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의 오류 - 데이터, 증거, 이론의 구조를 파헤친 사회학 거장의 탐구 보고서
하워드 S. 베커 지음, 서정아 옮김 / 책세상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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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는 싫어해도, 이상하게 데이터에는 관심이 많다. 요즘 빅데이터 시대라고 많이들 하는데, 데이터를 분석해 무언가의 흐름을 읽는 일은 참 매력적인 것 같다. 나는 개인적으로 데이터와는 거리가 먼 상담을 하고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상담 안에서도 데이터가 매우 중요하다.

데이터를 수집할 때는 대체로 연구를 많이 한다. 응답자가 어떤 질문에 대답을 해야 하는데, 그 대답에는 대체로 선택지가 있다. 그 선택지를 잘 설정하는 것이 분석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책에서는 선택 가능한 범위를 설정하여 선택지를 제시하는 것이 명확하다고 말한다. 데이터가 명확할수록 당연히 분석은 정확하겠지.

[우리가 오랫동안 격은 문제와 앞으로 겪을 문제] 라는 주제에 대해서 저자가 써 놓은 글이 인상적이다. 종교, 결혼여부를 예로 들고 있지만 그 외에도 많을 것 같다. 종교는 우리가 생각하는 불교, 기독교, 천주교 이외에 여러가지가 있다. 천주교는 의외로 간단하다고 말한다. 가톨릭교회에서 영세를 받은 사람은 누구나 천주교라고 말할 수 있다고 한다. 가장 복장한 건 유대교다. 유대교 안에도 여러가지가 있고, 유대교 안에도 사상이나 생각이 다 다르기 때문에 종교라는 카테고리 안에서 응답자를 나누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결혼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기혼, 미혼 이외의 여러 형태의 결혼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책에 나오는 연구들은 매우 흥미롭다. 주제에 따른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했는지에 따라서 혹은 분석했는지에 따라서 결과가 다르다. 이렇게 분석해도, 저렇게 분석해도 결과는 나온다. 원하는 정답이 있다면 그 정답대로 분석도 가능하다는 뜻이다. 요즘 보면 하나의 자료를 가지고 도출해내는 결과가 달라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헷갈리게 만드는 경우가 많다. 저자가 말하는 증거의 오류다.

데이터 관리를 한 적이 있다. 여러 사람이 하나의 시스템에 정보를 넣으면 그것을 토대로 1차적으로는 실적을 뽑아내고 2차적으로는 분석을 하고, 3차적으로는 내년의 계획을 세우는 일이었다. 가장 중요한 건 여러 사람이 같은 기준을 가지고 시스템에 정보를 넣는 것이다. 그리고 빈 곳이 없도록 충실히 정보를 넣는 것이다. 그래야 유의미한 데이터가 나오고 유의미한 분석이 가능하다. 그래서 어떻게 정보를 넣을 것인지에 대한 교육과 매뉴얼이 중요하다.

이 책은 데이터에 관심이 있는 사람, 실제로 연구를 하거나 논문을 쓰는 사람에게 유용할 것 같다. 그리고 어떤 이유에서든 본인에게 유리하게 분석을 해서 내놓는 기자나 연구원들도 반성하는 차원에서 읽어보면 좋겠다. 데이터에 속지 말아야 하는 건 우리기 때문에 우리도 반드시 읽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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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풀한 수학자들 특서 청소년 인문교양 7
김승태.김영인 지음 / 특별한서재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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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은 영어와는 또 다른 느낌이다. 영어는 하면 될 것 같은 느낌인데, 수학은 해도 안 될 것 같은 느낌이다. 둘 다 생활 속에서 딱히 쓸일이 없지만 왜 보기만 해도 겁이 나는 것일까?

학교 다닐 때에도 수포자였다. 중학교까지는 잘 따라간 것 같은데, 고등학교 들어가면서부터 담을 쌓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살았다. 그런데 아이를 낳고 나니 욕심이 생긴다. 내가 잘 못했던 걸 아이는 잘 했으면 좋겠고, 잘하게 하려면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자기 자식 가르치는 일은 어렵다고 하는데, 어떻게 멍석을 깔아줘야 엄마처럼 겁부터 내지 않게 시작할 수 있을까? 요즘 나의 관심사다.

우연한 기회에 읽게된 책이다. 제목에 있는 [수학] 이라는 단어만 봐도 아우..... 소리가 절로 나온다. 수학에세이 정도로 보면 되겠다. 20명의 수학자를 찾아나선다. 그리고 그 수학자들이 발견한 수학에 대해서 재미있게 풀어내려고 한다. 접근을 쉽게 만들어준다. 지금 중고등학생이 읽으면 왜 이런 공식이 생겼는지에 대해서 알 수 있고, 이미 학교를 졸업한 사람들이 읽으면 예전 기억을 불러낼 수 있다. 학교 다닐 때에는 왜 이런 공식이 생겨났는지에 대해서 설명해주기 보다는 문제가 나오면 이 공식을 어떻게 대입해서 풀 수 있는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무조건 외워야 하는 것으로 인식되었던 것 같다.

문섭이와 고글이 서로 문제를 주고 받고 푸는 모습, 수학자들이 살고 있는 곳으로 가서 그 수학자를 만나 그 공식이 어떻게 만들어진 것인지에 대해서 알게 되는 모습이 재미있긴 하다. 참고로 문섭이는 수포자에 가깝다. 문섭이가 했던 말이 갑자기 생각난다. 수학 공식을 보면서 [이게 수학이야? 영어지]

홈스쿨링에 관심이 있는데, 사실 지금도 어찌보면 홈스쿨링이겠지만. 아이가 외우기 전에 이해시켜주려면 부모가 또 다시 공부를 시작해야 한다는 소리다. 이 책을 보니 좀 더 현실감 있게 다가왔다. 내가 배울 때보다 지금 더 수학을 공부해야만 할 것 같다는 그런 생각, 과연 나는 아이가 뭔가를 가져와 물었을 때 대답을 할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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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별일은 없어요
신은영 지음 / 알비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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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이 [오늘도, 별일은 없어요] 라니, 요즘 내가 가장 많이 하는 말 중에 하나와 비슷하다. 이 책은 묻는다. 당신의 오늘은 괜찮았나요? 나의 답변은 [우리 가족이 흩어져 있다가 별일 없이 저녁에 집에 모이면 그 날은 괜찮은 거에요]

다 읽고 나서 보니 이 책은 네 가지 주제로 되어 있다. 나의 이야기, 너의 이야기, 그 그녀의 이야기, 우리들의 이야기. 자신의 경험일까? 아니면 주워들은 이야기일까? 낯설지가 않은 이야기들이다. 우리 주변에 있을 법한 이야기를 써 놓고, 이 책을 읽는 사람의 감정을 비슷하게 만든다. 저자는 이게 힘이라고 생각한다. 같은 감정으로 만나 서로 토닥여 주기를

이 책은 빨간색으로 되어 있는 부분이 포인트다. 저자가 생각하는 것을 빨간색으로 넣어 놓았다.

힘든 순간마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대단한 의지나 노력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저 열심히 상상하고 나를 위해 보잘것 없는 일을 지속하는 것 그 두 개면 충분하지 않을까?

대단한 의지나 노력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하던 일을 계속 하는 것, 해야하는 일을 계속 하는 것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다보면 어느 순간 앞으로 나가 있게 된다. 힘든 순간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한다면 우리는 일상을 잃어버릴지도 모른다. 일상은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아도 모두를 지탱해주는 큰 힘이다.

그날 이후, 나는 느림에 익숙해지려 부단히 노력하며 산다.

느림에 익숙해지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오히려 빠름에 익숙해지는 것이 더 쉬울지도 모르겠다. 천천히 여유있게를 마음 속으로 외쳐도 그렇게 되지 않는 건 누구의 문제일까?

과연 살면서 '절대로' 라고 확신할 수 있는 일들이 얼마나 될까?

인생 자체가 확신할 수 없는데, 내 입에서 나오는 '절대로' 라는 말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단지 그 정도로 싫다라는 걸 표현하는 정도겠지만. 나이가 들면서 쓰지 않아야 겠다고 생각하는 단어들이 늘어난다. 어차피와 다 똑같아도 마찬가지다.

하나, 하나 부담없이 읽게 된다. 하지만 빨간색 내용은 부담스럽게 읽게 된다. 그리고 별일이 없다는 건 우리가 부단히 노력한 결과라는 것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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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유성의 인연 1~2 - 전2권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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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소설이다.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작가는 이름만 알지 작품을 읽어보지 못했는데, 끔찍한 강도, 살인 사건을 소재로 하는 것 치고는 이상하게 따뜻하다. 작가의 의도겠지만 아직 다른 작품을 읽어보지 못해서 추측만 할 뿐이다.

삼남매가 유성을 보러 나간 사이에 부모가 살해를 당한다. 첫째, 둘째는 살해 현장을 목격하고 막내는 보지 못했다. 살해의 이유를 찾아볼 수 없다. 아이들이 커서 부모를 죽인 사람을 찾기 시작하는데, 사실은 찾으려고 찾은 건 아니다. 삼남매는 사기를 친다. 막내를 이용해 너무나 쉽게. 그러던 중에 막내가 어떤 남자에게 사기를 치려고 접근을 하는데, 그 남자가 판매하려고 하는 오므라이스를 먹고..... 아 여기까지.

범인을 찾는 책은 대부분 책을 다 읽기 전에 범인을 찾는데, 이 책은 책을 다 읽기 전까지 범인을 찾지 못했다. 왜냐면 범인이 아닌 사람을 범인으로 몰아갔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원래 진짜 범인을 범인으로 몰아가진 않지. 나는 어디에 푹 빠져 있었길래 범인 찾기에 실패했을까?

일단 삼남매가 사기를 치며 살아가는 과정이 나쁘게 보이지 않았고, (아마도 그건 어린 나이에 부모의 살해 현장을 목격하고 힘들게 살았을 아이들에게 연민이 느껴졌다) 재미있었다. 그리고 사기를 치려면 사람의 심리에 대해 빠삭해야 하는데, 대부분 첫째가 판을 짠다. 그리고 동생들에게 설명을 해주는데, 그 설명 속에 사람의 심리가 정확하게 묘사되어 있어 읽다가 빠진 것 같다. 그리고 또 하나는 막내가 남자들에게 사기를 치다가 마지막 남자와 진짜 사랑에 빠지는데 꽤 로맨틱 했다. 그리고 그 남자가 매력적이었다.

결말도 따뜻했다. 입가에 웃음을 지으며 책을 덮었다.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그것도 세 시간 만에. 읽어봐야 하는 책에 이 작가의 책들이 추가가 될 것 같다. 그리고 수요일에 점심에 먹은 오므라이스 생각이 났다. 책에서 나오는 도가미 정과 아리아케의 오므라이스는 대체 무슨 맛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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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유리한 판을 만들라 - 경쟁의 낡은 원칙 깨기
홍선표 지음 / 시크릿하우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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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생활하는데 도움이 될까? 하고 선택한 책이었다. [내게 유리한 판을 만들라] 제목이 맘에 들었고 일을 하면서 나에게 유리한 판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지 요즘 고민이 되었다. 일을 잘하는 것과는 별개의 스킬이 필요했다.

뭔가 해법이 있을까? 했는데 잘못 짚었다. 직장에서 뭔가 실제적인 노하우를 알려주는 책은 아니다. 그렇다면 어떤 사람이 읽으면 좋을까? 다수를 상대로 강의를 하는 사람이 읽으면 강의 자료를 만드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그리고 기업의 책임자들이 가볍게 읽기 좋을 것 같다.

주로 기업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일본기업, 미국기업, 한국기업..... 그 중에 한국기업이라 그런지 칠갑농산과 빅마트의 이야기가 흥미롭다. 칠갑농산은 어떻게 탄탄한 기업을 만들었는지, 빅마트는 왜 망하게 됐는지

p.71

제가 오너긴 해도 중요한 결정을 저 혼자서 내릴 수는

없는 구조였어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창업 멤버들이 한두 명씩 회사를 떠났고, 그 사이에 제가 회사안에서 유통업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돼버린 거에요. 제가 잘못된 판단과 실수를 해도 견제해줄 사람이 없었던 거죠.

빅마트가 망하게 된 이유중에 하나다. 다른 여러 이유가 있지만 이 말이 가장 내 마음에 남는다. 사람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것 같다.

p.147

무인양품 임직원들 역시 이런 문제를 잘 알고 있었습니다. 이런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무인양품에서는 직원들 누구나 매뉴얼에 들어갈 아이디어를 낼 수 있고 이 같은 의견을 반영해 매달 매뉴얼을 업데이트하고 있습니다.

난 개인적으로 무슨 일이든 매뉴얼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매뉴얼은 수시로 변경되어야만 한다. 그리고 너덜너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매뉴얼을 중시하는 직장은 많이 보지 못했다. 내가 다니고 있는 직장도 매뉴얼이 있지만 언제 만들어졌는지 언제 마지막으로 수정이 됐는지 알 수 없고 심지어 방금 프린트한 것처럼 깨끗하다.

p.184

항상 반대만 하는 사람으로 보이지 말라

이 문장 하나가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든다. 나는 항상 안 된다고, 힘들다고, 어려울 것 같다고 말하지 않는가? 그런 사람으로 보이는 것을 좀 경계해야겠다. 하지만 연차가 쌓일수록 자꾸 안 될 것 같은 생각이 많이 든다는

내가 이 책을 선택했던 원래의 목적은 달성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가볍게 읽을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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