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여름방학

아빠의 여름방학
사카키 쓰카사 지음, 인단비 옮김 / 노블마인 / 2009년 6월

책 속, 부자간의 이야기는 언제나 유쾌한 것일까? 이번에 읽은 <아빠의 여름방학> 속 아빠 야마토와 아들 스스무의 이야기도 아주 유쾌하고 상큼했다. 난생 처음 보는 사내아이가 아들이라고 찾아온 상황부터 호기심을 자극하면서, 철부지 아빠와 조숙한 아들의 티격태격, 어울리는 모습을 보면, 왠지 모를 행복감을 젖는다. 그리고 그 주변 사람들의 배려 속, 부자의 이야기는 한없이 유쾌하고 발랄했다.

 

폭주족 전력에 호스트클럽에서 일하는 '야마토'에게 갑자기 초등학교 5학년인 사내아이가 "아버지, 처음 뵙겠습니다." 인사를 하며 찾아온다. 그리고 하나뿐인 추억, 단 하나의 얼룩과 같은 엄마 '유키코'를 이야기한다. 그렇게 갑작스럽게 시작된 여름방학 동안의 동거생활, 하지만 상황, 아니, 살림 백단에 별명마저 '엄마'인 아들 '스스무'란 아이의 당돌함과 귀여움, 그리고 갈팡질팡 속에서도 아빠의 자리를 지키려는 야마토의 이야기, 그리고 야마토의 투덜거리는 말투(야마토의 감정을 직설적으로 드러내는 부분)가 책을 읽는 내내, 내게 웃음을 주었다. 야마토의 독백은 나의 웃음코드를 정신없이 자극하여, 낄낄거리게 만든다.

 

재스민이란 호스트클럽 사장의 배려로 '택배 배달원'이 되고, 허니비 택배회사에서 일하게 된다. 그리곤 일정 구역, 그들이 사는 집 주변의 택배 업무를 맡아 리어카를 끌고 동네를 돌아다닌다. 스스무의 살림 백단의 실력과 스스무가 친구(슌, 히데토)를 사귀면서 겪게 되는 위험천만한 일, 야마토를 좋아했던 선생님, 그리고 스스무의 짧은 가출 사건 등등의 이야기 속 조금씩 아빠의 자리를 찾아가는 과정, 진정한 어른으로 거듭나는 과정 속 야마토의 모습이 아주 매력적이었다. 때론 바보스럽게, 하지만, 우직하고 진솔하게 묵묵히 자신의 상황을 즐기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또한 주변 사람들(재스민, 유키야, 나나, 보스 키토우, 리카, 코부짱, 미키티, 이와씨)의 배려 속, 훈훈함이 배가 되어 넘친다. 주인공 '야마토'와 '스스무'를 중심에 두고, 모든 등장인물들이 하나가 되어, 유쾌한 이야기를 끌어가고 있는 것이 감동적이기까지 하였다.

 

'리어커를 끄는' 택배 배달원, 그 녹녹지 못한, 힘든 직업의 세계 속, 야마토란 택배 배달원의 이야기를 통해, 훈훈하고 따뜻하게, 사람 사는 이야기를 담으면서, 색다른 직업의 세계를 생생하고 정감있게 전해주는 참으로 독특한 이야기이다. 과연 '사카키 쓰카사'는 이 다음엔 어떤 직업의 세계를 보여줄까? 벌써부터 은근히 기대된다.

 

아무리 조숙해도 아이는 아이이다. 또한 나이를 먹고 어른 행세를 한다지만, 여전히 부족함이 많은 부모다. 부모란 무엇일까? 자라는 아이를 보면서 좋은 본보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만, 한없이 두렵고, 불안한 게 속마음이다. 그런데, 갑작스런 상황에서 '야마토'는 너무도 훌륭하게 소화하고 있어, 그 모습이 마냥 흐뭇하고 행복하였다. 어리숙함과 부족함을 서로서로 감싸주고, 채워주는 훈훈한 이야기, 유쾌한 이야기가 있는 책,<아빠의 여름방학>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