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공부, 사람공부 - 옛 그림에서 인생의 오랜 해답을 얻다
조정육 지음 / 앨리스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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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껏, 서양화에 감탄하면서 그림에세이를 즐겨오다가, '동양화'를 주제로한 책을 만나게 되었다. 무심했던 내가 무색해지면서, 우리 그림, 더나아가 동양화를 통해 마음읽기의 시간을 가져야 하는 의무감 같은 것이 크게 작용하였다. 앞서 읽었던 <그림에, 마음을 놓다>와 <당신도 그림처럼>의 책표지와 비슷한 느낌이라, 자연스레 눈길이 머물더니, '앨리스'란 같은 출판사임에, 가슴이 더욱 콩당콩당 뛰면서 더욱 기대되고, 설렜다.

지금껏 읽었던 그림에세이 중에서 최고! 으뜸이란 생각이 들었다. 우리의 정서와 일치하면서, 그림을 보는 눈이 한층 커지는 것이, 감탄하고 또 감탄하면서, 밤이 깊어가는 것을 잊고 말았다. 책 내용이며, 그림에 담긴 의미며, 모든 것이 순간순간마다 온몸으로 체득되면서, 전율하게 하였다.

 

제목에서부터 뚜렷한 목적을 가졌다는 것, 그리고 그것에 너무도 충실한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그림공부도 하면서 사람공부도 하고, 옛 그림에서 인생의 오랜 해답, 지혜를 한 보따리 풀어헤치고 있었다. 또한 그림 한 장, 한 편의 이야기 모두는 하나하나 저자 '조정육'의 진실함이 묻어나면서, 분명 위로받고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 분명, 그녀의 마음을 오롯이 느낄 수 있었다.

 

1부는 옛 그림의 구도, 동양화의 기법을 통해 인생 지혜를 이야기한다. 8가지의 기법은 동양화를 좀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면서도, 그 기법 속 인생 철학을 설명한다. 각각의 인생의 지혜어와 기법간의 유기적인 이야기는 호기심을 자극하고,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하였다. 그중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김홍도의 '씨름도' 이야기였다. 유숙의 '대쾌도'와 비교하면서 더욱 선명해졌지만 그림 속 '엿장수'와 '신발'이 그림의 숨통을 틔워준다는 이야기는 놀라움 그 자체였다. '제시'라는 기법 속 '하찮은 것들이 우리를 지탱한다'는 것으로 인생을 풀이하는 것 또한 흥미로웠다.

 

2부는 인생 조언 12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12가지 조언자체만으로도 용기를 북돋워주고 있지만, 옛 그림과 인생 조언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면서, 단순한 글자에 머물지 않고, 생생하게 살아서 마음에 와닿는다. 그림에 국한하지 않고, 영화, 책, 건축물, 역사, 문화 등등을 통해서 실마리를 풀기 시작하여, 그림 속 좋은 교훈들을 하나하나 읽게 된다.

 

3부는 화가들의 삶을 면밀히 드려다보면서, 삶의 지혜를 전하고 있다. 노비였던 '이상좌', 대기만성 '강세황', 유배지에서 꽃피운 '김정희' 등등 우리 나라와 일본, 중국의 화가들을 소개하고 있다. 그들의 고단했던 삶, 커다란 시련 앞에 당당에 맞서 꽃피운 삶의 열정은 위대한 그림으로 승화되었고, 이렇게 우리가 그들의 그림을 통해, 위로받고, 용기를 얻는다. 그림 속, 삶의 열의가 묻어나기에, 더욱 값지고, 심오하면서도 단순한 삶의 지혜들로 가득한 그림 이야기, 인생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림공부, 사람공부> 중에서 특히 가슴에 와닿았던 것은 바로 동양화의 가장 중요한 기법 '기운생동(氣韻生動)'이란 것이었다.  그림에서 말로 설명할 수 없이 기법으로, 가슴으로 아니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그 '기운생동'이란 말이 내 삶에 그대로 적용되고, 그런 삶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간절해진다. 동양화처럼 여백의 미와 함께 기운이 생동하는 순간순간들이 모여, 깊은 울림이 전해지는 그럼 그림같은 인생을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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