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벨룽엔의 반지 - '반지의 제왕'의 모티브가 된 판타지의 고전
볼프강 홀바인, 토르스텐 데비 지음, 이미옥 옮김 / 예담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판타지 소설은 이번에 처음이었다. 그런데 판타지 소설의 매력을 홀딱 빠져버린 것 같다. 기존의 역사소설만큼이나 흥미롭고 '신화'가 갖는 탄탄한 이야깃거리가 더위를 한 순간 잊게 해주었다. <니벨룽엔의 반지>만의 독특함인지 아리송할 정도로 다른 판타지 소설들도 조금씩 섭렵하고 싶은 마음이다. 실제 영화 『반지의 제왕』을 아주 긴장감 속에서 재밌게 본 기억이 생생하다. 약간의 '억지'스러움에 투덜거렸지만, 대단히 흡입력을 가진 영화였다. 그런데 <니벨룽엔의 반지>가 영화 『반지의 제왕』의 모티브가 된 판타지의 고전이라 하니,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여러 북유럽 신화 중에 대표적인 것이라 하니, 새롭게 신화를 만나는 기분도 쏠쏠했다.

 

크산텐 왕국과 덴마크의 전쟁 중, 크산텐 왕국은 덴마크의 왕 '할마'에 패하고 왕비 '지그린테'는 '레긴'이란 대장장이에게 은신하는 이야기로 시작하면서 바로 주인공인 14살의 사내아이 '지그프리트'가 등장한다. '레긴'은 '지그프리트'의 신분을 숨긴채, 조용히 대장장이의 삶을 살아가길 소원한다. 하지만, 여행을 떠나게 되면서, 크산텐이 아닌, '부르군트'왕국의 웜즈로 방향을 정한다. 이상한 기운이 가득한 웜즈에서, 우연히 '기젤헤어' 황태자와 싸움을 하게 되고, 왕자 '군터'의 비호아래  부르군트 왕국에 머물게 되고, 공주 '크림힐트'를 사랑하게 되는 '지그프리트'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영화 속『반지의 제왕』의 떠올리면서, '반지'의 이야기에 주목하였다. '반지'엔 어떤 힘이 숨겨져 있는지, 그리고 늙지 않는 '레긴'의 정체는 무엇인지, 그리고 '니벨룽엔족'은 어떤 의미인지, 그리고 '지그프리트'의 사랑은 어떻게 전개될지에 주목하였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가장 인상적인 것은 '부르군트'왕국의 셋째 왕자 '게르노'와 '하겐'의 딸 '엘자'의 이야기였다. 탐욕과 전쟁으로 얼룩진 인간과 그런 세상에서 올곧게 '평화'와 '순수'을 이야기하는 게르노와 엘자는 전체 이야기에서 작은 부분이지만, 니벨룽엔의 반지나 크산텐의 비밀검 '노퉁', 지그프리트의 사랑보다 더 크고 빛났다. 순수한 사랑의 열망에서 시작하였지만, 언제나 인간의 욕망은 끝도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지그프리트'와 '군터'의 이야기, 그리고 두 여인 '크림힐트'와 '부룬힐데'의 안타까운 사랑과 복수의 과정은 흥미롭지만 한편으론 인간의 잔혹함, 어리석음을 대변하는 것 같아, 씁쓸하였다.

 

처음으로 읽은 판타지 소설 <니벨룽엔의 반지>는 아주 흥미로운 소설이었다. 빠른 전개와, 하나하나 인간적인 면모를 지녔던 등장인물들이 점차 탐욕에 서서히 젖어드는 과정은 단순한 재미만으로 읽기엔, 여러가지 생각들을 하게 하였다. 순간, 영화로는 느끼지 못했던 많은 것들을 책을 통해 느낄 수 있었다. (실제 영화는 눈요기하기에 바빴다) 각각의 인물들 모두가 내 머릿속에서 살아 숨쉰다. 한 번 읽기 시작했더니, 손에서 놓기가 힘들었다.

한편으론, 풍성한 이야깃거리를 갖는 '신화'에 주목하였다. <날아가는 비둘기 똥구멍을 그리라굽쇼?>를 읽을 때, 우리나라 '신화'에 주목했던 안타까운 이야기가 떠올랐다. 이미 이야기의 틀이 갖춰진 신화를 재밌고 흥미롭게 재창조한 <니벨룽엔의 반지>를 읽으면서, 우리들의 설화, 신화도 이처럼 많이 재창조되고 더 읽을 수 있는 기회가 만들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번 찾아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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