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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사진관
김정현 지음 / 은행나무 / 2008년 12월
평점 :
절판
'고향사진관!' 표지를 통해서도 아련한 옛 풍경이 전해진다. 그리고 고향, 아버지! 글쎄 어렴풋이 진작만 했다. 가슴 뭉클한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가 있을 것이라. 요즘 아버지에 대한 몇몇 글을 통해 인자하고 다사로운 아버지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어서였을까? 제대로 한 방 얻어맞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책을 읽는 내내 나는 눈물바다를 만들고야 말았다.
내용은 이렇다.
갓 군대를 제대한 20대 청년 '용준' 그의 아버지가 쓰러지셨다. 중소도시 영주(솔직히, 경상도라는 것은 글을 통해 알겠는데 정확히 어디쯤인지, 어느 정도의 크기인지 나는 모른다. 내게는 작은 읍내 같은 풍경이 물씬 풍긴다.)라는 곳의 결혼식장과 사진관을 물려받았다.- 아니 물려받았다면 '용준'이 화낼라 - 그냥 아버지 대신으로 묵묵히 그곳에서 가장으로서 생계를 꾸려가기 시작하였다. 소히, 전도유망한 청년-서울로 고등학교 유학을 가고 아랍어과를 공부했던-이었다. 어머니, 그리고 쓰러진 아버지, 그리고 두 누이와 남동생, 여동생을 둔 가장이 되어 자신의 젊음을 온 가족에 바치는 모습이 그려진다. 큰 병에 효자없다 하지않던가! 하지만 용준은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아버지, 어머니 극진히 모시는 효심으로, 누이 시집보내는 정성으로, 남동생 '성준'의 잘못을 감싸주는 마음으로 그렇게 온 정성과 최선을 다하는 마음을. 어느덧 30세의 나이, 중매로 다소곳하고 온순한 아내 '희순'을 만나 결혼한다. 그리고 17년이란 세월을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는 아버지 병수발하는 이야기가 있다.
특별한 목차는 따로 없지만 크게 두 개의 흐림(1부, 2부)을 읽을 수 있다. 용준과 아버지를 중심으로 한 이야기가 첫 번째(젊은 20대 용준의 고뇌, 갈등을 세세하고 파고들고 있다.)이고, 아내 희순, 친구들(재수, 명국 등등)과 용준(또하나의 가정을 꾸리며, 살아가는 40대의 용준)의 이야기가 두 번째이다. 물론 사이사이 '친구'라는 소제목으로 4개의 이야기가 있다. '친구1,2,3,4'는 아무래도 저자의 입장에서 실제 친구 '서용준'을 추억하며, 용준과 저자의 시선이 조금은 노골적으로 전개되는 것이리다. '친구1,2,3,4'는 아무래도 극의 흐름에서 조금은 빗겨간 서술형식이었지만, 글을 읽는 동안 끓었던 나의 격정을 조금은 차분하게 시켜주는 역할을 하였다.
담담한 서술은 오히려 내 마음을 더욱 흩으려 놓는다. 처음에는 콧등이 짠~하게, 시큰하게 하였지만 글을 읽을수록 눈물이 주르르, 주르르 흘러 눈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내 이정도까지 생각하지도, 상상하지도 않았다. 요즘이야~ 유쾌하고 가볍운 소설을 찾아 읽는 편이기에, 이처럼 진솔하고 담백하고 구구절절한 이야기가 있을 줄 나는 짐작조차 하지 못했다. 성석제의 어느 소설에서만큼이나 유쾌한 부자간의 이야기만을 단순하게 생각하였다. 마음이 뭉직한 방망이로 한 대 얻어맞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한 없이 부끄럽기만 할 뿐이다. 내가 오로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반성하고 또 반성할 뿐이다. 소설을 읽은 후였다. 엄마가 내 살짝 부은 눈을 보시고는 울었냐고 자꾸 반문할 때, 나는 아니라 하였음에도, 세세한 작은 변화에도 이토록 맘을 헤아려주시는 부모님이신데, 나는 어쩌자구 이렇다는 말인가? 또 반성해본다.
이 소설은 지극한 부모에 대한 효심만을 그린 그런 사부곡만 있는 것이 아니다. 너무도 자상한 아버지가 있었고 또한 무뚝뚝(?)하지만 정깊은 남편과 아내의 이야기가 있었고, 친구의 이야기가 있었다.
"미안해요. 나도 내 마음이 뭔지는 아직 잘 모르겠는데....... 그렇지만 배신을 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 안 할 거예요." (63쪽) 배신!, 사랑한다는 말보다도 저 진실하게 다가오는 말, 배신하지 않겠다는 굳은 약속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글을 읽는 내내 확인할 수 있었다. 조잘조잘 다정하게 얘기하는 용준과 희순이 없었다. 하지만 이내 하나인 마음을 곳곳에서 엿볼 수 있으며, 또한 묵묵히 그런 남편을 따르는 약해보이지만 강한 여자, 희순이 있었다.
또다른 가정을 꾸리고 새생명, 큰딸 혜주가 태어나던 날, 장인이 용준에게 해 주는 말,
"..... 세월이 눈을 열어주기도 하지만, 두려움 없는 경건한 마음이면 눈을 감고 있어도 그 빛이 보인다네."(113쪽)
새로이 책임, 짐을 짊어지는 아버지, 그리고 우리 아버지들의 어깨의 짐을 조금은 가볍게 해주지 않을까?
친구에게 자기가 동안인 이유를 설명하는 대목이다.
"아버지는 그대로 있는데, 나만 훌쩍 커버리면, 변해 있으면...... 그래서 아버지가 날 못 알아보면 너무 죄송스럽잖아. 그래서 내 얼굴이 그대로였던 거야........ 자식아!"(156쪽)
후~ 나의 가슴을 친다. 탕탕탕! 내 가슴을 울린다.
"욕심 부리지 마, 뭐든. 바다의 거친 파도는 파도처럼, 잔잔한 호수의 물결은 그처럼, 그렇게 저마다의 운명으로 사는 거야. 최선을 다하면 그걸로 행복한 거라고......." (162쪽)
큰 딸 혜주를 걱정하는 아내에게 하는 용준의 말이다. 이보다 더 큰 아버지의 품이 있을까?
"고기 좀 더 먹고, 찌개라도 나오면 마셔라. 이 집 된장찌개 맛있다. 술만 보면 자동이야, 무슨 귀신이."(181쪽)
친구 명국을 걱정하는 용준의 마음을 엿볼 수 있는 한 마디였다. 명국에 대한 마음뿐이 아니었다. 그에 대한 믿음이 굳건한 재수가 있었고, 또한 저자가 있지 않은가?
불과 몇 그램이 될까? 손에 가볍게 감겨 읽기야 쉬운 책이겠지만, 내용의 진실함, 진솔함, 진정성을 느끼노라면, 어느새 내 마음은 묵직한 무엇인가로 가득채워진다. 새해 초부터 눈물, 콧물 범벅이 되도록 울고야 말았다. 하지만 또한 마음은 새털처럼 가벼워졌다. 정말로 많은 사람들에게 읽혔으면 좋겠다. 그러면, 인간으로서 어쩔 수 없는 숙명, 허망한, 서글픔을 위로받을 수 있을 테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