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들의 음모
파트리스 라누아 지음, 최정수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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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독 선호하는 제목이 있다면, 몽환적인 느낌, 신비로운 느낌을 풍기는 '나비'가 단연 일순위일 것이다. '나비'에서 풍겨지는 그 느낌은 만국 공통인 것일까? 일본작가 '온다 리쿠'의 <나비>도 마찬가지였고, 이번에 읽은 <나비들의 음모> 역시 몽환적이고 철학적이면서, 신비로움을 간직한 기인한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얼마전 친구와 이야기를 하다가 '파피용(papillon)'이 프랑스어로 '나비'를 뜻하는 거란 이야기를 들었다.  영화 <빠피용>과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파피용> 속 '나비'의 설정과 이야기를 그다지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기에, 친구의 말에 정말 깜짝 놀라기까지 했다. 살짝 낯이 붉어지기도......  

 

 <나비들의 음모> 속 '나비' 자체가 특별한 소재로서 부각되어 이야기를 이끄는 것은 아니지만, 주인공 천체물리학자 '로익'이 처한 상황과, 작은 요트의 이름 '모르포 호' 역시 어느 나비의 이름을 차용한 것이며, 로익의 인생관을 총괄하는 의미로 '나비들의 음모'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었다. 소설이 사건 중심보다는 '의식'과 '관념'에 초점을 맞춘 느낌이 들었고, 뭔가 종잡을 수 없는 인물들(로익, 클라라, 솔)과 그 인물들간의 신경전 그리고 망망대해에 표류한다는 설정이 머릿속을 복잡하게 하는 느낌이 들었다.

 

가장 큰 사건이라면, 조난당하고 바다에 표류하면서, 어느날, 클라라와 솔이 물에 빠지고, 그 주변을 상어떼가 어슬렁거리는데, 로익은 멍하니, 바라만 보게 되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가까스로 위기를 벗어난 클라라와 솔, 자폐증을 앓던 솔이 정상(?)으로 돌아오게 되면서 이야기는 급반전을 이룬다. 자폐아 '솔'이 자신과 타인, 그리고 세상을 인식하게 되면서, 그 인식의 과정을 로익과의 대화로 풀어가는 것이다. 극한 상황에서 '솔'을 염려하여 비밀상자를 만들고, 5가지 질문을 하게 되는데, '현실과 상상, 시간, 의식, 신' 등등에 대한 철학적 담론이 펼쳐지는 부분에서 정신이 번쩍 들 정도로 흥미롭게 전개되었다. 문득, 요슈타인 가이더의 <소피의 세계>가 떠오르기도 하였다. 그리고 생각지도 못한 마지막 결말은 '나비들의 음모'라는 제목이 빛을 발한다. "너의 눈은 결국 너를 속인단다"라고 말한 로익, 세계의 흐름(?)을 '나비들의 음모'라 정의했던 로익은 진정, 자신의 눈으로 보고 인식한 8개월간의 표류 생활를 증명하고 설명하는 것이 타당한 것인지 의문스럽다. 물론 보지 말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정말 독특한 이야기였다. 세상에 대한 인식과 존재에 대한 이야기가 망망대해에 조난당한 극한의 상황과 어우러지면서, 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물론 쉽게 몰입하기엔 다소 어려운 점이  초반에 있었다. 처음에는 시작한다는 예고도 없이 바로 이야기가 중반부로 전개된 것만 같아, '뜨악'하기도 하였고, '로익'의 의식이 현실에 자꾸만 침입하여, 혼란스러움을 자아낸다. 하지만 어떤 '음모' 속, 극한 상황(클라라에겐 로익이 사이코패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더해진다)에 처한 불안, 두려움 같은 심리상태와 자폐아 '솔'과의 대화부분에서 이야기의 실마리를 찾게 되면, 꽤나 호기심을 갖고 몰입하게 되는 이야기였다. 두 눈을 크게 뜨고 전체를 바라본다면, <나비들의 음모> 속 그 의미가 크게 눈에 띌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소피의 세계> 속 반전만큼, 철학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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