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 노무현 - 대한민국의 가시고기 아버지
장혜민 지음 / 미르북스 / 200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2009년 5월 23일'은 이젠 특별한 날로 기억될 것이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었던 사람, 대통령이기 이전에 한 인간이며, 한 가족의 가장, 아버지였던 한 사람이 스스로 목숨을 거둔 날로 그렇게 안타까움이 가득한 날로 기억될 것이다. 하지만, 안타까움과 절망의 기억이 아닌, 희망과 꿈을 이야기하는 날이 되어야 할 것이다. 슬픔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이렇게나마 그를 기억하고, 그의 음성, 미소를 추억할 수 있어, 한편으론 다행이지 싶다. 그를 추억하고자 나는 <바보 노무현>을 손에 쥐었다. 그도 한 없는 약자였기에, 그의 죽음이 가한 충격에서 쉽게 벗어나기 힘들었지만, 그래도 그가 꿈꾸었던 세상을 그리며, 힘을 내야 할 것이다.

 

현대사에서 '노무현'은 어떤 사람이었을까? 솔직히, 매스컴 속 '노무현'밖에 기억하지 못한다. 그의 가치, 신념, 그리고 그의 인생을 면밀하게 드려다본 적이 없다. 너무도 늦게나마, 그의 발자취를 따라가 보았다. 어린 시절의 소년 노무현의 이야기, 그리고 청년 노무현, 변호사 노무현, 정치인 노무현, 그리고 대통령 노무현, 그리고 한 사람의 시민 노무현의 모습을 다각도로 이야기하고 있다. 매스컴 속 틀에 고정된 것이 아닌 인간 노무현의 진짜 모습을 책을 통해서 알 수 있었다. 그가 추구하고자 했던 가치가 새삼스레 더욱 빛을 내는 모순 속에 갇혀, 괜시리 미안함만 커진다. 언제나 소리없는 응원만을 보냈을 뿐, 어떠한 행동도 하지 않았던 나의 소심함, 나약함을 보며 부끄러움에 고개 숙이게 되었다.

 

기성회비를 내지 못하던 날, 몰래 엄마의 돈을 훔쳐 하모니카를 사고, 그렇게 결석하며 친구들과 뒷동산에 올라, 종소리에 맞쳐 수업하고 놀았던 모습, 그리고 집에 돌아와 끝까지 모른 척 하던 밤, 부모님의 이야기를 듣다, 크게 깨닫게 되는 모습, '백지동맹'을 일으키고, '우리 이승만 택동령'이란 답지를 제출했던 소년 무현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렇게 가난 속에서도 대쪽처럼 강직했던 모습, 표지 속 입을 다문 노무현의 모습이 오래 기억될 것 같다. 또한 '사람 사는 세상'을 열망했던 그의 신념, 그리고 끊임없이 '희망'의 씨앗을 뿌리고자 노력했던 지난 그의 흔적들을 오래오래 기억해야 할 '의무'를 갖게 된 것 같다.

 

너무 슬퍼하지 마라.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 아니겠는가?

미안해하지 마라.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

운명이다.

 

이렇게 책으로나마 그를 다시 한 번 기억하고, 그의 가치와 그의 발자취를 따라갈 수 있어, 작은 위로가 된 책, <바보 노무현>이었다. 정치적 이해관계, 사사로운 이익에 자신만의 '신념', '가치'를 내던지고, 가볍게 한 순간에 머무르는 사람들 속, '바보 노무현'이 더욱 빛나는 이유, 그 단 하나의 소중한 가치를 잊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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