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벽돌 무당집 1 - 공포의 방문객
양국일.양국명 지음 / 청어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나는 공포영화는 물론이거니와 공포소설 또한 좋아하지 않는다. 남들은 '스릴, 공포'를 즐긴다지만, 구지 그런 것(악쓰고, 핏빛없는 얼굴, 잔인한 살해흔적 등등)을 봐야할까? 하는 회의, 그리고 공포에 대한 개인적인 두려움에 쉽사리 접하지 않는다. <붉은 벽돌 무당집>속, 공포, 두려움이 하나의 '허상'이란 말을 한다. 이야기를 이끄는 주인공 나(강우민)의 친구 '수일'처럼 '집단 무의식이 만들어낸 공포의 허상'에 불과하다며 일축하고 즐기기엔 내 간과 심장은 너무도 약한 듯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장을 채 읽지 않은 채로 금새 빠져들었다. 핸드폰의 정시 알람을 놓치면서 그렇게 깊이 빠져 공포와 대면하였다. 한 마디로, 재밌고 흥미롭게 읽었다. 그리고 '공포의 방문객'의 미끼를 물고 말았다. 2권의 이야기에 대한 궁금증에 온몸이 들썩거린다.

 

한 여름, 아니, 요즘같이 때이른 무더위가 기승을 부릴 때, 한 낮의 무료함을 달래기에 아주 안성맞춤인 '공포소설'이었다. 당당히 공포소설임을 표방함에도 글을 읽다보면, 탐정 같은 '나(우민)'의 이야기에 빠져 이내 추리소설이 되었다가, <향수(파트리크 쥐스킨트)>, <돌연변이(로빈 쿡)>과 같은 여러 소설들이 마구마구 떠오르며, 한 쪽머리는 비교하느라 바쁘고, 또 한 쪽 머리는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지를 가늠하느라 바빴다.

 

<붉은 벽돌 무당집 1>이야기는 두가지로 사건으로 전개된다. '샤이닝'이란 공포카페를 운영하는 나(강우민)과 특별회원이자 오랜 친구(?) '수일'과 '은정

', 그리고 또다른 특별회원 고교생 '미라'는 미라의 친구 '유진'의 귀신 경험담을 듣기 위해 한 자리에 모였다. 그리고 구도서관에서 일어났던 일, 그리고 그 이후의 사건들의 이야기를 들은 우민과 은정이 흉가체험을 하듯, 그렇게 구도서관을 찾는다. 그리고 그 곳에서 만난 교복 입은 여자 귀신, 그리고 은정의 사라짐, 그리고 남겨진 우민의 이야기가 첫째다. 또한 중학생 진규, 그리고 이상증상을 보이는 진규의 누나 '정아' 그리고 이상한 누나의 실체를 파헤치려는 진규의 이야기가 둘째다. 이 둘의 이야기가 언제쯤 하나의 연결고리를 갖게 될지에 대한 궁금증과 진규, 그리고 누나의 실체, 그리고 사라진 은정과 은정의 살인미수 사건의 진실에 대한 호기심을 가득 안고 책을 읽기에 바빴다.

 

은정에 대한 사랑, 그리고 죄책감에 우민이 '자기 심장을 잃어버진 사람'같은 몰골을 하였지만, 난 이야기에 내 심장이 벌렁벌렁 뛰다가, 멈춰 버릴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내 심장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애써 조심하였다. 또한 우민의 심장이 강렬히 고동칠 때면, 내 심장은 터질 듯 아려왔다. 등은 온전히 소파에 딱 붙이고, 책을 통해 자연스레 밀려드는 공포와 마주하였다, 문득 어린 시절 읽었던 전래동화'장화홍련'이 떠올랐다. 한을 품고 죽은 영혼의 몸부리, 그리고 그것을 풀어주는 영민한 사또, 그 사또는 '우민', '정아', '진규', '은정'이었고, 천사의 나팔소리가 들리는 날의 심판은 여지없이 찾아왔다. 안타까운 죽음, 그 죽음의 실체와 마주하는 공포, 그리고 그 속에 숨은 진실이 잘 혼합되어, 재밌는 소설책 한 권이 되었다.

 

붉은 벽돌 무당집의 '귀신이 쓴 책'은 안타까운(너무 약한 표현이다) 죽음에 직면한 많은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영혼에 조의를 표하며, 그들의 영혼이 부디, 좋은 곳으로 훨훨 날아가길 바란다. 진정 억울하고 분한 죽음만큼은 없는 세상이 되면 좋겠다.

 

단편 '공포의 방문객'의 짧은 이야기 역시 강렬하다. 입, 턱이 쪼그라드는 좀비같은 부류에 대항하게 될 박테리아 박태호 체육선생님과, 학년짱 덕준, 그리고 나의 고분부투하는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작가의 말을 통해 만난 <검은 고양이(에드거 앨런 포)> 또한 궁금해졌다. '에드거 앨런 포'가 어떤 사람인지 전혀 알지 못하지만(들어본 기억은 있다), 내 깊은 무의식, 의식의 세계에 자리한 '검은 고양이'에 대한 적대감, 공포감과 마주하고 싶다는 몹쓸 생각마저 스쳤다. 날렵한 몸매를 자랑하듯, 어두운 골목을 누비는 '검은고양이'를 상상하며, 다가올 한 여름을 기약해본다.

 

"현실에 대한 도피는 결국 과거의 벽에 영영 가로막히고 마는 참담한 결과만을 낳았다. 그러한 집착들은 참으로 어리석은 행위들이었다. 세상과 단절된, 벽으로 막힌 삶 속에서 나는 지나버린 것에 대한 허상을 쫓느라 실제 삶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29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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