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는 것이 쉬는 것이다 - 옛길박물관이 추천하는 걷고 싶은 우리 길
김산환 글 사진 / 실천문학사 / 2009년 3월
평점 :
품절


 
지난 KBS의 1박2일을 통해 제주도의 올렛길을 처음으로 만났다. 진정한 제주도를 만난 듯 아주 설레였고, 한 번쯤 가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어떤 기사에서는 '제주도의 홍보'만을 위한 시간이었다며, 비난하였지만, 나는 그래도 너무 즐거웠다. 그런데 바로 '걷는 것이 쉬는 것이다'라는 책을 접했다. 책의 차례를 보니, '제주 올레'가 한 눈에 들어왔다. 발품 들이기 전에 먼저 제주 올레를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또 한 번 설렜다. 그리고 살짝 제주 올레를 맛보기 하였다.

 

'것는 것이 쉬는 것이다' 참 제목도 느낌이 참 좋다. 나 역시 산책하듯 그렇게 서늘서늘 한적하게 걷는 것 무척이나 좋아한다. 물론 등산도 물론 좋지만 아주 즐겨하진 않는다. 찐하게 땀 한 번 흘린 후의 그 상쾌함을 알지만, 워낙......

 

책의 머리말을 읽고, '임실 섬진강'과의 첫 대면부터 어린 시절이 절로 떠올랐다. (참고로 나의 고향은 수몰이 되었고, 나는 진정 실향민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나이들수록 점점 '실향민의 설움'같은 것이 조금씩 피어나 눈시울을 붉히기도 한다.) 초등학교 시절이면, 대략 한 시간은 족히 걸어가야만 소풍지였다. 비포장 도로옆으로 자그만한(아닌 컸다. 실개천이니, 또랑은 아니니깐) 내가 흐르고, 푸르른 산과 들이 펼쳐지는 그곳을 뭐가 그리 좋은지, 노래 부르며, 재잘재잘거리며, 걸었다. 바로 그 시절의 그 길, 그 풍경들이 책을 통해 생생하게 펼쳐졌다. 오롯이 지난 옛풍경들이 한 가득 담겨 있어 한편으론 가슴이 아렸다.

 

'것은 것이 쉬는 것이다'를 통해 만난 길 중에 나 역시 가장 가고픈 길을 꼽아보았다. 일단은 '제주 올레', '인제 점봉산''장성 축령산'이다.

 

'제주 올레'는 소설 <조선의 여성상인 김만덕(윤수민)>에 이어 제주를 무척이나 그립게 만들었다. '제주 올레'는 더이상 말않겠다.

푸르름이 가득한 '인제 점봉산!' '자작나무 껍질에 편지를 쓰던 그 숲'이란 저자의 짧은 글이 인제 점봉산을 있는 그대로 내 눈앞에 펼쳐주었다. 초록빛 녹음이 가득한 또다른 별세계였다. 푸른 숲의 맑은 정기가 책을 통해, 고스란히 느껴진다. 자작나무의 진실(화촉을 밝히다의 '화'가 자작나무라는 것과 같은 진실^^*)에 다가갈 수 있다.

'나무를 심는 사람'의 '장성 축령산!'은 또다른 만남이었다. 일단 프랑스의 어떤 양치기 노인을 소개하는 글로 시작한다. <나무를 심은 사람(장 지오노)>이란 책의 내용인데 저자가 뒷장에서 바로 소개하면서 또다른 인물을 소개한다. 바로 '춘원 임종국'이란 분이다. '산림왕'이란 별칭이 붙은 그 분은 평생을 나무를 심고 가꾸는데 받쳤던 분이다. 그곳이 바로 '장성 축령산'이었다. 곧게 뻗는 나무 사이, 그 울창한 푸르름이 가득한 곳으로 한 줄기 햇살이 비치는 그 모습이 내 마음에 와닿는다.

 

걷고 싶은 우리의 멋진 길에 대한 소개와 함께 걷들여진 또다른 이야깃거리도 또한 이 책의 즐거움이다. 그 중에서 '매창 이계생'과의 만남이 가장 특별하고 흥미로웠다. 또한 이 책을 통해 내가 가 봤던 '부안 변산'과의 옛추억 또한 되살아났다. '부안 변산'에서 느꼈던 별세계! 그 곳에서 느낀 놀라움이 절로 되살아나고 되살아났다. 그 때의 땀냄새며, 푸르름이 가득했던 산과 저멀리 보였던 바다! 그 때의 신선한 충격의 나만의 보물이 아닌 우리 모두의 보물이리라~

 

그 외에도 소개되는 곳곳마다 내 한 번 꼭 다녀오리라 다짐하고 또 다짐해보았다. 단순한 여행지 소개가 아닌, 우리의 산천을 사랑하며, 그 곳에서 살았던 옛사람들의 정취, 지금 우리들의 삶의 숨결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참말로 고마운 책이다. 또한, 이 책은 지난 날의 나를, 잊고 지냈던 나의 많은 추억들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감나무의 노오란 감꽃이 떨어지는 작은 골목, 친구 집 가던 그 길이 절로 생생해지면서, 내 마음도 풋풋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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