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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노키오 ㅣ 인디고 아름다운 고전 시리즈 6
카를로 콜로디 지음, 김양미 옮김, 천은실 그림 / 인디고(글담) / 2009년 4월
평점 :
내가 기억하는 '피노키오'란 거짓말은 하면, 코가 길어지는 것, 파도가 넘실거리는 바다를 헤어치는 모습, 그리고 상어 뱃 속에서 할아버지를 만나는 모습이 전부이다. 과연 읽은 기억이 있던가 싶게, 기억나는 것이 세 장의 사진처럼 압축되버린 상태였다. 그리고 '인디고'에서 출판되는 아름다운 고전 시리즈의 다른 책을 통해 이미 이쁜 그림이 넘치는 책에 대한 호기심에 <피노키오>을 손에 쥐었다. 표지의 예쁜 그림이 나를 안달나게 하는 책이다. 책 속에 또 얼마나 예쁜 그림이 숨어있을까? 작든, 크든 곳곳의 그림들에 나는 아주 만족스러웠다. 한 가득 미소를 짓게 하는 예쁜 그림들.
거짓말을 하면 코가 길어지는 피노키오의 모습은 평생의 그림자같은 것이었다. 어린 시절 판에 박히듯 기억된 한 조각은 살면서 괜시리 움찔하게 만들고, 무언가를 조심하게 만든다. 그러면서, 이렇게 어른이 된 시점에서 동화책을 읽는다는 것은 색다른 경험으로 다가와, 무수한 생각들의 짜깁기를 시작하게 한다. 단, 단순, 간단 명료해서 좋다. 머리가 한결 맑아지는 느낌에 빠진다. 물론 지금의 현실에 비추어서 곡하게 읽기도 하고, 때론 '진실은, 진리는 언제고 하나'라는 말을 되새기며 희망차게 읽기 마련이다. 가물가물한 기억, 추억이 되살아나면서, 잊고 지냈던 많은 과거의 이야기가 새록새록 피어나면서, 그렇게 정신없이 읽었다. 결말을 뻔히 알면서도 왜이리 재밌는건지~ (물론 결말만 안다뿐이지,그 과정 속 많은 이야기, 여우와 고양이, 달팽이, 파란 머리 요정, 귀뚜라미의 이야기는 모두다 낯설고, 새로웠다.)
피노키오의 사건 하나하나마다, 넘치는 유혹의 손길, 그리고 피노키오의 어리석음, 그리고 용서, 그리고 반성과 후회를 보다보면, 마치 내 모습을 보는 듯하였다. 물론 지난 잘못들에 대해 유혹의 손길을 내민 그 무언가를 탓할 마음은 없다. 하지만 피노키오처럼 그렇게 언제고 어리석은 판단과 그로 인한 반성, 후회, 그리고 되풀이되었던 많은 그것들이 한 눈에 들어왔다. 새삼 피노키오를 통해 나를 객관화할 수 있었다.
정말 글을 읽는 재미와 함께 보는 재미가 한 가득이다. 보는 것만으로도 왠지 내 마음이 예뻐질지 모른다는 착각 속에서, 지난 추억, 지난 과거의 잘못들을 떠올리며, 피노키오를 만났다.
말썽꾸러기 나무 인형 피노키오가 멋진 아이가 되고, 의자에 기댄 커다란 나무 인형을 쳐다보며 한 마지막 말이 내 가슴에 비수처럼 박혔다.
"나무 인형이었을 땐 이렇게 우스꽝스러웠구나! ......... " (32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