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윈의 식탁 - 진화론의 후예들이 펼치는 생생한 지성의 만찬
장대익 지음 / 김영사 / 2008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다윈의 식탁, 얼핏 진화에 대한 쉽고 재밌게 설명하리라 생각했다. 진화, 뭐~ 대충 알고 있다. 진화는 물론 유전자, 발생 아~ 머리아픈 이야기일뿐이다. 그런데 다윈의 식탁은 진화, 유전자, 발생등 생물학의 주요이슈를 한자리에 모아~ 재밌는 이야기거리를 제공해주었다.

 

구성이 정말 참신하다. 해밀턴의 죽음으로 모여든 진화론계의 대석학들이 한자리에 모이게된다. 서로 대립각을 세우는 굴드와 도킨스팀으로 나누어 6일간의 대토론이 시작된다. 장대익 작가 스스로가 서기로 직접 토론회에 참가하여 가타부타 이야기를 하는 것이 이 책의 묘미다. 서기는 서기일 뿐, 작가는 토론 중간중간 짤막한 사설을 늘어놓는 것으로 이 책을 위트넘치게 만들었다. 물론 개인적으로 투덜이같은 어투 너무 좋아한다.

 

1장은 강간과 언어에 대한 진화적 접근이다. 크게 자연 선택의 힘, 적응주의자와 반적응주의자간의 두 팀으로 나누어 진화를 논하는 것으로 출발한다. '강간'이란 단어의 불쾌감이 진화로 설명하고 있다면? 이것은 대략난감한 문제가 아니겠는가? 그러하기에 처음부터 강간이란 자극적인 내용을 시작하는 것이 글의 호기심을 유발하기에 충분했던 것 같다.

2장은 자연선택의 수준, 즉 진화의 단위가 유전자, 개체, 집단인가에 따라 유전자선택론과 다수준(집단)선택론간의 토론이다. 테레사수녀와 같은 이타적 행동을 진화적으로 접근하는 것, 동물들 세계에서의 경쟁과 협동에 대한 진화론적 설명이 새로웠다. 흡혈박쥐들이 피를 나눠먹는다는 것과 같은 협동을 이타적인가? 이기적인가?로 해석하여 진화의 수준을 설명하고 있다.

3장 유전자와 발생의 관계이다. 유전자가 발생의 핵심인가 아니면 하나의 요소인가에 대하여 발생교향곡이나 요리법에 비유하고 있어 발생에 미치는 유전자, 환경들의 요소들간 관계를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4장의 진화의 속도와 양상에 대한 토론이다. 점진론과 단속평형설의 대립을 통해 진화의 속도와 척도에 대한 이야기다.

5장 진화와 진보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다. 진화의 우발성, 소행성충돌로 인한 공룡대멸종과 같은 대사건과 진화의 관계를 설명하고 있다. 다양성의 증가 좀 생소하고 진화와 진보, 다양성의 대해 생각해보지 않았던 문제들이었다. 또한 무의식적으로 나역시 진화를 진보, 인간의 우월성등으로 쉽게 포장하고 있었다는 생각을 하였다.

마지막 6장의 진화와 종교의 문제다. 진화론과 창조론 간의 갈등, 그리고 미국내 기독교, ID운동으로 과학과 종교의 갈등의 내용을 살짝 드려다볼 수 있었다. '천사와 악마(댄 브라운)' 생각하면서 내가 모르고 있던 무신론, 만들어진 신, 정신바이러스라는 도킨스의 주장을 재미있게 읽었다.

 

진화에 대한 여러 논쟁들에 대한 이야기(솔직히 진화론과 창조론을 제외하고는 이러한 논쟁이 있는지 알지 못했지만)는 오히려 진화에 대해 쉽게 접근하고 이해할 수 있게 도움을 준다. 단순한 설명이 아닌 대화식, 그리고 토론이다 보니, 지루한 구석을 찾을 수가 없다. 오리혀 숨가프다. 또한 각 장마다 최소 3번! 각각의 주제에 대하여 설명하고 있어 반복을 통한 학습의 효과도 높여준다. 그리고 여러 과학자들에 대한 이야기도 재밌는 볼거리다. 여러 과학자들의 캐리커쳐는 호기심을 유발하면서 만화책을 읽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이 책은 열린 토론의 장을 너무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일 것이다. 가상의 시나리오가 아닌 실제 내 눈앞에서 펼쳐지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그리고 나, 사실이 아닐까? 하고 자료를 찾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의 설명이 없었다면, 나는 실제였으리라 단정지었을지 모른다. 작가 장대익의 상상력과 글솜씨가 놀라울 따름이다.

 

책의 기획, 구성과 내용 모두 기발하다. 대화를 통한 토론의 전개방식, 그것도 굵직한 대학자들의 대토론회를 통해 진화의 여러 이야기를 쉽게 접근할 수 있었다. 다윈의 식탁, 제목만큼이나 이 책은 너무도 맛난 음식들로 한 상 가득 만찬을 펼쳐놓았다. 이 식탁으로 여러 사람 초대하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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