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내일 - 쓰레기는 어디로 갔을까
헤더 로저스 지음, 이수영 옮김 / 삼인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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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내일> 뭔가 했더니, 부제가 '쓰레기는 어디로 갔을까'였다. "옳거니, 이거다!" 싶은 생각이 스쳤다. 얼마전에 KBS '환경스페셜(395회, 2009년 7월 1일 방송 "국경없는 침입자 바다쓰레기"편)'을 통해 쓰레기의 최후를 목격하였다. '북태평양의 거대한 쓰레기 무덤 자이어(Gyre)'라 불리는 쓰레기의 최종 종착지로, 그곳의 쓰레기 중 잘게 부서진 플라스틱은 동물성 플랑크톤-"태평양 한가운데 동물성 풀랑크톤보다 플라스틱 쓰레기가 여섯 곱절이 더 많은....." (15쪽)-과 구별되지 않아, 결국 굶어 죽은 새의 비참한 몰골(뼈만 앙상하게 남은 새의 사체 속에는 플라스틱 조각들로 채워져 있었다)은 너무도 충격적이었다. 그 이미지가 생생하게 각인된지 얼마 되지 않아 <사라진 내일>이란 책을 발견하였고 정말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정말 그 많던 쓰레기는 어디로 갔을까?

 

"쓰레기는 영원히 쓰레기일 뿐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299)



 

<사라진 내일>의 저나 '헤더 로저스'는 같은 제목의 다큐멘터리 영화 <사라진 내일(Gone Tomorrow)>(2002)을 발표하고, 못 다한 이야기가 더 많아 이렇게 책까지 펴냈다. 그리곤 이렇게 책을 펼쳐보니, 생생하게 '쓰레기의 경로'을 추적하면서, '쓰레기의 본질'을 파헤치고, '쓰레기의 내일'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한 마디로 '쓰레기의 역사'을 통해 우리의 내일을 이야기하고자 하였다. <사라진 내일>을 통해 본 쓰레기에 관한 진실은  불랙홀같은 혼란 그 자체요, 역겹고 괴기스럽기까지 하였따.  정말이지 쓰레기의 불편한 진실과 마주하는 것은 너무도 곤혹스러운 일이었다. 하지만 분명히 알아야 할 진실이었고, 더 올바르고 가치있는 일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쓰레기의 역사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산업혁명과 세계대전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된 쓰레기는 '소비'와 '낭비'를 조장하는 '자본주의 체제'의 산물이었다. 과거엔 대체로 손쉽게 자연으로 환원되는 유기물 쓰레기였고, 도시의 발달과 함께 가장 큰 문제였던 '분뇨(인분도 포함)'는 모두가 금전적 가치가 있었다. 그러나, 콜레라 같은 전염병 이후, 공중위생개념이 확립되면서, 쓰레기는 불결함과 불편함이 아닌, '건강의 위해'였다. 그러나, 1905년 한 위생학자는 건강을 위한 방책이라기보다는 불괘함과 불편함을 막기 위한 것일 뿐이라 단언하였다. 그리고 쓰레기는 순수하게 시장논리, 자본의 흐름, 정치와 사회 문화와 맥을 함께 하고 있다. '미국'의 쓰레기 현장 보고서인 이 책은 결코 '미국'에 국한될 수 없는 문제였다.

 

"꾸준한 유행의 변화와 기술 혁신이 이어지는 전자제품을 더 빠른 속도로 더 많이 소비라하는 압력과 유혹은 거대한 쓰레기 양산에 불을 붙였다." (257)

 

가장 충격적이고 불편했던 것은 쓰레기의 본질이 순수하게 시장논리, 기업의 이윤 추구와 함께 한다는 것이다. 5장의 '쓰레기의 황금기'는 1950년대 미국의 풍요의 시대 속, 소비의 황금기가 바로 쓰레기의 황금기였다는 것을 조목조목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과대 소비를 부추기면서 대량 생산된 제품(특히 가장 문제가 되는 전자쓰레기들)은 '노후와의 내재화' 속에서 쓰레기를 끊임없이 양산할 수 밖에 없는 현실에 우리는 살고 있었다. '친환경기업'이란 이미지에 속고, 소비자를 기만하는 여러 행태를 볼 수 있었다. 재활용의 현실은 너무도 암담하였다.

 

"플라스틱 포장업계는 세모꼴의 상징을 통해 투표권이 있는 소비자들을 오해하게 했다. 다시 말해 이런 용기는 재활용할 수 있고, 어쩌면 이미 재처리되어 만들어진 제품일지도 모른다고 오해하게 한 것이다. 하지만 두 경우 모두 사실과 달랐다. ...... 이 등급이 생산자들에게 진실로 쓸모 있는 분류 체계가 아니었다는 사실이다.(223)

'코카콜라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녹색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 실제로 재활용할 필요까지는 없음을 깨달았다" (275)

 

<사라진 내일>은 통해 암담한 현실만 본 것은 물론 아니었다. 불편한 진실을 속속들히 알게 됨과 동시에, 과연 우리의 할 일은 무엇인지 고민하게 되었다. 여러 실천적인 대안을 모색하고 노력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또한 거대한 쓰레기 속에서 우리들의 작은 실천이 무의미하고 부질없는 것은 아닌가 하는 딜레마에도 빠졌지만, 자연스레 그러한 개개인의 실천과 노력만이 거대한 공룡과 싸울 수 있는 큰 힘이란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젠 무절제한 소비는 낭비일 뿐이며, 근검절약의 미덕을 실천할 때란 것은 가슴 깊이 새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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