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스며드는 아침 - 제139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양이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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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제목 '시간이 스며드는 아침'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낭만적이며, 아주 시적인 느낌이, 어떤 이야기를 할지 기대되는 책이었다. 그런데 곧장 이상함이 발견되었다. '김난주'라면? 나는 그녀가 번역한 많은 '일본소설'을 읽지 않았던가! 그런데 지은이는 '양이' 그리고 '천안문 광장' 이라니, 언제 중국소설까지? 그래서 더욱 깊숙이 책 소개를 보았다. '와우~ 흥미롭다.'가 첫번째 생각이었다. 중국의 현대사를 이야기하는 재일 중국인이 쓴 일본소설, 일본어를 모국어로 하지 않는 작가의 아쿠타가와상 수상! 왠지 동아시아 한중일의 역작같은 느낌이 들면서,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이야기가 있을 듯 잔뜩 기대하였다. 그런데, 책을 읽는 내내, 가슴 뭉클한 이야기, 우리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는 듯 마냥 신기하기도 하였다. 기대했던 그 이상의 이야기가 가득했다.

 

주인공 '량 하오위엔'를 중심으로 큰 꿈을 꾸며, 친구 '즈챵'과 같은 대학, 학과에서 공부한다. 아침 일찍 일어나, 기숙사 근처 호수가에서 달리기를 하고, 시를 낭독하고,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 속 '즈챵'과의 우정의 참으로 보기 좋았다. 그런 두 마리의 늑대(하오위엔과 즈챵)을 보면서 지난 대학시절의 모습이 떠오른다-실제 이들처럼 공부하지 않은 것은 부끄러웠다-. 그리고 '깐 교수'를 중심으로, '잉루'와 함께 적극적으로 학생운동을 하게 된다. 학생운동 속 청춘의 열정, 열망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천안문 사태로 학생운동의 좌절을 느끼다, 난투극으로 퇴학을 당하고, 그렇게 밑바닥 인생을 경험하던 중, 잔류 일본인 2세 '우메'와의 결혼으로 일본으로 건너와, 민주화 운동을 계속하는데......

 

하오위엔이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며, 울분을 토하는 모습과 아버지의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실컷 울고 내일 아침 떠오르는 해를 보라고 충고하는 아버지, 그리고 딸 '사쿠라'와 함께 보는, 빌딩 숲 사이로 구석구석 비쳐드는 아침의 태양이 내 눈 앞에 펼쳐졌다. 제목 '시간이 스며드는 아침'이 그 순간 온전히 느껴졌다. 제목 속에 깃든 삶의 진실, 저자가 말하고자 했던 바를 고스란히 느끼며, 냉혹한 현실 속, 그렇게 시간의 흐름과 함께 변화하는 인간의 모습, 어쩌면 변화 그 자체가 인간의 숙명 아니겠는가! 작가의 속삭임이 들리듯 하다. 

 

또한 1989년 중국의 모습은 우리의 1980년대와 아주 닮은 꼴이라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매스컴을 통해 본 우리의 현대사, 민주화 운동, 학생운동의 이야기가 <시간이 스며드는 아침> 속에 담겨 있다. 중국의 이야기를 담았지만, 실제 우리의 이야기가 다를 것이 없었다. 내가 실제로 본 그 시대의 온전한 기억은 없지만, 그들의 아픔, 갈등, 좌절이 지금의 우리를 또한 이끌고 있지 않은가!

 

여느 청춘들의 삶의 발자취 속, '하오위엔'의 야망과 좌절, 사랑과 우정의 이야기는 손에서 놓기 싫을만큼 흥미로웠다. 그의 삶 자체가 중국 현대사를 담고 있으며, 그것은 고스란히 우리의 현대사, 우리들의 삶의 흔적이었다. 몸에 새겨진 아픈 상처를 어루만지듯, 짧지만 강렬한 이야기, 우리들 삶의 이야기에 괜시리 짠~해진다. <시간이 스며드는 아침>의 이야기는 정말 흥미롭고 기대 그 이상이었다. 그럼에도 커다란 아쉬움은 왜일까? 정리되지 않은 많은 생각들, 삶의 모순과 갈등이 복잡하게 머리를 두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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