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영운의 우리 땅 과학 답사기 - 30억 년 한반도의 자연사가 살아 숨 쉬는 우리 땅의 비밀을 찾아 떠난다! 손영운의 우리 땅 과학 답사기 1
손영운 지음 / 살림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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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은 자연의 얼굴이다. 자연이 지금까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는 땅에 새겨진 구름과 상처들은 보면 알 수 있다. 사람의 얼굴을 보면 그간 살아온 삶을 짐작할 수 있는 것처럼 땅도 이와 마찬가지다." (134)

 

'과학답사기'라는 제목에서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우리의 산천을 누비며, 그 곳에 숨어 있는 과학적 사실, 특히 지구과학 시간에 배웠던 지식(물론, 거의 잊어버렸다.)들, 지질학적 접근만을 생각했다. "30억 년 한반도의 자연사가 살아 숨 쉬는 우리 땅의 비밀을 찾아 떠난다!" 라는 부제를 통해서도 이 책의 성격을 파악할 수가 있다. 하지만 방심을 금물이다. 첫 번째 '경기도 연천'편에서 한 방 제대로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정신을 가다듬으며, 책을 대하는 마음자세 또한 다시 잡았다. '연천 전곡리 선사 유적지'의 역사적 의의가 첫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으니 그럴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한반도의 자연사 뿐만이 아닌, 생생한 삶의 현장, 역사와 문화사까지 아우르고 있는 책이라 정말로 깜짝 놀랐다. 그렇다. 이 책, <손영운의 우리땅 과학답사기>는 과학적 접근에만 그쳐 딱딱한 지식 전달이 아닌,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까지의 삶의 전반적인 고리를 연결하면서, 과학적 지질학적 의의뿐이 아닌, 우리 역사, 우리의 문화가 고스란히 녹아 있다. 지명의 유래와 같은 것을 시작으로, 지형적 생태, 특색을 통해 쉽게 과학에 접근하고 있었다.

 

말로만 듣던 '시화호'의 그 부정적 이미지가 이 책을 통해 호기심 가득한 장소로 변했다. 사진 속 풍경에서 위대함과 웅장함이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강화도 장화리 갯벌'의 의의와 중요성을 깨달으며, 더욱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경상북도 청송'을 만났다. 다른 책을 통해 만났던 '청송'의 인상적인 '주왕산', '백석탄'과 '꽃돌'의 지질학적 의미, 그 탄생의 비밀을 이 책을 통해 풀었다. 그 오랜 세월이 빚어낸 자연풍광이 더욱 소중해지면서 한없이 멋스럽게 느껴진다. 지금껏 우리 산천의 배경을 소개했던 책을 만나면서, 그 아름다움에만 심취했었다. 그런데 이 책은 더 나아가 그 아름다움 속에 숨은 많은 비밀들을 토해내고 있어, 아름다울 수 밖에 없는 극명한 이유들로 더욱 애뜻해지고 사랑스러움이 넘치는 우리 땅으로 만든다. 물론 우리 땅에 대한 저자의 사랑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지구의 오랜 시간, 그 가늠할 수 없는 시간의 무게를 새삼 느낀다. 우리 눈에 변하지 않는 듯, 그대로의 자연인 듯하다가도, 또한 변화무쌍함이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숙연했던 마음과 함께 깊은 미안함도 느껴졌다. 요즈음 인간의 인위적인 행위로 인해 많은 자연이 훼손되고 파괴되는 것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앞으로도 더욱 그럴 것이고, 그러하기에 이 책은 정말 유익했다. 살아 숨쉬는 자연을 만나면서, 그 숨쉼을 헤아릴 줄 아는 여유도 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 그리고 게으름과 귀차니즘을 멀리하고, 맛있는 공기 찾아, 멋들어진 풍경들을 찾아 나 역시 떠나고 싶었다. 단, 흔적은 최소한으로 해야겠다는 다짐도 함께.

 

아름다움에 빠지면서도 그 속에 숨어있는 많은 과학적 지식을 만났다. 더나아가 '손영운의 과학지식'란을 통해 풍부하고 깊은 과학 지식을 쌓게 될 것이다. 또한 추상적인 지식이 아닌, 내 기억 속 풍경들과 함께 겹쳐지면서 '아~ 그것이 바로 이거였구나'하면서, 지형적, 지리적 특색을 쉽고 구체적으로 형상화할 수가 있었다. 지금 중학교 1학년 1학기 과정에서 지구(지구의 내부, 지표)에 대해 배우면서 암석에 대해서 배운다. 달달 외우기 바빴던 그 암석들의 특징을 책을 통해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즉 아이들 학습 자료로도 유용하겠다는 생각이 팍팍  들었던 책이다.  

 

교직은 그만두고 시작한 꿈, 그 꿈의 실현이 바로 <손영운의 우리땅 과학답사기>이다. 또한 이 책은 '우리땅 답사기'의 첫 번째 시리즈이다. 지구과학 전공자 답게 과학자의 눈을 통해 우리땅의 비밀이 밝혀지는 것이 학창시절 지구과학시간과 겹쳐지면서 또다른 추억에 젖기도 하였다. 우리 땅 곳곳의 많은 흙덩어리, 돌덩어리들, 그냥 마냥 지나쳤던 것들이 점점 살아있다는 느낌이 전해진다.  '대한민국 사람으로 태어나 우리 땅을 돌아다녔다면, 지구인으로 태어났으니 다른 나라의 땅도 가 보야 한다고 생각한다(5)'는 그의 열렬한 소망에 뜨거운 응원을 보내며, 그 꿈의 열매들을 고스란히 맛나게 즐길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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