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 게바라의 홀쭉한 배낭
구광렬 지음 / 실천문학사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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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 tv를 통해 처음 '체 게바라'를 만났다. tv 속 단편적인 이미지만을 기억하고 있을 뿐, 지금껏 '어떤 인물이길래, 그토록 열광하고 추종하는 것일까?와 같은 '왜?'에 대한 답을 찾으려 노력하진 않았다. 한 두번 손에 쥐었다가, 곧장 내려놓기를 몇 차례, 그런데 '홀쭉한 배낭' 속 '69편의 시'가 담긴 '체의 녹색노트'라는 선전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체 게바라'에 대해서는 아직 많이 모른다. 어떤 사상과 신념을 갖고 혁명에 뛰어들었는지 깊이 생각하며, 그를 만난 적이 없었다. 하지만 이 책 <체 게바라의 홀쭉한 배낭>을 읽고 나니, 그의 삶을 온몸으로 느끼고 싶다는 열망에 빠진다. 그가 체포되던 날, 그의 홀쭉한 배낭 속에서 지도, 두 권의 비망록 그리고 한 권의 녹색노트가 발견되었다. 그리고 <체 게바라의 홀쭉한 배낭>은 '녹색노트' 속 69편의 시를 분석하고, 그 시를 통해 '체 게바라'을 쫓고 있다. 이 책의 지은이 '구광렬'의 이력에 특별히 주목하게 되면서 더옥 호기심을 갖게 되었다. 베일에 감추어졌던 녹색노트 속 69편의 시는 그가 치열한 전장 속(아프리카 시절, 쿠바 시절, 볼리비아 시절로 세 부분으로 나뉘는 혁명의 시절),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필사한 것으로 모두 그가 좋아했던 4명의 시인들의 시였다. <체 게바라의 홀쭉한 배낭>은 단순한 시의 열거가 아닌, 몇 편의 시를 통해 '체'의 모습과 감정을 추적하였다. 뿐만 아니라, 시와 시인의 역사, 문화적, 정치적 역학관계를 파악하고, '체'와 시인들의 유대를 소개하면서, '체'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가고 있다. 더 나아가 '체'의 마지막 모습을 포착하고, 그가 남긴 상징과 의미를 오늘의 눈으로 해석하고 그의 '진정성'을 파헤치고자 노력한 책이다.

 

책에서 저자가 지적하고 있듯이, 자본주의의 무차별적 상업주의에 길들여져 그의 '이미지'만을 추종했는지 모른다(때론 그를 추종하는 모습을 보면서 의아해하기도 하였다). '수박 겉핥기'식도 아닌, 그냥 눈에 보여지는 것에 만족하고 그것이 큰 기쁨인줄 착각했었다. 그가 죽음과 맞바꾸며, 지키고자 했던 믿음, 신념을 깊이 헤아려 본 적이 없었다. 늦게나마 <체 게바라의 홀쭉한 배낭>을 통해 그의 진정성을 깨닫게 된 것이 다행스런 일이다.

 

지금의 '쿠바'를 보면(쿠바까지 볼 일은 아니다. 지금 우리의 모습도 그다지.......), 어렴풋이 '체'가 꿈 꾸었던 '사람다운 세상, 민중이 해방된 사회'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곤 '실패'라는 단어를 머릿속에 떠올렸다. 하지만 저자가 이야기하듯 '체'의 이상, 신념, 꿈은 '실패'가 아닌, '미완'일 뿐이고, 우리가 여전히 안고 가야할 신념, 이상, 꿈이 아니겠는가! 더이상 '체'가 영웅이 아닌 시대에 살면 좋으련만,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그 '미완의 체'의 꿈과 신념을 쫓아야 할 과제가 남겨 있는 듯, 씁쓸하다. 나 역시 시대에 편승하며 휩쓸리기보다는 내안의 올바른 신념을 갖고, 지키며, 내일의 오롯한 삶에 대한 희망을 안고 '모험'을 떠날 용기를 가져본다. '체'처럼 말이다! 참으로 많은 것을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생각의 키가 한 뼘은 자란 듯 뿌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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