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덕여왕
정진영 지음 / 징검다리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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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로 '선덕여왕'을 만나는 것은 이번이 세번째이다. 붉은 표지가 강렬하게 다가오는 선덕여왕! 출판계에 일고있는 선덕여왕 열풍에 편승한 면도 있지만, 작가의 의도, 상상에 따라 너무도 다르게 그려지는 것이 정말 흥미롭다. 차이를 비교하면서 '선덕여왕'의 캐릭터에 심취하고, 어떤 모습의 '덕만',' 선덕'이 그려질지 자꾸만 호기심을 갖게 된다.

 

기대 그 이상의 선덕여왕을 만날 수 있었다. 이 책은 선덕여왕의 '죽음'으로 시작되었다. 죽음을 예견하고, 도리천에 묻어달라는 유언과 함께 반란 속, 승만을 새왕으로 추대하는 장면으로 살짝 맛을 보았다. 그리고 과거로 돌아간, 진평왕의 시대는 그의 셋 딸의 어린 시절 성장과 결혼이 중심이다. 장녀인 덕만은 일찌감치 아버지에게 후계자 수업을 받는다. 그리고 신라 최고의 미인인 셋째 딸 선화와 이 둘 사이에 낀 다소 평범하다 느끼는 천명 이렇게 셋 딸의 짧막한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곤 공주 시절의 덕만, 그리고 여왕의 시대, 그리고 여왕의 죽음 그리고 이후의 신라는 태양의 제국 편에 진덕여왕, 무열왕, 문무와의 삼국통일(의자왕과 계백장군과 화랑 관창도 만날 수 있다), 당과의 전쟁이 압축되어 이야기된다.

 

이번에 읽은 <선덕여왕, 정진영, 징검다리>의 두드러진 특징이라면, '천명'과 '용춘'의 이야기 비중이 얼마 되지 않는다는 것(선화와 서동은 더 말 할 필요도 없이 비중이 낮다)과 경국지색 '아루'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었다. 차례를 보면서, '경국지색 아루'가 가장 눈에 들어왔다. 기존에 접한 기억이 없는 이름 '아루'였기 때문이다. '아루'는 선덕여왕이 준 '거북 구슬'의 염적 효력을 이용하면서 미인계로 의자왕을 형편없이 농락하는 계략이 담긴 이야기였다. 다소 샤먼적인 이야기를 많은 점이 있었다.

 

그렇다면, 가장 인상적인 것은 무엇일까? 바로 선덕여왕과 비형의 사랑이었다. 선덕여왕과 비형의 사랑의 줄다리기, 그리고 그들의 이룰 수 없는 사랑, 일방적인 것인 아닌, 그들의 영혼이 결합하는 뜨거운 사랑, 그리고 떠날 수 밖에 없는 비형과 그럼에도 선덕 주변을 맴도는 비형의 모습이 새로웠다. 즉, 선덕여왕의 사랑이 여왕으로서의 위엄, 업적보다도 더욱 강렬하였다. 여왕이 아닌 순수한 한 여자로서의 선덕의 사랑은 인간적이 모습 그 자체였다.

 

기존에 다른 책에서 만났던 선덕여왕은 선덕여왕과 어린 시절, 즉위 과정, 권력을 둘러싼 치열한 암투가 중심이 되어 그려졌다면, 이번 <선덕여왕, 정진영, 징검다리>은 그보다는 '사랑'의 비중이 크게 느껴젔다. 결국 사랑보다는 한 나라의 어머니, 여왕으로서의 의무를 다한 선덕여왕이지만, 내게 비형과 덕만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 더욱 크게 느껴졌다. 그래서인지, '선덕여왕'이란 소재를 빌린 연애소설은 아닐까? 의심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선덕여왕 사후, 신라의 모습(짧지만, 진덕, 무열, 문무왕의 시대)을 보여줌으로써, 선덕여왕이 이룩했던 업적을 더욱 부각시켰다. 삼국통일의 의미가 오늘날 '남북 대립과 긴장'과 비교되면서, '통일'이란 단어가 조금은 남다르게 느꼈졌다. 전에 만났던 선덕여왕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부분이었다. 정말 색다른 '선덕여왕'을 만나며, 장마철의 후텁지근함을 몰리칠 수 있었다. 이 다음엔 어떤 모습의 '선덕'을 만날 수 있을까? '선덕'을 만날수록 더 깊이 빠져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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