작자가 되는 것, 늦은 나이에 유학을 결심하고, 이탈리아어를 배우고, 크레모나 현악기 제작학교의 생활 속 기나긴 세월 동안의 꿈과 열정이 담겨있다. 또한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 힘든 유학생활 속에서도 정다운 이웃과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이탈리아의 문화도 살짝 엿볼 수 있다. 그리고 학교를 졸업하고, 마에스트라로서의 삶 속, 잔잔한 감동까지 한 가득 전하며, 사람과 사람들간의 훈훈한 정과 사랑을 느낄 수 있는 따스한 시간들이었다. 또한 사투리를 사용한 대화체는 정감이 넘치고, 그녀의 열정과 더불어, 생생한 삶 그 자체를 펼쳐보인 듯, 더욱 진솔하고 담백한 자신의 이야기를 속삭이고 있었다.

 

자신의 전부였던 것을 잃는 절망의 순간, 새로운 길을 개척하며, 용기있게 나아갔던 그녀의 지난 삶이 안주하는 우리들에게 '열정'과 '꿈'이라는 작은 씨앗을 뿌려준다. 순간순간의 위기, 좌절 속에서도 끊임없이 노력했던 삶, 그녀의 고된 삶의 여정들이 다시 일어나 자신만의 길을 가라는 용기와 지혜를 전해준다. 참으로 사람냄새 물씬 풍기는 책, 훈훈한 이야기가 가득한 책, 가을 찬바람 속, 가슴을 따스하게 안아주는 착한 책 <내 인생, 안단테 칸타빌레>였다.

 

삶을 살아가며 가장 중요한 것이 있다면 그건 무엇일까? 나는 꿈을 갖는 일이라 생각한다. 꿈은 꿀수록 현실에 가까워진다. 그리고 그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는 중간중간 이정표를 세워두는 것이 좋다. 꿈은 너무 아득해 보여서, 가다가 길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눈에 보이는 목표를 둘 때 꿈은 현실에 한 발자국 더 가까워진다. (6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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