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륜의 한국사
이은식 지음 / 타오름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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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륜'이란 단어에 호기심을 물씬 끌어당긴다. 요즘 세태의 반영일까? 어떤 이야기가 숨어 있을지? 자뭇 궁금해질 뿐이다. 뻔하디 뻔한 '드마라' 속 이야기로 오해하고 접근하기엔 '역사서'란 한계가 있지 않을까? 어디 어떻게 풀어쓰고 있을까? 하는 불순한 마음이 한가닥있었다.

 

그런데, 한 방 얻어받았다. 일련의 나의 호기심이 부끄러울 뿐이다.

 

"불륜(不倫) : 사람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에서 벋어난 있음"을 사전은 말하고 있다. 그 중에 하나가 애정의 문제일 뿐! 내 머릿 속이 하얘졌다. 남녀간의 애정의 문제에 국한되지 않고 좀더 폭넓게 '인간의 도리'를 저버린 이야기를 하고 있다.

 

역사 속으로 들어간 저자는 역사와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런데 너무도 생생하고 이야기가 술술 읽히는 재미가 있다. 역사 속으로 뛰어든 저자는 천연덕스럽게 이야기를 한다. 진짜인 듯이. 그리고 그들의 묘소를 찾아가는 기행을 통해, 옛 사람들의 천년유택이 갖는 소중함(의미)을 몸소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정묘호란 병자호란 속 아픈 이야기 그리고 더 아픈 '환황녀'의 이야기, 장유의 며느리 '김씨'가 있다.

임진왜란 속, 정철은 사랑했지만 그리움으로 한 세월을 살았던 의기 '강아' - "조선을 사랑한 죄"  속에 숨겨진 '강아'의 사랑이 애처롭다.

임금의 여자와의 불륜, 조위! 그리고 임금의 꾀로 인한 불륜, 신종호! 그리고 이들은 모두 보듬었던 임금 성종의 이야기는 정말 아름다운 불륜이란 제목이 무색하지가 않다.

'홍순언'은 얼마전에 읽은 책을 통해 이미 접했던 인물이었다. 어느 정도의 배경지식이 있기에 그 속, 임진왜란과 명의 출병 그리고 200년간의 숙제, 종계변무의 얽히고 얽힌 역사의 타래를 손쉽게 풀어볼 수 있었다.

 '서산군(양녕 대군의 아들)과 구지(양녕 대군의 딸)'의 이야기는 잔인하고 잔인하였다.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타산지석'으로 삼기에 손색이 없을것이다.

마지막으로 '공민왕과 노국공주'의 사랑 뒤에 숨겨진 이야기, 후궁과 자제위의 이야기, 그 속에서 나는 이제현의 딸 그리고 공민왕의 후궁인 '혜비'의 이야기에 주목하였다. 아름답다 말하는 사랑, 그 이면엔 쓸쓸하고 외로운 사랑 하나가 더 있었다.

 

인간의 기본적인 도덕, 윤리를 무엇인지? 마땅히 지켜야할 인간의 도리를 대해서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물론 시대에 따라 또한 변하고 변하는 것이 사회규범이겠지만, 기본중의 기본! '인간'의 '본분!', 진진하면서 어렵고 딱딱할 수 있는 이야기가 역사의 생생한 장면과 어우러지면서 자연스럽게 녹아있다. 역사를 통해 오늘을 사는 우리의 삶의 태도에 대해 다시 한 번 뒤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오늘의 시각으로 재해석하기에 아픔이 배가되는 것일까? 아픈 역사의 현장에서 오늘을 보았다.

아픔만큼 성숙해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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