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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크
퍼시 캉프 지음, 용경식 옮김 / 끌레마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향수에 대한 집착'이란 책소개를 보고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향수'를 떠오리면, 소설 속 연관성을 생각하며, 책을 읽게 되었다. 너무도 지나친 집착을 경계하는 이야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집착!' 내 스스로 경계해야 할 목록 중에 하나이기 때문이기에 '집착'에 대한 소재가 눈길을 끌었다.
소설 속에는 '엠므'라는 69세의 노인이 향수에 집착하고 결국 자살에 이르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머스크'는 그가 집착하는 향수로 40년간 오로지 이 향수만을 사용하였다. 어느날 향수병이 바뀐 머스크를 다른 날처럼 뿌리고 연인 '이브'를 만나러 간다. 그런데 이브의 좋지만 뭔가 다른 냄새가 난다는 말에 당황하면서 끝내는 데이트 도중에 집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머스크'에 대해 깊이 알아가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엠므의 이력과 사람됨을 소개하고 부분, 머스크에 집착하며, 머스크를 수집하는 부분과 자살 과정으로 크게 세 부분으로 정리된다. 그가 앞으로 살 수 있는 나이를 추정하고(90세) 필요한 머스크의 양을 여유있게 125밀리리터짜리 260병을 계산한다. 단 문제는 이제는 천연재료(사향노루 수컷의 분비물)를 사용한 머스크는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계산과 수집 과정이 책을 읽는 첫번째 재미다. 물론 나는 엠므만큼은 아니지 하는 생각에 머스크에 대한 강박관념을 살짝 비웃으며, 그러면서도 살짝, 찔리는 마음을 감추며, 엠므의 집착이 조금은 유쾌하게 읽었다.그러다가 어느 순간, (솔직히 잠시 딴 생각을 했던 것일까?) 다른 전개를 보인다. 엠므가 한계를 느낀 것이다. 그러면서 머스크와 자신을 동일시 하는 순간으로 엠므의 또다른 계획인 전개된다. 어떤 계획들일까에 대한 호기심이 발동하며 책을 마저 읽어버렸다.(물론 그렇게 두꺼운 책은 아니지만, 식시시간을 살짝 지나쳤다.)
이 소설을 자살을 이야기한다. 다른 소설처럼 머리에 총을 쏘는 그런 순간적인 충독적 자살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읽었던 자살과는 다른 우아한 자살이란 표지의 설명처럼 차분하게, 그리고 천천히 전개된다. 그래서인지 '자살'에 대한 거부감 또한 천천히 생겨났으며, 그 과정에서 유머를 느끼지는 못하였다. 솔직히 '엠므'는 너무도 진진했었다. 향수에 대한 집착이 부르는 결말은 자살이었다. 하지만 조금은 낯선 자살이었다.
엠므의 자살을 단순히 자살 소동으로 끝나길 내내 바랐다. 하지만 결론은 나의 기대를 저버렸다.
진지하면서 우스꽝스러운 '찰리 채플린'이 생각나게 하는 '엠므'였다. 목숨과 맞바꿀 만큼의 가치가 있는 물건이 있을까? 그것이 아무리 소중할지라도. 이 소설이 무척 허무맹랑한 이야기란 생각을 하며, 집착이 무엇인지 그리고 또한 나의 집착은 무엇인지 생각해본다. 그리고 나 역시 '엠므'처럼 우스꽝스러웠을 지난 날을 생각해본다. '집착' 경계하고 싶다!!! 그러면서 내가 이 소설은 온전히 이해하고 받아들였는지 솔직히 의심스럽다. 집착이 부른 자살, 너무도 멀게 느껴지고, 먹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