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우리는 - 생태환경단편소설집
위베르 리브 외 지음, 이선주 옮김 / 검둥소 / 2009년 8월
평점 :
절판


 
표지의 '방독면을 쓴 사람'과 피를 흘리며 갈라진 지구의 모습이 강하게 눈길을 끌고 있다. 그리고 '생태환경'이란 주제로 여러 단편소설들을 묶었다는 소개와 함께, '환경 위기의 시대를 고민하는 작가들의 개성 있는 목소리들'을 직접 듣고 싶었다. 또한 '생태환경'이 관심있는 주제이기도 하지만 청소년문학으로서, '생태환경의 위기'를 '어떻게 소설로' 풀고 있을까? 하는 호기심이 발동했다.

 

주제의 무거움에 반해, 9개의 단편소설들은 짧고도 강렬했다. 주절주절 설명하는 것보다 짧지만 강한 충격을 가하면서, 마음엔 무거운 납덩이들로 가득한 것처럼 매케하니, 숨이 콱콱 막혔다. 뚜렷한 주제의식을 갖은 이야기답게, 각각의 이야기들은 환경 파괴, 환경 위기에 공감할 수 있는 모습들을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었다. 절로 '무엇인가 하지 않으면 안되겠구나!'하는 경각심을 일으키고, 작가의 상상 속은 기존에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훨씬 끔찍하고 구체적인 모습으로 눈앞에 펼쳐진다. 

 

도입부는 '위베르 리브''푸른행성, 지구'라는 시(?)로 시작한다. 푸른 지구의 은밀함을 파헤치고 있는 지구 속 인간군상의 모습들을 면밀히 분석하고 있으면서, 짧은 문장 속, 각각의 문장들은 앞으로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지 짐작하게 하면서, 내심 섬뜩한 마음을 지울 수 없게 만들었다. 도입부 이후의 9개의 단편들이 갖고 있는 환경에 관한 문제의식은 다양했다. 동물과 인간, 개발과 보존(수탈적 벌목, 석유 채굴 등)이라는 굵직한 이야기와 생물 다양성의 파괴가 결국 인간을 겨냥하고 있다는 이야기, 환경파괴로 인한 미래의 모습 등등은 모두 잔인하면서도 깜짝깜짝 놀라움으로 개성넘쳤다. 또한 공상과학소설의 박진감이 느껴지고, 팽팽한 긴장감과 호기심을 끝까지 유지하면서 흡입력 있는 이야기들로 가득찼다.

 

특히 제목이 가장 인상적이었던 '비비안느 무르''내가 죽고 나서 일어나는 일은 나하곤 상관없다'는 '노아의 방죽'을 연상하게 하면서도 소통의 단절까지 다루고 있었다. 또한 가장 인상적인 이야기로는 '크리스티앙 그르니에''나는 해상 감시원이다. 그리고 나는 절규한다.'였다. 21세기가 끝나가는 때, 어느 기상 전망대에서 일하는 한 해상 감시원이 보낸 편지의 내용을 담고 있다. 시간 탐험가가 환경이 파괴되기 전 해인 미래의 시간으로 여행을 다녀오면서 가져온 편지에는 한 해상 감시원이 선조들에게 보낸 절규어린 비판의 내용을 담고 있는데, 바로 우리의 모습 그 자체였다. 환경을 다루는 문제를 국가와 국가간의 문제(특히 부유한 나라와 가난한 나라간의 문제, 특히 최근 인도네시아의 지진문제와 같은 엄청난 천재지변의 모습까지 담고 있어, 이야기의 충격은 다른 어떤 것보다 강했다.)로 확대하여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또한 선조에게 보낸 유서, 고발장의 형식, 그리고 그 편지를 비밀리에 읽으면서 음모론을 이야기하는 대통령과 참모들의 모습에서 정치인의 행태까지 꼬집고 있었다.

 

하지만 이 편지는 내 후손들에게 바치는 게 아니다. 왜냐하면 내겐 후손이 없을 테니까. 우리에겐 후손들이 없을 테니까.

나는 나의 조상들에게 이걸 보낸다. 다른 방도가 없기 때문에. 이것은 귀잡적인 고발장이다. 역방향으로 보내는 유서다.

(생략)

하지만 당신들은 당신들 후속들을 학살하는 죄를 범했다.

그래서 나는 당신들을 죽도록 저주한다.

나는 죽는 순간, 일말의 위안을 위해 그야말로 진정한 물음을 스스로에게 던져 본다.

인간이라는 종은 과연 존속할 만한 가치가 있는가?

왜냐하면 지구는 우리를 필요로 하지 않으니까.

더욱이 우리가 지구한테 어울리기나 한가?

- '나는 해상 감시원이다. 그리고 나는 절규한다' 中

 

 

마지막 이야기를 마치면서 그제야 제목의 씁쓸한 기운이 눈에 들어왔다. '괜찮아 우리는(원제는 녹색단편집)'이란 제목이지만, 결코 괜찮지 않았다. 너무도 역설적이게도, 많이 불편하고, 답답했다. 그런데 '괜찮아 우리는' 이란 제목이 이야기에 더욱 힘을 실어주면서, 환경위기, 파괴에 대해 좀더 신중하게 생각하게 한다. 따라서 <괜찮아 우리는>은 청소년들뿐만이 아니라 우리 시대의 모든 이가 한 번쯤 읽어 마땅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경각심을 갖게 하여 반성하고, 행동할 수 있는 지혜를 모을 수 있도록!!!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