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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학년 1반 34번 - 종잡을 수 없는 사춘기 아이들의 마음을 잡아주는 이야기
언줘 지음, 김하나 옮김 / 명진출판사 / 2008년 12월
평점 :
품절
고등학생이 된 사촌동생에게 이성친구가 있다. 이번에 그 친구가 어느 학교에 갔을까? 궁금했다. 하지만 너무 어른다운 질문이란 생각에 목까지 올라온 그 질문을 거두고 말았다. 나도 이렇게 어른의 탈을 쓰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는 내내, 이미 어른의 탈을 쓴 내가 참으로 부끄럽고 또한 미안하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그렇게 질문을 거둔 것에 대해 다소나마 안도감에 들었다.
너무도 섬세하면서 부드럽게 아이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림과 짧은 글이 어우러지며, 학창시절의 고민, 방황이 고스란히 책 속에 녹아 있다. 하지만 그 고민에 공감하면서도 그보다는 아직 덜 성숙한 어른의 탈을 쓴 나 자신과 대면해야 했다. 말그대로 어른의 탈을 쓰고서는 나는 아이들과 마주하고 있었다. 나는 아이들을 마음으로 어루만져 주는 다정한 어른이기보다는 책 속의 무서운 선생님(올챙이 샤오헤이를 학교에 가져갔다가 이유로 벌을 주는 선생님, 회초리 들고 선 선생님)처럼 권위적이고 위압적인 괴물로 변해 있었다.
모든 것은 동전처럼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장점을 취해 긍정의 마음을 갖으라 말하지만, 때론 부정적인 면으로 아이들을 위협하고 몰아세우는 모습, 단 하나의 길 밖에 제시하지 못하는 어리석음이 너무도 극면하게 들어났다.
그 숲은 길이 위험하니 들어가선 안 되다고,
그 숲이 위험하긴 하지만
그만큼 아름답다는 사실을 말해준 어른은
아무도 없었다.
어른들은 제대로 그 숲에 가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저 가서는 안 되는 위험한 곳으로만 알고 있었다. (127쪽)
학교라는 제도 속에 아이는 행복하지도 자유롭지도 못한다. 하지만 학교라는 제도 뿐이 아니더라도, 어른이 된 지금도 행복하지 못하고 자유롭지 못하다는 생각에 얼마나 방황하는가! 지난 시간에 대한 후회, 아쉬움이 때로는 "그 때가 좋았지"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다. 그때는 그때 나름대로 힘겹고 고민도 참 많아 버거웠다고.
단지 '34번'의 이야기가 있다. 34번은 나의 모습이기도 하고, 자라는 아이들을 대표하기에 34번을 주어로 시작하는 서술 자체에서 너무도 미안하고, 안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자꾸만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한 경쟁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 하지만 그냥 '행복하다'하면 될 것을 행복을 쫓으라 강요하고 있지는 않은 것인지 곰곰이 생각해 본다.
34번이 개구리와 함께 떠나는 복수(?)의 꿈여행, 다른 그 어떤 말보다 그림으로 표현된 무언의 말이 너무도 명쾌하고 통괘하였다. 아이를 대하는 나의 태도를 반성하고, 또한 좀더 그들의 소리에 귀기울이도록 마음을 더욱 활짝 열어야겠다. 그리고 나도 '진짜' 어른이 되고 싶다.
다소 늦은 감있게 만난 책이지만, 이렇게 함께 할 수 있어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