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한민족 : 문화의 시원 - 사람들과 생명체들의 좋은 삶을 위하여
박해조 지음 / 모시는사람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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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생명에 관한 남다른 통찰력을 지닌 저자 '박해조'의 땀의 결실이라 할까? 유언장을 쓰듯이 자신이 삶에 대해 깨달은 바를 기록하고 있는 책이다. 저자에 대한 기본 지식은 없다. 다만 그가 오대산에서 20여년이 되도록 살며, 명상하고, 수련하고 있다는 것. '바보 한민족'이란 제목이 뭔가 시비를 거는 느낌이었다. 한민족의 문화의 시원을 이야기하겠다는 것은 알겠는데, 왜 구지 '바보'란 수식어를 붙인 것일까? 하는 의구심과 호기심이 들었다. 하지만 그 의미는 아직도 모르겠다.

 

 전통 문화 속에서 발견되는 '빨강, 파랑, 초록'의 색깔들과 그 속에 담긴 정신들을 확인하고, 그것은 우리의 '한 살이'와 연관되어 있었다. 태초에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사람들은 스스로 「빛사람」이라 생각하고, 그 빛사람들이 모여 문화의 틀을 만들었다. 그리고 문화의 틀을 만드는 원료는 '사람의 혼'이라 정하였다. 그리고 그 혼이 무엇인지 설명한다. 혼의 실체는 삼원빛(빨강, 파랑, 초록)이지만, 하양빛으로 존재한다. 또한 하양빛은 존재하지만 투명하고 맑은 상태이기에 보이지 않는다. 이는 또다시 생명의 원료인 빛(혼)이고 이를 「정신(精神)」이라 한다.

 

빛(혼)을 정신, 물질, 마음, 느낌, 균형 그리고 상징물(나무, 새끼줄 -> 서낭당의 모습)로 설명하고, 더 나아가 '조직(조직의 구조, 구성원)'을 설명하고, 그 구성원들의 유니폼(정승들의 옷색과 관복)을 삼원빛으로 풀이하는데, 이는 전통 복색과 연관되면서 흥미로웠다. 특히, 관직에서 퇴직시 '옷을 벗다'는 말의 '옷'이 삼원빛 옷을 벗고, 백성의 하양빛 옷으로 폴아왔다는 풀이가 인상적이었다.

 

생명체와 관련하여 「빛놀이」라 이름 짓고, 사람의 '한 살이'의 과정을 9단계로 풀고 있다. 생명체의 원료 '빛'에서 출발하여 수태 -> 탄생-> 아기-> 소년-> 청년-> 장년-> 노년-> 병듦-> 사망 그리고 다시 '빛'의 원순환으로 정리하고 있다. 이는 하나의 전통의식과 다시 하나로 연결된다. 서낭당(「빛나무」에 새끼줄로 꽃장식을 함) -> 금줄 ->백일 ->첫돌 -> 성인식 -> 혼인식 -> 환갑 -> 장례식 -> 제사 로 또다시 원순환을 돈다. 이는 삶의 또다른 궤도로서 각각의 의식마다 삼원색(빨강빛, 초록빛, 파랑빛)과 하양빛으로 표현되고 있었다. 즉 전통 의식 속에 숨겨진 의미를 색으로 풀이하고 있었다.

 

너무도 낯선 이야기이지만, 참으로 독특하고 신선했다. '문화'를 전통 의식 속에 남아있는 색으로 풀고 있다. 색이 담고 있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고 있어, 흥미로웠다. 다만 다른 이야기를 들은 것이 없기에 다른 책을 통해서도 보충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가장 의미있던 것은 책 속에서 '생명'의 소중함을 절절하게 느꼈다는 것이다. '혼(빛)'을 통해 '문화의 기본틀(시원)'을 이야기하듯 하더니, '생명의 소중함'으로 금세 급반전한 느낌이다. 혼의 변신 과정(9단계의 한 살이 속 9 단계의 전통의식)은 바로 한 '생명'의 탄생과 삶 그리고 죽음으로 이어지고, 이는 '생명'과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함축하고 있었다. 그래서 낯선 이야기지만 참으로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이 세상에서 가장 긴 터널이 엄마의 자궁입니다. 열 달 동안 달려야 빠져 나올 수 있는 터널은 위험한 터널입니다.

(……)

이 세상 사람들은 모두 기적을 이루어 낸 사람입니다. 기적을 이루지 못하면 태어나지 못합니다."

(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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