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 21세기와 소통하다

장자, 21세기와 소통하다
안희진 지음 / 시그마북스 / 2009년 8월

 
공자, 맹자, 순자, 노자, 장자, 묵자 등등의 동양철학의 대표적인 사상가들은 학창시절 도덕, 윤리 시간에 만났고, 아리송한 이야기들은 단순히 외우기에 바빴던 기억뿐이다. 그리고 논술 시험 준비를 위해 요약본류의 책을 읽다가, '장자'의 우화집 비슷한 책을 읽고 경탄하며 충격에 휩싸였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논술선생님에게 흥분하며 종알종알 얘기하고 물었던 기억과 함께. 동양사상가 중, '묵자'의 차별없는 사랑 '겸애' 또한 그 당시 획기적인 이야기로 마음이 심하게 흔들리기도 하였지만, 근례 <묵공>이란 영화를 접하기 전까진 까맣게 잊고 있었다. 하지만 '장자'는 알게모르게 나의 삶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 정확히 설명할 순 없지만. 그렇다면 '장자'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호접지몽' 즉 '꿈'과 '나비'이다. 그리고 '나비'하면 전혀 다른 차원의 세계로 이끌어 줄 것 같은 몽환적인 느낌에 빠져들게 한다. 아주 자연스레~ 그리고 '장자'의 이야기를 되새기게 된다.

 

솔직히, 장자의 사상을 이해하는 것은 버거운 일이다. '이해'라는 단어를 쓴다는 것조차 조심스러울 정도로 무지하다. 하지만 정신의 허기를 채우듯, 자꾸만 '장자'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그 순간 만큼은 뭔가가 채워진 듯한 착각에 빠져 스스로 만족하고 또 흥분하게 된다. <장자 21세기와 소통하다>역시 마찬가지였다. 장자와 21세기의 소통이니만큼 조금은 쉬운 언어로 <장자>를 이야기하면서, '장자'의 사상을 현대적 관점에서 재해석하여, 현대인의 각박한 삶에 촉촉한 단비가 되어, 삶을 조금은 풍요롭게 할 수 있는 지혜가 가득할 거란 기대감에 책을 집어들었다. 결코 그런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현대적 시각으로 재해석하는 점에서는 좀더 익숙하고 다양한 예를 들기도 하고, 사례가 각각의 소주제별로 되풀이하면서, 의미 전달을 확실히 하고 있다. 일단 장자 스스로도 '우화'를 통해 이해하기 쉬운 예를 들어 설명하는데, 저자 '안희진'은 더나아가 다양한 방법-우리에게 익숙한 '김소월'의 시나 현대적 상황을 고려한 실례 등등-으로 더욱 이해도를 높이고 있다. <장자 21세기와 소통하다>는 장자의 이야기, 그 진정한 의미에 좀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충실한 안내자가 되어 주었고, 장자와 소통할 수 있는 좋은 디딤돌이 되었다.

 

장자는 '관념화'을 경계하지만 그의 이야기 자체는 현실적으로 삶에 곧바로 적용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리고 장자의 이야기는 추상적 관념에 치우쳐, 온전히 그의 이야기를 내것으로 만들어, 나와 장자가 하나될 수 있는 경지에 이르는 것 또한 어렵다. 단, '욕심에서 비롯된 많은 근심 걱정, 고통들(세속적 탐닉)은 외부에서 비롯된 하나의 껍데기, 인위적인 조작일 뿐이니(1부 무엇이 문제인가 _장자의 지적), 진정으로 내 마음 깊은 곳의 마음의 이야기에 귀기울이고, 더 나아가 나를 깨뜨림으로써 참된 자아, 큰 주인이 되라(2부 어떻게 할 것인가 _장자의 해법)'식으로 정리해본다. 그리고 인생살이에서 '진정성'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겨본다. 끊임없이 마음이 동요하고, 중요한 가치라 믿는 것이 과연 진정한 가치를 가진 것인지 묻고, 고정관념, 편협한 주관적인 생각에 치우친 것은 아닌지 경계하게 된다. 때론 혼란스러움에 빠져 허우적거리게 되지만, 왠지모르게 가슴에 시원한 바람이 부는 듯, 마음이 맑아짐을 느낀다. 다시 한 번 장자를 만나, 이 여름 몸과 마음 모두 뜨거웠던 시간을 보냈다. 아주 사소한 것에서 큰 만족감을 가져다 주는 책, <장자 21세기와 소통하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