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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풍당당 한국사 - 동아시아의 참역사를 바로 잡아주는
박선식 지음 / 베이직북스 / 2008년 9월
평점 :
품절
얼마전에 tv에서 신라해적이 대마도를 침공했다는 이야기를 접했다(본방송은 아직 보지 못했고 예고편에 불과했다. KBS의 '역사추적'의 신라해적 왜 대마도를 침공했나 라는 프로였음). 너무 의외였다. 신라 해적(해적이란 의미가 워낙에 부정적이라)이 있었다는 것과 대마도(왜)를 공격했다는 내용이 정말 놀라웠다. '위풍당당 한국사'를 차례를 보았을 때, '신라의 왜지출병과 적극적인 왜 세력 깨부수기'가 눈에 들어왔다. 어찌 읽지 않을 수 있겠는가?
1장 상고시기 전설적 전쟁이야기에서는 가장 먼저 전설적 인물 '치우'에 대한 이야기로 흥미를 끌었다. 하지만, 고조선에 대한 역사를 '단군제정치체'라고 재해석하는데 있어 반감이 싹트기 시작하였다. 역사에 대해 논할 어떠한 역량도 없지만 기존에 배웠던 역사와는 너무도 다른 방향이라 당혹스러웠다. 그리고 2장 눈부신 고구려 그리고 열전의 삼국시대에서 삼국시대, 고구려, 백제, 신라, 왜, 가야 등등의 역학관계, 그리고 전쟁이야기를 한다. 삼국시대에 대한 역사이야기는 이 책을 읽는데 높은 벽이었다. 어려운 한문투, 그리고 전혀 알지못하는 생소한 용어들 속에서 이 책을 계속 읽어야하나? 망설여지기도 하였다.(작가도 이를 염려하고 있는 부분이라 다 읽고 난 후에 조금은 안도하기도 하였다.) 물론 신라의 명석포 상륙작전에 대한 이야기가 흥미로웠지만 삼국과 왜(왜지?)의 역학관계, 가야의 왜지 진압 등등 얽히고 설킨 고리는 이해하는데는 너무도 많은 한계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나당전쟁과 발해와 당의 전쟁, 그리고 발해의 해동성국의 설립과정등에 대한 이야기부터는 이 책에 몰입하게 되었다. 발해 무왕의 등주, 마도산 공격과 선왕대의 해북 세력 정벌기(9. 발해의 당과 북방족을 향한 전쟁)는 너무도 흥미로웠다.
3장의 고려의 대외출병과 자주적 노선은 고려와 거란, 여진, 몽고와의 전쟁 이야기로 가득하다. 또한 박원작이라는 고려의 위대한 군사기술 과학자를 만날 수 있었다. 박원작, 처음 들어보는 이름으로 사료의 부족으로 인해 깊이있게 알 수 없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을 뿐이다. 또한 '최영'에 대하여 부정적이었던 인식을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최영의 홍산전투, 270쪽). '박위의 대마도 정벌'의 교훈 - ".... 고려군은 그동안 연안방어 차원에서 '왜구가 쳐들어오면 막는다'는 관념에서 벗어나 '왜구를 찾아가 소탕한다'는 원거리 기동타격을 현실화시킨 개가를 올리고..."(281쪽)-은 적극적인 삶의 태도에 대해 새롭게 느낄 수 있는 부분이었다. 또한 이는 조선초의 대마도 정벌의 의미로 설명하는 것과 일맥상통하기도 한다. "적극적인 정벌전이 이웃한 왜구의 침략의도를 분쇄할 수 있는 수단임을 증명한 것이고, ......" (306쪽)
4장 조선의 대외출병과 소극적 정책노선에서는 주로 조선초의 왜(대마도)와 북방정책(야인 소탕, 4군 6진개척)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또한 대마도정벌과 나선정벌의 역사적 의의에 대한 해석이 흥미로웠다. 그리고 세종 시대 '장영실' 이외의 '주천경'이라는 또 다른 기술인과 만날 수 있었다.
이 책은 우리의 전쟁사를 중심으로 서술하고 있다.
작가의 역사인식에 따른 재해석이 다소 당혹스러운 점도 있고, 또한 나의 지식의 한계로 많은 어려움도 있었다. 또한 이 책에는 "개연성이 있다"는 표현이 비교적 많이 등장한다. 부정확한 사료들과 턱없이 부족한 사료들로 인해 역사를 올바로 바라보기가 힘들다는 것, 그리고 그로인해 다양한 해석이 존재하고 그래야 좀더 역사적 진실에 다가갈 수 있다는 것을 알고있다. 물론 나와 같은 사람에게는 '역사의 거짓과 진실'을 스스로 걸러낼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하기에 다소 경계하는 마음이 든다. 그럼에도 역사가 정치적인 지배논리와 강자와 승자에 의해 충분히 왜곡되고 부정될 수 있는 것을 감안하면, 개연성을 가지고 요리조리 따져보는 것 역시 흥미롭고 재미있는 일일 것이다. 그 결과 좀더 역사의 진실에 다가가고 오늘을 사는 지혜를 배울 수 있다면, 나와 같은 사람이 이 책을 읽기에 충분할 것이다.
이 책은 어떤 점에서 "공격이 최상의 방어다."라는 논리를 각인시켜준다.
내가 배운 역사라는 것이 무수한 침략에도 끈질기게 살아나는 역사였다. 이 책을 읽으면서, 침략을 당하기만 하는 역사는 지극히 소극적이고 의존적인 역사 인식이겠다는 것이다. 지금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으로 세계는 시끌럽다. 물론 나, 전쟁옹호자는 결코 아니다. 또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인한 전쟁이든, 국가간, 국가내 무력을 통한 힘싸움, 전쟁은 무조건 반대하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이 책을 처음 접했을 때만해도 침략, 전쟁을 일으킨 당사자로서의 역사, 그리고 선제공격을 하고 침입 당한 역사가 아닌 침공한 역사를 기대하였다. 신라해적이 대마도를 침공했다지 않는가?
그러나, 이 책을 통해 내가 얻은 바는 침략에 대처했던 선조들의 지혜와 그리고 부끄러운 역사에 앞서 자랑스럽고 자신감을 불러일으키는 역사를 배웠다는 것이다. 물론 여전히 아쉬움으로 남는 역사도 또한 많았지만 긍정적인 피드백만 취해본다. 그리고 좀 더 적극적인 입장에서 역사를 공부할 수 있다면, '한의 역사', '한 많은 한민족'이라는 꼬리표에서 조금은 자유로울 수 있지 않을까? 하는데 생각이 미쳤다. 또한 이러한 적극적인 자세는 '독도' 문제와 같은 오늘날의 현실 문제에도 그대로 적용해야 할 것이다. 유화정책, 물밑에서의 외교적 노력이 아닌, 좀도 적극적이고 기민한 자세로 문제를 인식하고 대안을 검토하는 자세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다.
한 나라의 멸망은 외세의 의해 무너지기 보다는 내부의 부패와 부조리에 기인하고 있음이 두드러졌다. 역사 이래 끊임없이 반복되는 왜(일본)의 침입과 북방 이민족(여진, 거란 등등)의 침입 속에서 엄청난 피해를 입고 씻을 수 없는 역사의 오점들은 오히려 내부의 문제들 또한 컸다. 이 또한 오늘의 문제 해결의 열쇠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이에 두드러진 이야기가 고구려와 수나라의 전쟁일 것이다. "고구려 원정에 엄청난 물적 기반을 소모한 뒤에 주민들을 위한 민생정책에 실패한 결과에 의해 국가의 몰락이라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깊이 새겨야 할 역사적 대목이다"(178쪽)
'위풍당당 한국사'는 어두운 역사의 현장에서 한줄기 밝은 빛을 찾고자 노력한 책인 것 같다.
'위풍당당 한국사'는 자주적이고 주체적인 역사와 대면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위풍당당 한국사'는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삶의 태도의 힘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