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에, 마음을 놓다 - 다정하게 안아주는 심리치유에세이
이주은 지음 / 앨리스 / 2008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그림에, 마음을 놓다.' 너무도 다정하게 다가오는 제목이다. 살짝 엿보았을 때, 그림과 잔잔한 이야기가 있어 마음이 동하였다.

그림과 그림에 얽힌 이야기, 더 나아가 그림을 통해 느낄 수 있는 여러 감정, 느낌들을 찬찬히 이야기하고 있다. 그림을 보면서, 내가 느낌는 감정이라고는 '아~ 좋다', '아~ 슬퍼보여.' 이런 것 말고는 없는 것 같다. 솔직히 뭐라 설명하지 못하는 한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지난 해 고흐전을 갔을 때도 너무도 붐비는 사람들 틈새로 겨우겨우 보았던 힘든 기억이 있다.  이 책에는 그 때 보았던 고흐의 '슬픔'이 실려있다. '사랑의 기억과 추억'이란 제목의 그림으로. 한 여자의 웅크리고 있는 모습에서 슬픔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그림이다. 울면서 들썩였을까? 아니면, 너무도 큰 슬픔과 좌절감에 단지 말없이 오래 앉아있었을까? 나 대신 많이 울어라 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이 책에 그림들은 '슬픔'을 제외하고는 모두 처음보는 것이다. 어디 작은 책에서도 본 기억이 없지만, 책을 읽는 내내 열심히 그림읽기를 하려고 노력하였다.

 

'사랑, 관계, 자아'라는 3 개의 큰 주제에 따란 작은 이야기와 그림들이 있다. 작가의 의도를 읽고 그 의도에 맞춰 그림을 통해 나 자신에게 말을 걸어보는 연습을 하였다. 물론 작가의 도움으로 그림이 의미하는 여러 장치들에 대해 알게 되고, 더 나아가 조금은 그림을 세세하게 살피려 노력하고, 첫 느낌들을 기억하며, 작가의 생각과 비교해보는 재미가 있는 책이다.

 

이 책은 정말로 차분하게 마음을 씻어주는 책이다. 단지 그 어떤 말보다도 그림을 통해 조금은 여유있게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을 받았다. 간혹 슬픔거나 우울감이 밀려올 때 이 책의 96쪽을 펼쳐볼 것이다. '저녁이 가면 아침이 오지만, 가슴은 무너지는구나'라는 그림을 보며, 위로받을 수 있지 않을까? 또한 누군가가 몹시 미워지는 순간에는 108쪽의 그림 '뎀지와 퍼포'를 통해, 분노, 미움을 다스려 볼 수 있을 것이다.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 휩쓸 때면, 148쪽의 그림 '기다림'을 들여다 볼 것이다.

 

 "힘들게 사는 사람이건 그렇지 않은 사람이건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누구나 다가올 날들이 막막하기만 하다. 앞으로 얼마나 이런 날이 지속될지 운명의 신은 한마디 귀띔도 없다. 사실 그런 미래를 기다리는 것은 약속도 하지 않은 사람을 무턱대고 기다리는 것만큼 무모하고 소모적인 일이다." (151쪽)

 

타인과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중에서 '창가의 남자'(86쪽)과 '안개바다 위의 방랑자'(90쪽)의 비교 그림이 기억에 남기도 한다. 과연 나는 타인과의 관계맺기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려 했을까? 그러면서 나 역시 '안개바다 위의 방랑자'처럼 그렇데 드넓은 자연의 호탕함을 닮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또한 샤갈의 '산책'이란 그림이 가장 인상에 남는다. 그림의 선명한 대조 속에서 경쾌함이 느껴지는 것이, 내 기분 또한 그렇게 경쾌하고 가벼워진 느낌이 그대로 전해진다. 작가의 설명으로 느낌이 배가되어서 두고두고 가장 기억에 오래남을 것 같다.

 

이렇듯 우리가 흔히 느끼게 되는 여러 감정들-사랑, 열정, 분노, 설렘 등등)에 대해 조목조목 이야기하지만, 그렇게 강압적인지 않다. 그림을 통해 한 번 걸러진 탓일까? 조곤조곤 연인이 귓속말 하듯이 그렇게 들려주는 이야기가 있다. '그림에, 마음을 놓다' 진정으로 다정하게 안아주는 치유의 과정을 경험한 듯한다. 작가는 자신이 한 약속을 그대로 지켜준 것 같아 너무도 고맙다. 주말 오후, 여유있는 시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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