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네의 연인 올랭피아
데브라 피너맨 지음, 박산호 옮김 / 황금가지 / 2009년 2월
평점 :
절판


마네의 연인 올랭피아! 표지의 그림만으로 어떤 부류의 소설인지 짐작하고도 남아 읽고 싶었던 소설이다! 그러면서 책소개의 '미술사 최대의 스캔들'이란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는 표지의 그림이 에두아르 마네의 <올랭피아(올림피아), 1863년>의 일부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더욱 호기심을 갖게 되었다. 책을 펼쳤을 때 '진주 귀고리 소녀(트레이시 슈발리에)', '바람의 화원(이정명)'과는 그림의 구성이 달라, '그림을 중심으로 한 이야기 서술이 아니겠구나' 하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기본적으로 '마네'와 그의 모델이자 뮤즈였던 <올랭피아>, <거리의 여가수>, <풀밭 위의 점심 식사> 등의 실제 인물 '빅토린 뫼랑'과의 사랑을 중심으로한 팩션이다. 

 

13세의 고아소녀 '빅토린'이 파리에 도착한다. 군무를 추는 발레리나가 된 그녀는 화가 '드가' 를 통해 '마네'를 만나 모델제의를 받는데, 성공(부와 명예)을 위한 하나의 발판으로 여긴 '빅토린'은 모델을 되어, 작가 '보들레르', 가십 전문 기자 '앙드레'와 마네의 제자 '줄리아'를 만난다. 부유한 로스차일드 경과 같은 후원자가 생기고 사치스런 생활을 할 수 있게 된다. 그런데 그림 '올랭피아'의 전시로 인해 파리 사람들의 비난과 질타를 받아 위기를 겪게 되지만, 필립 드 리옹 공작의 초대를 받게 되면서 또다른 삶이 시작된다.

 

'마네와 빅토린의 불멸의 사랑'에 초점에 글이 맞춰진 듯하다가도, 이내 전혀 다른 이야기들이 숨어있다. 가난한 발레리나에서 황제의 총애까지 받게 되는 코르티잔이 되기까지의 과정 속 사랑과 질투, 우정, 정치적 음모의 이야기가 있다. 또한 프랑스 역사 속 한 장면으로 들어가게 되기도 하고, 귀족, 부르주아들의 위선을 고발하기도 하면서, 갑자기 우리나라의 어떤 한 사건이 떠오르기도 하였다.

 

그림이 정면에 드러나지 않아 다소 실망스러웠는데 글의 전개 속에서 쉽게 상상의 나래를 활짝 펼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발레 장면을 스케치하러 온 '드가'를 소개하는 첫 장면부터 그렇다. 내 머리 속에 있는 그림이 기억되고, 글 속에서 찾아내는 재미가 은근하였다.

 

글을 읽으면서 '춘희(뒤마 피스)'가 생각나고, 여러 소설들과 비교하며 읽었다. 또한 이름이 익숙한 여러 화가, 작가들이 곳곳에 등장하는데 예술과 지성이 꽃핀 1800년대의 프랑스 -황제 암살 미수 사건과 프로이센과의 전쟁 등 많은 역사적 사건 속 이야기들- 가 더욱 궁금해지고 하였다. 마지막으로, 빅토린을 향한 마네의 사랑, 그리고 앙드레의 우정, 필립의 사랑이 뒤섞이면서, 더욱 부각되는 것은  당당하고 의지적인 여자, '빅토린'이었다. 소설 속 사내들처럼 나 역시 그녀에게 매료당했다. 굴곡진 삶 속에 녹아있는 당당함이 그녀의 미모 그 이상이었다. 당당한 그녀, 사랑스런 그녀와의 만남 자체만으로도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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