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기에 관한 잡학사전
미하엘 코르트 지음, 권세훈 옮김 / 을유문화사 / 2009년 7월
평점 :
절판


'광기(狂氣)'의 사전적 의미는 '미친 듯한 기미' 또는 '미친 듯이 날뛰는 기질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란다. '미친다'는 의미가 왠지모르게 선망의 대상이 되었다고 할까? 단조로운 일상에서 무엇인가에 미친 듯이 몰입하고 즐기고 싶다는 간절한 욕망이 있는 탓일까? 또한 그렇지 못한 현실에 대한 갈등을 책을 통해 해소하고 싶었을까? '괴테에서 톨킨까지 아리스토텔레스에서 사르트르까지 인물로 읽는 광기의 문화사'란 부제가 더욱 눈길를 끈다.

 

<광기에 관한 잡학사전>은 문학과 철학을 아우르는 동서양의 위대한 작가, 철학사, 사상가, 과학자 등등, 100여명을 소개하고 있다. '잡학사전'의 제목처럼 '사전' 형식으로 인물들을 나열하고 있으며, 차례를 보면, 각각의 인물들을 단 세 단어 정도로 소개하고 있는데, 아주 흥미로우면서, 호기심을 일으킨다. 너무도 익숙한 인물들 중, 대표적인 것을 몇 가지 소개하면, '아리스토텔레스'를 '최초의 정신 나간 교수', '루소'를 '자가 발전의 수줍은 대가', '안데르센'을 '파멸한 동화 아저씨', '프로이트'를 '빈의 마약 전문가'라 소개하는 것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을지 굉장한 호기심을 갖게 만든다. 좀 알고 있다는 인물들에 대한 짧은 소개는 기존의 이미지를 깨뜨리면서, 다채롭고 풍부한 이야기로, 인물들의 다양한 면모를 소개하고 있다. 또한 이름조차 생소한 인물들에 대해서는 더욱 궁금증을 같게 만든다. 싸움꾼 시인 '켈러', 돈을 빌리는 천재 '조이스', 불가사의한 난쟁이 '고골', 엄마의 귀염둥이 '캐스트너', 자질구레한 일상사의 비극 '체호프' 등등은 너무도 기발한 인물평이었다.

 

사전형식이라 순서에 구애받지 않고, 눈에 띄는 인물들, 그리고 참신한 인물평을 우선하여 읽게 된다. 참고로 가장 먼저 읽은 인물은 '불굴의 외톨이' '스피노자'였다. 

역사상 위대한 사람들이라 너무도 남다른 삶(물론, 그들의 '광기'적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다면, 상식을 벗어난 이야기엔 소스라치게 놀라기도 하겠지만)의 이야기려니 생각이 들다가도, '인간' 그 자체를 들여다본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인물의 연대나 작품 위주가 아니라, 사람 그 자체에 초점을 맞추면서, 더욱 흥미진진해진다. 사랑, 애증, 가난, 부와 명예 등등의 이야기 속에서, 또다른 삶, 예상 밖의 이야기 때론 자극적일 만한 이야기를 만나게 된다. 다양한 인물들을 한 권의 책으로 엮은 만큼, 인물들의 이야기는 간결한 면이 아쉬울 수도 있지만, 사전 아닌가! 사전 치고는 다양한 인물들의 삶을 다각적으로 접근하면서, 인물들에 대한 호기심만 자꾸만 불러으킨다. 그들의 삶을 좀더 깊이있게 들여다보고 싶다는......

 

<광기에 관한 잡학사전>은 '광기'적 삶을 살았던 위대한 사상가, 작가들을 소개하면서, 책 속 다양한 이야기 말 그래도 '잡학'적이었다. 하지만 군더더기 없이 인물들의 삶을 소개하고, 익살스럽고, 유쾌한 인물평으로 책을 읽는 내내 즐거웠다. 기존의 '상식'의 틀을 깨버리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또한 무엇가에 미친 듯이 빠져드는 것조차 버거운 일이다. 단조로운 일상의 틀을 깨고, 열광적인 삶을 살라 부채질 하듯~ 그렇게 미친듯이 한 번 읽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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