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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면으로 보는 근현대사 - 1884부터 1945까지 ㅣ 1면으로 보는 근현대사 1
김흥식 기획, 김성희 해설 / 서해문집 / 2009년 1월
평점 :
품절
'신문을 펼쳐 역사의 흐름을 읽는다'는 부제가 눈길을 끈다. 신문을 통해 한 사건의 내용 전개이 아닌, 근현대사의 흐름을 꿰뚫을 수 있다는 것이 다소 과장은 아닐까? 싶었다. 앞뒤의 내용파악이 역사의 흐름을 읽는 관건일테니 말이다. 하지만 신문의 직접적인 사료제시가 나의 호기심을 자극하였다. 순전히 글의 전개만으로 역사를 이야기하다보면 지루하기 짝이 없을 테니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의 기획의도는 아주 참신하고 성공적이란 생각이 든다. '1面으로 보는 근현대사' 1권을 읽었을 뿐인데 앞으로 5권까지 나올 예정이라니, 사뭇 기대되기까지 한다.
기사 자체의 원문을 읽는 것 자체는 역시 무리지만, 원문 풀이와 해설은 당시의 신문을 이해하고 역사적 사전의 전말을 이해하는데 유용하였다. 또한 하나의 신문만이 아니 다른 논조의 신문을 동시에 소개하고 있어, 역사 읽기의 객관성을 확보하고 있기도 하였다. 그 대표적인 예가 고종 승하의 기사일 것이다. 기사의 머리말 제목부터 차이가 있다. 매일신보는 '이태왕 전하 훙거'라 하였고, 신한민보는 '전 광무황제는 1월 20일에 붕어'라 하며, 고종에 대한 평가 자체가 상반되기도 하였다.
한국 최초의 근대 신문 '한성순보'의 '화병범죄'의 기사가 이 책의 첫 내용이다. 본문의 내용을 읽으면서 무슨 내용인가 싶었다. 임오군란 이후, 서울에 주둔한 청병(중국군인)이 저지른 조선인 살인사건이었다. 지금의 주한미군범죄가 바로 떠오르면서 머리가 먹먹해졌다. 역사의 반복일까? 역사서를 읽을 때면 언제나 드는 생각이다.
'화병범죄'처럼 전혀 알지 못한 가슴아픈 사건들이 의외로 많이 소개되고 있다. 그중에서 몇가지를 정리해보면, 서상한 폭탄 불발사건, 암태도 소작쟁의 사건, 한반도를 강타한 20세기 최대 홍수인 '을축년 대홍수'와 민족적 사회주의자 이재유와 마지막으로 보천보 전투(김일성의 이름을 전국에 알린 계기가 된 사건)이다. 또한 역사적 사건의 뒷이야기 또한 흥미로웠다. 독립신문(관민합작 신문)과 동양척식 주식회사(한일합작회사)의 이야기, 안중근 의사, 이토 암살 사건과 관련한 진정한 친일파의 내용(13도 대표의 대죄내용의 지방 통지서)과 이완용을 위한 변명(그렇다고 이완용의 평가가 달라지겠냐만), 신사참배의 과정 등등 덜 알려진 역사와의 만남, 그 의외성에 깜짝 놀라기도 하였다.
시대의 흐름 상 3부분으로 나누어 전개되고 있다. 이 책은 기회의도에서 알 수 있듯, 신문을 통해 직접적인 사료 제시를 통해 생생하게 역사 속 현장으로 이끌고 있다. 또한 속속들히 들여다 볼 수 있어, 파란만장했던 근현대사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단순한 역사적 의의뿐만 아니라, 날카로운 비판과 함께, 현재의 우리의 모습까지 반영하고 있어 당혹스럽기도 하고, 그 생생함에 놀라기도 하였다. 아픈 역사와 대면하기에 재밌다고 하면 욕되지 않을까 싶지만, 지금의 우리가 지난 역사의 일면을 생생하고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그로인해 뼈아픈 자기반성의 시간을 갖고 발전의 계기로 삼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도 좋지 않을까?
'1면으로 보는 근현대사 01' 정말로 다음의 이야기가 궁금하고 기대된다. 역사 읽기에 너무도 좋은 자료이자 역사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