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 불멸의 기억
이수광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09년 6월
평점 :
품절


 
내가 책을 읽고, 이렇게 무엇인가를 적는다는 것이 이처럼 심하게 망설여지고, 염려되기는 첨이다. 책을 통해 만나고 느낌 '안중근 의사'의 삶이 되려 퇴색되지는 않을지, 그 느낌, 그 감동을 고스란히 옮길 수 있을지~. 또한 나의 미려함 속, 무지와 무관심이 한없이 부끄러워 고개를 들 수가 없다. 그의 삶을 좇다보니, 가슴이 먹먹하고, 뭉클해진다. 콧등이 짠~해지면서, 시큰하지만, 눈물 한 방울조차 죄송스러운 마음에 흘릴 수가 없었다.

 

안중근 의사 의거 100주년! 그렇다. 살짝 기억을 더듬고 보니, 의거날(1909년 10월 26일)이 정확히 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100년의 시간이 지났음을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100'이란 숫자의 의미가 부각되는 시간이 되었는데,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시대적 상황과 역사적 의미를 정확히 알지 못했다. 그냥 모호하게나마, '나라를 위해 숭고한 목숨을 바쳤다'식 교과서 속 한 문장으로 압축되어, 단편적인 상식 뿐이었다. 하지만 나라를 위한다는 것인 무엇인지, 숭고한 목숨의 숭고함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분명, 나는 역사 앞에 무릎꿇고 반성하며, 참회할 일만 가득하다. 하지만 이렇게 늦게나마 '안중근 의사'를 만나고, 뚜렷하게 그의 실체를 확인한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 책 <안중근 불멸의 기억>의 여정은 2007년 7월 12일부터 시작되었다. 딱 이만때쯤, 저자 이수광은 '안중근 의사'의 흔적을 따라 나섰다. 그리고 9박 10일간의 여정 속, 그가 보고 느낀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단순한 역사 탐방이라면, 이만큼의 감동은 아니었을 것이다. 물론 어렴풋한 안중근을 만나러 떠난 여행 속, 서서히 영웅 안중근의 실체가 서서히 뚜렷해졌다. 그리고 그의 흔적 속, 아픈 역사와의 만남은 비수처럼 차곡차곡 온마음에 찔렀다. <안중근 불멸의 기억>의 가장 두드러진 특색은 기행 사이사이 안중근 자신이 '나'의 일인칭 시점이 되어 이야기가 전개되는 팩션이 끼어있다는 것이다. 여순감옥수에서 사형 집행일 전날 밤, 자신의 지난 생을 뒤돌아보며, 하나하나 써내려가며 자신의 삶을 오롯이 보여주는 형식의 이야기는 마치 그가 살아돌아온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하였다. 그리고 더욱 절절하게 그가 내게 다가와 심장에 박혔다.

 

서른두 살 내 젊음을 바친 일에 대해서는 아무런 후회도 없다. 나는 다만 내 인생을 반추하고 있다. 길지도 짧지도 않은 서른두 살 인생이 나를 향해 달려오고 있다. (295)

 

역사의 물줄기를 구경만 하던 입장에서 직접 체험하는 일에 나선 저자를 통해, 그가 밝고 내디딘 곳곳의 이야기가 생생한 역사로 되살아나 내게 온전히 전해졌다. 얼마전부터, 나는 '안중근'하면 '최재형'이란 '시베리아 독립 투쟁의 대부'가 연상되었다. '하얼빈 의거의 영웅 안중근'의 발자취를 따라나선 길에, 비록 짧지만 '최재형'을 만날 수 있었다. '안중근'을 좀더 깊이있게 알고자 하는 마음에서 펼쳐 본 책은 첫머리서부터 나의 호기심을 부채질하였고, 책을 놓는 마지막 순간까지, 전율과 긴장에 떨어야 했다.

 

안중근과 역사를 만나는 동안 입안이 쓴내로 가득 고였다. 그럴수록 더욱 숙연하고 진지하게 독립 투사 안중근, 인간 안중근, 영웅 안중근을 만나며 쓰라린 역사와 대면하였다. 가슴이 뻐근하니, 아렸다. 그래도 끊임없이 만나고 싶다. 서른 둘의 뜨거웠던 그의 삶은 내 안의 작은 불씨요, 등불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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