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 역습
허수정 지음 / 밀리언하우스 / 2009년 7월
평점 :
품절


 
역사를 소재로한 팩션 참으로 즐겨있고 좋아라 한다. '제국의 역습'이란 제목(제목만으로는 무슨 경제서 같은 것이 연상되었다) 속, '임진왜란을 종결시킨 조선의 대역습 프로젝트'라 부재와 뜻밖의 역사 '항왜'란 소재가 눈길을 끌었다. 절로 이 책을 발견하고, 괜시리 마음을 졸일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책을 집어두는 순간, 역시나~ 변함없이 흥미로운 이야기로 나를 사로잡았다. 책을 읽자마자 얼마 되지 않아 머리에 스친 생각은 바로 '셜록 홈즈'였다. 마치, <제국의 역습> 속에서 홈즈를 만난 것처럼 반갑고 기뻤다. 그렇다. 사건를 파헤치는 조선인 명탐정 '박명준'은 바로 '셜록 홈즈'처럼 느껴져 더욱 흥미로웠다. 

 

부산의 왜관에 '명준'을 찾아온 일본인 '바쇼'는 어떤 살인 사건의 해결을 부탁한다. 사건 해결을 위해 일본의 오사카에 도착하여, '백병조 집단 참살 사건'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사건의 실마리는 살해 사건에서 살아남아 침묵하는 소녀 '미야코'와 의문의 금서 '히데요시 이야기', 즉 막부가 판금한 소설 <히데요시 모노가타리>이다. 도당 간의 세력 싸움으로 결론 짓고 급하게 마무리한 사건에서 하나둘 허점이 드러나면서, 사건 해결을 부탁한 오사카 정봉행 '후쿠다'가 용의자로 지목되고, 구체적인 사건 조사를 위해 '에도'로 가는데..... 조금씩 실체를 드러내는 사건 속에서 여러 인물들간의 관계가 복잡하게 얽히고, 금서의 내용 속, '항왜'의 이야기를 밝혀내는 과정이 속도감있게 전개되고, 박진감이 넘친다.

 

긴장을 늦출 수가 없었다. 끊임없이 작가의 상상력에 의지하기 보다는, 이야기 속에서 뭔가 또다른 실마리를 찾고 농락당하고 싶지 않은 괜한 치기에 정신을 바짝 차릴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결국 또다른 이야기의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면서, 이번에도 여지없이 사건 추리는 '명준'에 의지할 수 밖에 없었다. 계속되는 미행인과 '닌자'의 출현, 그리고 '항왜'의 구체적인 이야기가 궁금하여, 어떤 전개로 역사의 단면을 조명하고 있을지, 살짝 골머리를 썩어야했다. 

 

<제국의 역습> 속 '항왜'란 역사적 소재와 임진왜란 이후의 역사가 호기심을 갖게 하였다. 

임진왜란에 초점이 맞춰지다보니, 피해의식(?)을 갖게되는 역사(또한 몇 백년 후, 일제식민시대를 겪다보니, 더욱더 분개하게 되는 그런 역사)와 마주하는 감이 있다. '이순신'을 대표로 하는 위인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한 역사를 만나왔다는 점에서, <제국의 역습>은 전혀 다른 역사의 단면과 마주하게 된다. 역사서가 아닌 소설로 읽히기 바란다지만, 역사를 소재로 구성된 소설이기에 역사를 생각할 수 밖에 없다. 과연 소설의 시대적 배경인 왜란이 끝나고 60여년의 시간이 흐른 뒤, 조선과 왜의 관계가 어떠했을까?  소설처럼 '박명준'을 찾아 부산에 온 '바쇼' 그리고 사건해결을 위해 일본으로 떠난 '명준'이 과연 실제 이런 식으로 교류가 활발하게 이루어졌던 것일까 의문을 품을 수 밖에 없었다. 또한 이를 조명하는 것은 오늘의 한일관계를 다시보게 하는 점도 있지 않을까? 아직도 지나간 역사의 잔해가 여전하다. 하지만 늘상 '역사의 반복'을 생각하다보면, 다시는 그러한 잘못된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게 되는데. 그럼에도 소설의 마지막에 명준과 쇼군이 나눈 대화 씁쓸하게 와닿는다.

"전쟁의 비극이란 세월이 흘러도 이렇듯 질기게 남아 있구나 하는 점도 새삼 느낄 수 있었고요."

"...... 전쟁의 상흔이나 기억은 세월이 지남에 따라 낫거나 흐려지겠지만 늘 상기하여 반성할 수 있는 용기가 있어야만 다시는 그런 비국의 전철을 밝지 않으리라 믿습니다. 전재이란 가장 지독한 범죄 아니겠습니까? ...... "

 

소설 속 소설 이야기 '린'이 대표하는 '항왜'의 존재가 참으로 놀라웠다. 역사 속에서 철저히 사라진 '항왜'의 이야기(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된 항왜만 해도 40명이 넘는다)를 좀더 많이 만나고 싶다. 또한 배경이 일본의 막부시대다 보니, 왜란을 전후한 일본의 이야기에 무지하여, 스스로 안타깝기도 하였다. 더 다양한 책을 통해 풀리지 않은 역사의 숨은 그림을 좀더 찾아보고 싶다. 마지막으로 소설로 돌아가, '박명준'을 다시 만나고 싶다는 생각 뿐이다. '역사'는 뒤로 하고, 아니 굳이 뒤로 할 필요는 없지만 쇼군이 미궁에 빠지는 사건이 발생하면 또 명준에게 도움을 청하겠다니, 조선의 명탐정 '명준'이 어떤 사건을 파헤쳐 해결할 지 사뭇 기대된다. 그리고 '바쇼'와 명준의 만남이 되었던 그의 첫 이야기 <왕의 밀사, 허수정, 밀리언하우스>도 몹시도 궁금할 뿐이다. 또한 최근 밀리언하우스에서 '이정명'의 신간 소식을 접했다. 그의 새로운 이야기가 하루 빨리 세상에 나오길 고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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