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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말하지 않으면 늦어버린다 - 죽음을 앞둔 28인의 마지막 편지
이청 지음, 이재희 옮김 / 쌤앤파커스 / 2020년 7월
평점 :
품절
죽음을 앞둔 사람의 유언을 모집한다니..... 얼마나 신선한 아이디어인가? 한편으로는 죽음을 앞두고도 하고 싶은 말을 하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은 거라는 생각도 든다. 삶이란 외롭고 죽음이란 두려운, 우리의 인생이다.
죽기 전까지 말하지 못했다는 건 좋은 내용보단 미안하고, 잘못하고, 후회하는 내용이 많을 거라고 생각은 했었는데, 역시나 그런 내용이 많았다. 생각보다 많이 모집된 유언 중에 28개를 모았다고 하는데, 이 책에 들어가 있는 유언 이외에 다른 내용도 궁금해졌다. 그만큼 다른 사람의 유언을, 인생을 들여다보는 건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니까
생각한대로 사랑에 대한 내용이 많았다. 불륜에 대한, 죽기 전에 용서를 빌고 싶었던 것일까? 방탕한 인생을 보낸 것에 대한 후회도 있었다. 부모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해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가지 못하고 다른 사람과 결혼을 해 인생을 보내는 사람도 있었다. 동성과의 사랑도. 우리에겐 사랑은 정말 없어서는 안되는 것인가보다.
다른 사람의 인생을 망쳐버린 내용도 있었다. 서로 사랑하는 사람의 연결을 끊어버린. 어떤 아이의 고백은 이런 거였다. 엄마의 사랑을 놓치기 싫어 아버지에게 말한다. 엄마에게 다른 남자가 있다고. 아버지는 떠난다. 그리고 엄마는 아이가 이런 말을 했다는 것을 모르고 남편에게 여자가 생겼다고 생각하며 일생을 보낸다. 어쩌면 우리는 많은 걸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많은 걸 모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죽기전에 사람들은 모두 착한 심리학자가 되는 것 같다. 인생의 끝에서 삶을 돌아보면 부모와의 관계,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 자식과의 관계에서 해결하지 못한 감정을 알게된다. 그리고 그것이 나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알게 된다. 후회하며 미안해하며 안타까워하며 아쉬워한다. 죽음이란 사람을 변화시키는 것이 분명하다.
물론 죽음을 기다려온 사람도 있었다. 여러가지 이유였지만 본인이 죽어야 굴레를 벗어날 수 있다고 혹은 죄값을 치룰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그들의 인생은 참 영화같다.
직업을 구할 때에는 도덕적인 부분도 꼭 생각하도록, 살아있을 때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도록, 다른 사람들의 반응에 신경쓰지 않도록, 자신을 좀 더 사랑하도록, 매순간 자신이 원하는 결정을 하도록..... 지금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말한다.
의외였던 건, 죽음을 앞두고 내가 죽으면 안 되는 이유를 절박하게 써 내려가는 사람이 많은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죽음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이 많았다. 당연히 죽음 앞에서 더 살고 싶다고 생각할 것 같은데 말이다. 유언이라는 형식이라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자신의 잘못을 쓰고 있지만 오히려 삶에 매달리지 않는 모습이 더 멋져 보이기도 했다.
유언을 쓰게 된다면 어떻게 쓰게 될까? 나도 한 번 유언을 써 볼까? 하다가도 내 감정이 어디서부터 끌려 나올지 걱정이 되어 쓸 수 없었다. 이 책을 읽으면 내 삶을 좀 더 아름답게 가꿔야겠다고 생각하게 된다. 힘듦이 있는 모든 사람이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 우리는 여전히 살아가야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