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닝
쇼지 유키야 지음, 김난주 옮김 / 개여울 / 2009년 6월
평점 :
품절


호기심에 아주 쉽게 이야기에 빠졌다. 일단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기대되는 그런 책 <모닝mourning>이었다.  소중한 친구 녀석이 '자살'을 하겠다고 선언을 한다. 그렇다면 과연 어떻게 할까? 뻔하지 않는가! 어떻게든 자살만은 막겠다며, 설득에 나서고, 그 친구의 아픔이나 상처를 보듬어주며, 함께 하면서 어떻게든..... 노력할 것이다. 아주 당연한 이야기가 왠지 모르게 유쾌하고, 즐거운 이유는 무엇일까? 엉뚱하지만 진진한 반전으로 환하게 웃게하는 참 착한 책이다.

 

'신고'라는 친구의 불의의 사고, 그리고 친구의 장례식에 친구들이 모였다. 그리고 돌아가는 길, 한 친구가 '자살'을 하겠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시작된 긴긴 드라이브 속 추억여행이 시작되었다. 자살을 하겠다는 '준페이'를 설득하는 과정 속, 모두가 귀가할 때까지 자살 이유를 '생각해 내면' 죽지않겠다는 약속을 받은 후였다. 그리고 신고, 다이, 와료, 히토시와 준페이 이렇게 다섯 명의 친구가 함께 동거동락했던 20대 초반 4년간의 대학시절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우연한 기회에 이야기를 이끄는 나, 다이의 집에 함께 모여 살고, 밴드를 결성하며, 즐거웠던 4년간의 시간, 준페이의 자살 이유를 생각해 내기 위해, 그 시절로 돌아간다. 불의의 사고로 죽은 친구 '신고'를 빼면, 모두가 함께 모인 것도 20여년 만이다. 멀리 떨어져 각자의 인생을 살다보니, 모두 함께 만나 이야기할 여유도 없었다. 서로 서로 모두 소중했던 오총사의 만남, 그리고 지난 추억, 사십대 중반을 넘어선 시점에서 친구의 죽음을 계기로 한 자리에 모여, 즐거웠던 청춘시절을 회상하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이야기 속, 숨은 그림을 찾듯, 퍼즐게임을 하듯, 그렇게 즐거움과 기대감, 흥겨움에 취하였다.

 

나 역시 이 친구들의 추억 여행에 동행하면서, 준페이의 자살이유가 무엇일까? 그리고 이 친구들은 그 이유를 생각해 낼까? 그리고 이야기 전개 속, 준페이의 연인 '아카네'의 이야기, 그리고 신고의 결혼식날 있었던 어떤 사건이 무엇인지 궁금해하며, 그들의 즐거웠던 시절의 이야기에 빠졌다. 그러면서 나 역시 나의 대학시절을 추억한다. 이들처럼 나 역시 소중했던 친구들이 있다. 그들과 함께 했던 무수한 시간들, 그리고 그 추억들이 내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이들처럼 한 자리에 모여 그 시절을 이야기하지 못하는 아쉬움과 함께 밀려드는 그리움에 몸서리를 쳤다.

 

"살아가는 데, 하루하루의 생활에 추억은 필요하지 않다. 추억의 집적이 지금의 자신인 것은 분명하고, 과거의 경험이 미래로 이끄는 길잡이라는 것도 맞는 말이지만, 추억은 그저 추억에 불과하다. 일상 속에서는 혼자 조용히 술을 마실 때나 추억에 잠길 수 있다."(80)

 

졸업과 함께 각자의 인생을 찾아 헤어졌다. 그리고 삶에 치이는 시간들, 하는 일 없이 바쁘다는 핑계를 방패삼아, 그렇게 살아가는 우리들, 이들 오총사의 빛나던 청춘의 시절로의 여행은 대리만족식, 그렇게 나를 유쾌하고 즐겁게 했는지 모른다. 자꾸 전화기에 눈길이 머무는 것을 왜일까?

이 책, <모닝mourning>에는 그런 청춘 시절로의 추억여행을 이끌어 준다. 그래서 그렇게 유쾌함이 넘쳐 흐르는지도 모르겠다. 죽음을 옆에 두고서, 그렇게 유쾌하고 즐거움에 빠질 수 있는 것! 청춘의 싱그러움이 한 가득 묻어나는 이야기와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어떠한 삶의 무게 따위와는 상관없이 마냥 웃고 떠들고 취할 수 있었던 20대의 아련한 시절로 추억 여행을 떠나시길~

 

 

"침묵이 껄끄럽지 않은 우정을 쌓은 사람은 행복하지 않을까. 오랜만에 만나서 서로의 근황을 얘기하며 즐거워할 수 있는 정도의 친구 관계는 많은 사람들이 쌓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할 얘기를 다한 후 찾아오는 침묵에 쳔안함을 느낄 수 있는 관계는 과연 얼마나 될까.

그 침묵마저 자연스럽게 느끼며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드러낼 수 있는 우정은 그리 쉽게 쌓이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함께만 있어도 아주 자연스러운 관계.

우리는 바로 그런 친구들이다.

예나 지금이나."  (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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