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지도를 들고 서울을 걷다 역사지리학자와 함께 떠나는 걷기여행 특강 1
이현군 지음 / 청어람미디어 / 2009년 9월
평점 :
품절


'서울'을 새롭게 보기 시작하였다. 쾌쾌한 매연이 가득 찬 곳, 답답하고 머리가 아파 빨리 벗어나고 싶던 곳, '서울'이 감탄이 절로 나오는 옛 역사의 흔적을 통해 역사가 살아 숨 쉬는 곳으로 탈바꿈되었다고 할까? 서울은 나들이의 즐거움, 설렘이 가득한 곳으로 변하고 있다. 지하세계의 서울이 아닌, 햇살 가득한 땅 위의 서울을 보게 한 책은 <서울역사순례>였다. 그리고 이번에 읽은 <옛 지도를 들고 서울을 걷다>는 흐릿한 서울의 풍경을 생생하게 만들어 주었다. 켜켜이 쌓인 지난 역사의 흔적이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땅'에 주목하고, '옛 지도'를 들고 '서울'을 걷는다는 설정이 흥미로웠다.

저자는 말한다. 역사를 알기 위해, 지리를 알기 위해 답사가 필요하고, 역사가 흔적을 남긴 곳이 바라 '땅'이라고, 그리고 장소에 남아 있는 시간의 흔적을 보기 위해 떠나는 것이 역사지리 답사라고. 죽은 역사가 아닌, 우리와 함께 살아 숨쉬는 역사를 만나는 여행, 그것은 바로 옛 지도를 들고 서울을 걷듯, 그렇게 땅 위에 두 발로 서서, 천천히 곳곳을 음미하며 걷는 것이었다. 그리고 시간의 흐름, 역사로 본 장소가 아닌, 장소를 통해 시간의 의미를 재해석하고 역사를 재구성하도록 유익한 시간을 배려하고 있는 책이었다.

 

'산'과 '강'을 중심으로 형성되는 옛 도읍지의 가장 좋은 표본이 서울아닌가! 그런데 그런 서울의 모습을 지도를 통해 읽는 것은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다. 학교에서 배운 지식이 단순한 글자에 그치지 않고, 생활에 적용될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야말로, 옛 지도를 보는 어려움을 명쾌하게 날려버릴 수 있었다. 일단 '어렵다'는 높은 벽을 허물고, 가벼운 기분으로 옛 지도를 살피고, 호기심을 갖도록 응원하고 있었다. 옛 지도에 숨은 선조들의 시계 속으로 시간여행하듯 그렇게 지도가 친숙하게 다가온다. 저자의 안내대로 따라가다 보니, 지도에 담긴 옛사람들의 정신과 의식구조 등이 한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을 구체화하면서, 예전의 서울, 한양, 한성, 한성부의 범위와 서울에 숨은 '의도'와 유래를 파악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옛 지도를 들고 서울을 걷다>는 조선의 심정부, 궁궐과 종로를 답사하고, 서울을 가르는 물길, 청계천 답사와 한양 읽기의 하이라이트, 도성을 답사하고 마지막으로 성문 밖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리고 역사를 통해 현재를 읽고 미래를 예측하고 있다. 지금의 공간적 '서울'이 아닌, 역사와 문화를 아우르며, '서울'의 미래를 이야기하고 있다.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도성'에 관한 것이었다. 도성 내 한양의 모습을 이야기하는 종로, 궁궐 그리고 청계천에 관한 이야기는 다른 책을 통해서 이미 만난 적이 있어, 기억을 더듬으며, 더욱 머리 속에서 뚜렷해질 수 있었지만, '도성'은 새롭게 서울을 보게 하였다. 한양의 경계였던 도성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그리고 끊어진 성곽에 남아있는 아픈 우리 역사와 무분별한 근대화 과정을 엿볼 수 있었다. 동대문운동장의 재개발(?) 과정 속 성곽(성벽)의 흔적을 발견하고, 설계가 변경되어, 역사와 현대가 공존하는 건축으로 방향이 바뀌었다는 이야기를 얼마 전에 들었다. 그 이야기를 책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도심 속, 사라진 성곽을 복원하여, 관광상품화하자는 이야기는 흥미로웠다. '걷기'는 요즈음의 핫이슈이지 않은가! 또한 도성 안 서울이 재탄생되어, 역사와 문화의 도시로 변모한다면......

 

"도시는 시대를 담는 그릇이 되고, 유적지와 문화재와 경관은 그 시대의 문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거울이 됩니다. 그래서 도시사가 곧 문화사입니다." (11)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지난 '한양'의 모습이 생생하게 이미지화되었다는 것이다. <장길산>과 같은 책을 통해 만났던 옛 한양의 모습은 현재의 모습으로 그냥 문자에 그쳤던 것이 사실이었다. 그래서 작은 혼란이 있었던 것도. 그런데, 한양만의 문화, 조선 시대의 한양의 모습이 머릿 속에 그려져 예전에 읽었던 책 속의 그림들이 입체적으로 살아나면서 새록새록 기억이 떠올랐다. 또한 지리학의 중요성을 새롭게 깨달았다고 할까? 지리 속에 숨어있는 다양한 역사, 문화, 사회의 모습을 읽는 것이 또다른 즐거움이었다. 다양한 사진과 지도, 문화유적에 대한 조목조목 상세한 설명은 직접 강의를 듣는 듯한 현장감을 주었다. 다른 모습의 서울을 만나고, 서울 속 역사와 문화가 얼마나 다채롭게 살아 숨쉬고 있는지 확인 할 수 있는 책, <옛 지도를 들고 서울을 걷다>였다. 특별한 서울을 가뿐하게 여행한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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