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못 된 세자들 표정있는 역사 9
함규진 지음 / 김영사 / 2009년 3월
평점 :
품절


일단 제목이 흥미를 자극한다. '왕이 못 된 세자들!' 그런데 더욱 호기심을 끄는 것은 조선의 세자들이 27명이라는 것과 그 중에서 12명이 왕이 되지 못하는 불운을 겪었다는 책 소개에 그 세자들의 뒷이야기가 궁금해졌다. 왕조중심의 역사, 왕들의 역사를 쉽게 접할 수 있지만 권력의 제2인자에 주목하며 책을 엮었다는 것이 아주 흥미로웠다. 물론 그런 세자들 중에 양녕대군이나 소현세자, 사도세자의 이야기는 너무도 익숙한 이야기라 할지라도, 그 밖의 다른 세자들의 이야기는 무척이나 낯설었다. 얼마전에 '효명세자'에 대한 깊은 인상을 받은 적이 있었는데. 이 책을 통해, 재회의 시간을 갖기도 하였다. 또한 조선의 마지막 세자 '영친왕 이은'을 새롭게 만날 수 있었다. 조선시대 전반을 아우르면서도 우리의 현대사의 일면을 또한 만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였다.

 

'왕이 못 된 세자들'은 세자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서술하면서도 결코 나긋나긋하지 않다. 권력의 제2인자의 삶 속에 녹아있는 깊은 우울, 회환 때문인지 기존에 알고 있던 긍정적인 모습의 세자들(특히 양녕대군, 소현세자, 사도세자)의 이미지가 깡그리 무너지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물론 양녕대군에 대한 이미지는 '불륜의 한국사'를 통해 이미 퇴색된 뒤이기도 하지만). 객관성을 견지하기 위한 저자의 노력 때문인지, 세자를 둘러싼 정치, 사회적인 상황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 심리적인 접근들은 기존의 이미지에 칼날을 드리우며, 비교하고 또 비교하게 되었다.

특히 '소현세자'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에 많은 손상을 입기도 하였다. 청나라에 인질로 끌려갔다가 돌아온지 얼마 지나지 않은 죽음, 그 죽음에 대한 무수한 의문들, 아버지의 불온(?)한 태도(권력의 적수로 생각하는 아버지, 인조)에 신음하여, 쓸쓸하게 죽어야 했던 소현세자! 청나라에서 서양문물에 대한 개방적인 태도를 지녔던 소현세자!  기타 등등의 이야기로 '만약?'에 대한 여러 가지 상상을 할 수 있었던 소현세자에 기존의 안타까운 생각들이 조금은 무색해졌다. 또한 세자빈 강빈과 그의 자식들에 대한 인조의 후폭풍에 대한 이야기가 조금은 끔찍하기도 하였다.

또한 '폐세자 이황과 이질'의 이야기도 기억에 남는다. 연산군과 광해군의 세자들인 그들은 연산군과 광해군의 상황이 대조를 이루면서 전혀 생각해 보지 못했던 폐세자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조선의 모습을 살짝 들쳐보았다는 점에서 무척이나 흥미로웠다.

 

'세자'제도에 대한 접근, 그리고 권력의 핵심이면서 권력의 희생자가 되어야 했던 삶을 통해 권력의 날카로움에 몸서리를 치면서 책을 읽었다. 병사와 같은 어쩔 수 없는 죽은 자체에 대한 것도 있지만, 조선의 정치는 치열한 권력투쟁의 한복판이었음이, 그리고 그 처절한 싸움 뒤에 감춰진 불행했던 세자들의 삶과 죽음의 관계가 씁쓸함으로 남는다.

 

전혀 생각지 못했던 역사의 뒷이야기를 들었다. 권력의 그늘은 정말로 깊고도 어둑컴컴했다. 권력을 들러싼 정치, 사회적 조선의 모습을 세자를 통해 만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또한 기존 역사이야기에 대한 날카로운 반박과 논리정연한 상황판단들이 낯설었지만 역사에 대한 객관적인 시야를 넓혀주고 있는 책이다.

 

또한 '왕과 세자'의 관계를 떠나, 부모와 자식간의 관계, 그리고 자식사랑과 교육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며 '과연 어떠한 부모가 참된 모습일까?'를 고민해보면서 오늘을 투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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