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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걸인 사무엘 - 세상을 바라보는 눈과 지혜에 관한 우화
브누와 쌩 지롱 지음, 이지연 옮김 / 은행나무 / 2009년 1월
평점 :
절판
예전에 읽은 '행복은 쓰레기통에도 있다'라는 책이 얼핏 스쳐지는 책, '행복한 걸인 사무엘'이다. '행복'에 대한 책은 언제나처럼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행복 결핍 증후군 때문일까? 대명제, 진리의 단순함 속에서도 언제나 갈망하고 찾게 되는 것이 행복인 것 같다. 그래서 나는 '행복한 걸인 사무엘'을 읽는다.
"허걱" 나 뒤통수 한 대 얻어맞았다.
일단 첫번째 든 생각이 '허걱'이다. 책 서문에서 밝히고 있는 내용 때문일 것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걸인은 서구 사회를 위해, 그 속에 안주해 살아가는 이들을 위해 창조된 인물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사회제도라는 우리 시대의 대 사기꾼을 고발하고...... 행복과 사회제도? 예상을 전혀 빗나간 서문의 당혹감을 뒤로한 채, 무작정 책을 향해 나아가보았다. 서문의 충격과는 달리 책은 가볍고 재밌게 읽힌다. 궁금증을 한 가득 안고 나만의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며, 그렇게 신나게 달려보았다.
백수이며, 18살에 혼자가 되었던 사무엘이 도서관에서 한 사서와 만나게 된다. 그리고 사서를 통해 이끌려 들어간 곳에 갇혀서 "당신에겐 곧 죽음이 찾아올 것입니다. 죽음을 맞이할 준비를 하십시오."라는 충격적인 쪽지를 받게 되면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리고 사서와의 이야기가 시작되고, 사무엘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리고 또 다른 인물 장-자끄가 등장한다. 많은 재산을 상속받아 방탕한 삶을 살아가는 그에게 어느날 애인 헬렌이 떠나고, 혼자 남은 그 곁에 집사 앙뜨완이 있다. 그리고 헬렌의 자살 소식을 듣게 되고, 혼란에 빠진다. 그리고 어느날 걸인을 만나게 되는데.
사무엘과 장-자끄의 이야기가 번갈아가면서 전개되고, 걸인과의 만남으로 인해 새로운 삶이 장-자끄에게 펼쳐진다.
정말 이 책은 여타 다른 책들과는 다르다. 분명히 '행복'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도 너무도 비밀스럽게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리고 내게 자꾸 말을 건넨다. 많은 질문들을 쏟아낸다. 자유로운 삶은 무엇일까? 시간은? 자비란? 연민은? 그리고 사회제도, 실업, 무역 등등 기타 사회, 정치, 경제 등등의 많은 시사적인 내용까지 함축하고 있다. 이 책 속에는 너무도 많은 비밀들이 숨어있는 것은 아닐까? 단순하게 재미로 숨가프게 읽어버렸다. 그런데 시원섭섭하고, 개운하지가 않다. 그리고 또다시 읽으면 전혀 다른 이야기들로 가득할 것 같다.
흔히 "시간이 없다. 시간이 부족하다."라는 말을 쉽게 내뱉는다.
그런데 이 책은 "있지도 않은 시간을 어떻게 쓰지요? 우리가 먼저 삶에게 시간을 할애하지 않는 한, 절대로 삶은 우리에게 먼저 시간을 내주지 않아요........"(31쪽) 라고 말한다. 있지도 않은 시간을 어떻게 쓰냐는 물음에 너무도 당혹스러웠다. 그리고 숨고 싶었다.
정말이지 나의 예상 밖의 이야기들로 가득 찬 책이다. 그래서 서불리 뭐라 단정지울 수가 없다. 가벼움 속에 삶의 무거움-사회제도과 인간의 관계 등등의 이야기-으로 나를 혼란스럽게 하면서도 또한 정반대로 단순하고 명쾌한 삶의 지혜-"행동철학!"- 을 이야기하고 있다. 행복을 위한 자세라면, 일단 몸으로 부딪히며, 행동하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걱정, 두려움을 떨쳐내는 용기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