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의 검은 베일
토머스 소웰 지음, 박슬라 옮김 / 살림Biz / 2005년 5월
평점 :
품절


 경제학의 '검은 베일' 속, 어떤 거짓이 숨어있을까? 내가 알지 못하는 경제학의 숨은 진실은 과연 무엇일까? 하는 호기심을 갖게 만드는 책제목이다. '경제학' 완전 문외한이지만, 경제관련 책을 접하면서, 뉴스를 듣고, 사회를 보는 눈이 좀 커지는 작은 기쁨을 누렸다. 그래서 이 책 <경제학의 검은 베일>을 선택했다. 그런데 오히려 제목에 갇히고 말았다. '그릇된 믿음은 대재앙을 부른다'라며, 엄포를 놓기에, 뭐가 잘못된 것일까?에 초점이 맞춰졌다. 기존의 경제학적 지식-물론 나는 경제학적 지식이라고 할 만한 것이 턱없이 부족하다. 거의 없다.-들이 다 '거짓'이라 생각하며 책을 읽다보니, 역효과로 집중이 되지 않았다. 즉, 기존의 나의 생각들, 내가 받아들였던 가치들(책의 표현대로라면, 내가 '믿어왔던' 그 진실들)이 모두 부정되고 틀린 거라 말하는 것 같아 거북했다. 물론 그릇된 믿음은 고쳐져야 마땅할 것이다. 하지만, '자기 부정'은 쉽지만은 아는 일이다.

 

원제는 Economic Facts and Fallacies 이다. 제목과 달리, 내용, 특히 각장의 소제목만은 원제에 충실했다. 1장'그릇된 믿음은 대재앙을 부른다'과 달리,  2장과7장 까지는 '도시, 남녀 차별, 대학, 소득, 인종 차별, 제3세계'라는 6가지 부류의 사회현상과 경제학적 접근에 대한 '사실과 오해'를 이야기하고 있다. 또한 각 장마다 '요약 및 의의' 부분을 두어, 미쳐 알지 못한 내용에 대해 풀이해주고 있다. 8장의 결론 '경제학의 검은 베일을 들추면 진실이 보인다'의 진실은 '거짓'이 아닌, 통계학적 자료를 통해 본 경제학적 인과관계 분석, 그리고 그 속에 있는 오해들을 정리하고 있다. 부분의 확대가 전부가 아니듯, 여러 많은 정치, 사회적 현상들의 원인들을 경제적 잣대를 측정하는 것의 어려움을 익히 알기에, 이런 논리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갖고, 최대한 책에 집중해보았다. 

 

'달걀이 먼저냐? 닭이 먼저냐?'는 질문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의도를 파악하고자 머리 속이 분주했으며, 바로 이해하고 있는지 꼼꼼히 따져봐야 했다. 그 중에서 가장 아리송했던 부분은 3장 '남녀 차별에 대한 사실과 오해'였다. 즉 남녀간의 임금의 불평등(?)의 원인을 분석하고 있는데, 역사적 관점, 산업화 과정을 겪으면서, 노동의 변화, 여성의 사회 진출 등의 문제를 경제적으로 설명하는 것은 흥미로웠다. 다만, "여성이 남성보다 보수가 낮은 직종을 선택하는 경향이 크다"는 말로, 합리화하는 것은 좀처럼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사회적 역사, 정치적 여건 등을 앞서 충분히 설명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성 스스로의 선택일 뿐'이었다 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처음 들어본 낯선 이론, 자료는 모르기에, 오랜만에 '공부하는 마음'으로 책과 마주하였다. 진정 '공부'하는 자세로 참을성 있게 책을 접하다 보니, 많은 실례, 다른 나라의 선례를 통해 우리의 현실을 돌아볼 수 있었다. 특히, 도시 문제, 인종 문제에 대하여, 지금의 우리와 비교하는 재미가 쏠쏠하였다. 대학 문제은 기본에 갖고 있던 '부정적 이미지'에 대하여 구체화할 수 있었다. 비영리기관, 학문의 장인 '대학'은 이젠 확실히 없는 듯하다. 그리고 7장 '제3세계에 대한 사실과 오해'부분에서는 '제3세계'에 대한 정의와 '해외 원조'의 실체를 재확인하였다. 정말 머리가 '탁' 트이는 순간이었다. 자연 재해와 관련된 인도주의적 원조와 '해외 원조'의 극명한 차이의 비교를 통해, 검은 베일 뒤에 숨겨진 진실, 강요받았던 그 믿음의 실체를 목격하였다.

 

자신이 틀렸다는 것을 인정하길 좋아할 사람은 없다. 물론 그렇다. 그래서 조금은 힘들었다. 하지만 정치 사회적 여러 현상들, 기존의 많은 사회 문제를 야기하는 것에 대한 경제학적 원인 분석은 흥미로웠다. 전혀 깨닫지 못한 부분도 있고, 기존의 이론을 재확인한 부분도 있었다. 또한, 모호하게 알고 있던 것, 갸웃거리게 만들었던 것의 의미를 명확하게 해주었다. 바로 그것이 이 책의 가장 큰 수확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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