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밝혀졌다
조너선 사프란 포어 지음, 송은주 엮음 / 민음사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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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밝혀졌다.' 과연 밝혀졌다는 모든 것이란 무엇일까? 제목을 보면서 문득 든 첫번째 생각이다. 그런데 작가에 대한 이력을 보면서 <남자 방으로 들어간다>의 저자(니콜 크라우스)와 남편이란 사실이 눈에 들어오면서, 부부의 작품세계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다. <남자....>는 술술 쉽게 익히는 소설은 아님에도 불고하고 그 소설의 한 소재가 머릿 속에 각인되어, 자꾸 상상하게 된다. 이 부부는 사람들의 고통과 아픔에 귀기울리며 끊임없이 탐구하며 소설을 쓰나보다. 고통스런 과거(유태인 대학살, 원자폭탄, 911테러 등등)를 끄집어내며, 나에게 고통을 전가시킨다. 물론 내가 겪지 않은 아품 때문에 곤란스럽기도 하지만, 천천히 이야기에 몰입하게 된다.

 

'모든 것이 밝혀졌다'는 세부분으로 나뉜다. 알렉스가 중심이 되어, 알렉스와 할아버지 알렉스 그리고 저자와 이름이 같은 조너선 사프란 포어의 여행과정이 그 첫번째다. 조너선이 쓴 소설과 조너선에게 쓴 알렉스의 편지의 나머지 두 부분으로 같은 세부분의 형식이 반복된다.

조너선이 쓴 소설 형식은 처음에는 무슨 소리를 아닌지 난해했다. 더욱 그러했던 이유는 알렉스의 입을 통한 여행 과정이 너무도 유쾌하게 그려졌기 때문에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것이 선뜩 맘에 들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알렉스의 어눌한 영어는 번역 과정에서 충실하게 반영되어 알렉스의 상황을 둘러싼 알렉스의 이야기방식이 너무도 재밌고 엉뚱하면서 발랄하게 느껴졌다. 알렉스란 캐릭터에 쉽게 빠져버렸다. 또한 장님임을 주장하는 알렉스의 할아버지 또한 엉뚱하게 느껴져서 왠지모르게 코미디 한 편을 보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제목이 모든 것이 밝혀졌다.에서 알 수 있듯이 할아버지의 고향을 찾아온 미국인 작가지망생 조너선은 할아버지의 은인 '오거스틴'을 찾는다. 오거스틴을 찾는 과정에서 유태인 대학살과 관련한 우크라이나의 역사를 만날 수 있다. 유쾌한 듯 그려지는 소설이 어느덧 여행 막바지에 이르면서 서서히 드러나는 진실은 조금은 예상했음에도 충격적이었다.

 

그리고 '나라면?'이란 과정을 하면서 이야기에 몰입하게 된다. 한 시대를 휩쓴 역사적 사건에서 특히, 전쟁과 같은 상황에서 개인의 선택은 너무도 나약하고 무기력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그로 인한 고통은 또한 개인의 문제처럼 느껴졌다. 소설이 다룬 세계대전 속 유태인 대학살이 아니더라도, 우리의 일제시대를 생각하면서, 과연 나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끊임없이 의문을 갖으며, 나와 대화를 해야만 했다.(결론은 뭐......)

 

과거로의 여행, 그리고 과거 속 진실과 마주하게 되는 것이 항상 좋은 일만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끊임없이 진실에 가까워지기 위해 노력한다. 끔찍한 사건을 통해 사라진 '트라킴브로드'로의 여행과 오거스틴을 대신한 할머니 '리스타'를 통해 지난 과거의 진실이 드러나면서 느끼게 되는 많은 고민이 이 책을 남다르게 하는지 모르겠다. 책을 읽기 전, 이 소설에 대한 찬사들에 대한 회의는 물거품처럼 사라졌다. 그리고 빨간 손이 인상적인 그의 소설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을 읽어봐야 겠다. 911테러와 관련하여 어떻게 이야기를 풀고 고통을 나누고 있는지 자뭇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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