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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김선형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얼마전부터 여러출판사들에서 '벤자민~'책을 쏟아내고 있다고 해야 할 것 같다. 다른 출판사의 책을 통해 처음 접했을 때만해도, 단순한 호기심 정도였다. 실은 'F. 스콧 피츠제럴드'의 그 유명한 소설, '위대한 개츠비'를 아직 읽지 못하고 있다. 읽으려고 시도하였다가, 당췌~ 머릿 속에 그려지는 그림이 없어, 나의 한계, 50페이지를 넘기지 못하고 책장에 쳐박아두었다. 슬쩍슬쩍 고개를 내미는 그 책을 나는 외면하고 또 외면하고 있다. 그리고는 '벤자민~'에 열광하게 되었다. 영화를 접하고 살짝살짝 듣게 되는 '벤자민의 이야기'가 나의 애간장을 태우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는 이렇게 문학동네의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를 만났다.
재즈시대의 이야기가 있다. 재즈시대! 1차세계대전이 끝나고 세계대공황이 찾아들기 전의 휘황찬란했던 경제 부흥의 무절제, 사치의 시대, 요즘말로 말하면, 미국 경제의 거품(?)들이 가득했던 시대였을까? 3.1절과 시간이 맞물리면서, 같은 시대, 너무도 다른 상황에 당혹스러워, 책을 읽는 내내 스스로 우물안 개구리로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식민지 시대 속, 또다른 환락의 문화가 있던 경성 어느 뒷골목을 떠올린다 해도, 날이 날이니만큼 거북스러웠다.
'벤자민~'은 11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의 기대감에 신나게 읽었다. 나의 기대와 달리 너무 짧은 단편이라는 아쉬움이 가득했지만 '벤자민만의 시간'을 생각하면서 읽는 재미가 쏠쏠했다. 그리고, 과연? 으로 시작하며 여러가지 잡생각들로 꽉 차기 시작하였다. 노인으로 태어난 상황에서, 점점 젊어진다. 그러고는 어린아이가 되었다가 아기가 되어버리는 상황! '젊음'이 자아내는 환상과 마주한 느낌이다. 무절제한 젊음의 향략을 누리는 대가는 언제나 가혹한 것이어야 할까?
다른 10개의 단편들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리츠칼튼 호텔만 한 다이아몬드'와 '오, 적갈색 머리카락 마녀!'일 것이다. 부와 명성을 가진 사람들의 삐뚤어진 이야기, 그리고 왜곡된 환상으로 살아가는 사람의 이야기가 왠지 먼얘기 같지가 않았다. 주변의 상황에 눈 감고 외면하는 나, 그리고 나만의 것에 집착하는 어리석은 나와 대면하는 아품이 있었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많았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과연 내가 맛나게 먹은 것이 있을지는 의심스럽다. 책을 읽는 내내 쉽지는 않았다. 소문난 잔치는 화려하고 휘황찬란했단다. 그런데 그 속에서 나는 눈을 감아버렸고, 멍하니 앉아있었다. 위안이라면, 하나하나 이야기를 끝까지 읽노라면, 아련하게 뭔가 페부를 찌르는 날카로움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환상적인 이야기 속 이야기들은 하나같이 무수한 아이러니들을 드러내고 있었다(다만 그 뭔가를 끄집어내서 '이런것이다'라고 설명하지 못하는 나의 한계가 더 괴롭기도 하다). 무턱대고 이 책에 열광했던 나의 모습 또한 그런 왜곡되고 삐뚤어진 삶의 단면은 아니었는지? 살짝 찔린다. 언젠가 진정으로 스콧 피츠제럴드의 이야기 속 상상력과 풍자에 함께 웃을 수 있는 날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