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또, 산티아고 순례길 - 산티아고에 두 번 이상 다녀온 사람들의 이야기
김소영 외 지음 / 새벽감성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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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죽기 전에 한 번 가 보고 싶다는 진부한 말로 서평을 시작하지 않으려 했으나, 이 책을 읽어보니 산티아고에 가보고 싶다는 마음이 다시 또, 생긴다. 최근 TV 프로그램 스페인 하숙도 재미있게 잘 봤던터라, 책 제목을 보고  끌리지 않을 수 없었다.


일단 이 책을 쓰기 위해서는 산티아고 순례길을 두 번 이상 다녀와야 이 책을 쓸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그리고 산다사(산티아고 순례길에 다녀온 사람들의 모임)에도 가입할 수 있다. 산티아고를 한 번 가기도 어려운데, 두 번 이상을 다녀오다니. 아, 부러운 사람들.  


각자 다른 이유로, 다른 상황에서, 다른 여정으로 산티아고를 다녀왔고, 그 경험을 나누기위해 후기를 모아놓은 책이다. 그렇기 때문에 책을 읽는 입장에서 어느 하나의 후기도 버릴 게 없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아, 이 사람은 이렇게 산티아고를 가게 됐고, 저 사람은 산티아고에서 이런 생각을 했고..... 내가 가게 되면 이 사람이 추천했던 코스로, 저 사람이 추천했던 맛집에, 또 다른 사람이 추천했던 알베르게로, 꼭 곧 떠날 여행 계획을 짜는 것 같은 마음이 너무 설레는 사람이 되었다.


사실, 산티아고 순례길은 자신을 찾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이 가는 걸로 유명하다. 긴 순례길을 걷다보면 삶이 단순해지고,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생긴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이 책을 쓴 작가들도 비슷하게 이야기한다. 하지만 내가 좀 의아했던 사실은 산티아고를 다녀온 후다. 인생에 있어 큰 전환점을 맞이하거나, 삶이 드라마틱하게 변하거나 이런 결론이 나올 거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현실은 변한 게 없고, 다시 일상으로 들어가게 된다고 한다. 그래도 산티아고 순례길은 다를 거라고 생각했는데. 사실 생각해보면 여행이 그렇다. 가기 전에 설레이고, 가서는 신나고 하지만 집에 돌아오면 다시 현실이고, 뭔가 크게 달라진 것도 없다. 그래도 마음 한 켠에 새로운 무언가가 자리잡고 있는 건 분명해 보인다. 그 힘든 여정을 또 가게 되는 마법같은 무언가가 있다는 거다.


이것저것 생각하면 절대 갈 수 없는, 그래서 나도 당장 떠난다고 생각해봤다. 다른 건 둘째 치더라도 우리집 4살 짜리 꼬맹이가 걸린다. 그래서 여기에 글을 쓴 분들이 대단하다는 거다. 결단할 수 있는 그리고 힘든 순례길을 걸어갈 수 있는 용기. 그리고 마냥 부러운 나. 그래도 중학교 2학년 때 아버지를 따라 산티아고를 처음 갔다는 윤동현 작가처럼 아직 먼 이야기지만 나도 꼬맹이가 조금 더 크면 같이 갈 수 있지 않을까 꿈꿔 본다.  


그리고, 산티아고를 다녀온 후 주변을 정리하기 시작했다는 내용도 인상깊다. 미니멀라이프, 배낭엔 최소한의 짐만 가지고 가야 하는 경험을 하니, 주변에 불필요한 것들이 참 많았다는. 인생도 그렇겠지.


책을 읽으면서 즐거웠다. 마치 나도 산티아고 순례길 어디쯤 걷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산티아고를 가게 된다면, 카페알베르게에서 정보를 많이 얻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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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S 59초의 기술 : 수리능력 NCS 59초의 기술
이시한 지음 / 에스에이치미래인재연구소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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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상반기 ****공단에 지원을 했었다. 나는 직업이 다소 전문적이라, 라이센스가 있어 취업이 그렇게 어렵지 않았고, 취업할 때 시험을 본 적도 없었다. 그냥 이력서에 면접 정도. 내가 일하는 쪽은 항상 사람이 부족했다. 3D 직업이라고나 할까.


그러던 중 개인적인 사정으로 그만두게 되었고, ****공단 지원자격이 되어 지원을 해봤다. NCS는 생전 처음 듣는 말이었다. 서류를 넣고, 사실 처음 지원이라 될지 안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붙어야 시험을 볼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는 시스템이라 공부를 해야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을 하던 중 과감히 공부를 하지 않고 서류합격을 확인하면 공부를 시작하자, 라고 결정했다. 운이 좋게 서류가 통과되었고, 서류시험까지 남은 기간은 10일 정도였다. 도대체 NCS가 뭔냐, 한 번 보자 했는데.....


이건 뭐, 암기도 아니고, 그렇다고 업무 내용도 아니고, 업무 지식도 아니고, 수능도 아니고, 아이큐테스트도 아니고..... 어쨌든 시중에 나와 있는 문제집을 아무거나 사서 공부를 했다. NCS 안에는 여러 영역이 있는데, 내가 필요한 건 의사소통능력, 수리능력, 문제해결능력 각각 20문항씩 총 60문항이었다. 60문항을 60분 안에 풀어야 하는 상황, 마킹하는 시간을 빼면 한 문제당 1분이 채 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이게 O, X 퀴즈도 아니고. 사고를 해야하고 계산을 하는건데..... 난 과감히 수리능력을 재꼈다. NCS는 60개를 다 맞추는 게 목적이 아니라 얼마나 많이 맞추느냐, 공단은 시험에 응시한 사람들의 결과를 줄로 세워 정해진 정원에 넣으면 되는 거다. 그래서 몇 점 이상 합격 이런 것도 없다. 생전 처음 보는 시험, 그리고 유형, 그리고 수학..... 결과는 불합격이었다. 내 머리를 탓했다. 그리고 몇 개월 후 이 책을 만나게 된다.


이 책은 딱 이렇게 말한다.


p.30

수리능력은 수포자와 관계없다. 가장 어려운 계산이 사칙연산이기 때문이다. 결국 '수포자이기 때문에 수리능력에 약하다.' 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아직 NCS 공부를 제대로 시작하지 않은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어렵고 복잡한 문제라기보다는 귀찮고 시간이 많이 걸리는 짜증나는 문제일 뿐이다.


허걱, 내 이야기를 써 놓은 줄. 난 내가 아이를 낳아서 멍청해졌다고 생각했다. 내가 시험 공부를 할 때 남편은 나에게 말했다.(참고로 남편은 공부를 잘 했고, 잘 한다.) "그렇게 문제만 푼다고 되는 게 아니야, 문제 유형을 파악해야지." 아니, 10일도 채 안 남은 시간에 문제유형을 어떻게 파악하냐, 문제자체도 이해를 못 하고 어떻게 푸는지도 모르겠는데.....


그런데 이 책은 문제유형을 깔끔하게 분석하고 있다. 문제유형에 따른 문제와 풀이가 기가막히게 적혀 있다. 어떻게 응용을 하는지, 출제할 때 함정은 어떻게 넣어놓는지에 대해서도 친절하게 적어 놓았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절대 겁 먹지 말라고 말해주는 것 같다. 숫자만 나오면 겁 먹는 나에게. 그리고 쉽게 계산하는 방법(어림잡아 계산하는)도 알려준다. 이런 책을 봤다면 상반기에 합격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수리능력 말고 문제해결능력, 의사소통능력도 구매할란다. 공단을 준비하는 사람 중 시험에 자꾸 떨어지거나 자신이 없는 사람은 꼭 사라고 추천해주고 싶다. 내가 자꾸 이야기하면, 더 디테일하게 들어가면 이 책의 영업 비밀이 다 탈로날 것 같아서 여기까지 하지만, 혹시 의심이 든다면 서점에 가서 한 번 훓어보기라도 하면 좋겠다. 아마 만족스러울 것이다.


이 책으로 공부해 하반기에도 한 번 도전해 보려고 한다. 이제 수리능력 재끼지 않고(or 3번으로 찍지 않고) 한 번 풀어보겠다. 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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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엄하게 가르치지 않는가 - 지나친 관용으로 균형 잃은 교육을 지금 다시 설계하라
베른하르트 부엡 지음, 유영미 옮김 / 뜨인돌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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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제목을 본 순간, 난 이 책을 읽으며 반성을 많이 하게 될 거라 확신했다. 162 페이지의 얇은 책을 읽으면서 포스트잇을 20개 넘게 붙였다. 사실 더 붙이고 싶었지만 이 책 자체가 나에게 큰 영향을 주고 있다고 인정하기로 했다.


4살 여자 아이를 키우고 있다. 나는 사실 방목형에 가까웠다. 그냥 두고 볼 때가 많았다. 물론 이런 방향을 가지게 된 것은 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난 결과이다. 요즘 육아 트렌드는 엄하게 가르치는게 아니다. 오히려 자유를 중시하고, 부모가 편해야 하고(부모가 편해야 아이도 편할 수 있다는), 아이의 입장을 최대한 반영하며, 아이에게 스트레스를 주지 않도록 키우는 것이 요즘 육아 트렌드다. 나도 이 부분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아이를 하나의 인격으로 생각하고 부모의 방식을 주입시키지 않는. 하지만 육아에는 정답이 없듯 이것도 정답은 아니었다.


자유를 준다. 그리고 내가 편해야하기 때문에 무질서해진다. 예를 들면 TV를 보여주는 건 아이가 좋아하고 내가 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죄책감이 든다. 내가 그 시간에 아이와 놀아줬다면, 이렇게 되면 TV를 보여주는 룰을 정해도 지켜지지 않는다. 상황에 따라 일관성 없는 육아를 하게 된다.


이 책에서는 엄하게 가르쳐도 괜찮다고 말한다. 부모는 권위가 있어야 하며, 아이는 질서가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모든 문제를 아이와 상의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며, 벌을 주는 것에 두려워하지 말라고 한다. 요즘은 아이가 잘못했을 때 엄하게 설명하는 엄마들이 잘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아이에게 미안하다고 말하는 엄마들이 많다. 나 또한 그랬다. 아이에게 화를 내고 엄마가 미안하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이런 부분은 자칫하면 부모의 권위를 떨어뜨릴 수 있다.


p.20

세 살배기 아이가 떼를 쓸 때, 아이에게 손을 대지 않고 견디려면 상당한 자제력이 필요합니다. 아이가 떼를 쓰고 울더라도 금방 양보하지 않고 장소와 무관하게 원칙을 끝까지 밀고 가려면 용기가 필요합니다. 슈퍼마켓, 식당, 전철이나 기차에서는 부모가 갈등을 견디지 못하고 양보하기 쉽습니다.


p.33

힘들게 일한 아버지가 퇴근하면 자녀들은 아버지의 소중한 자산인 시간을 원합니다. 시간을 낸다는 것은 아이들의 말을 주의 깊게 들어 주고, 함께 뭔가를 만들고, 책을 읽어 주고, 게임을 하고, 그냥 뒹굴며 노는 것입니다. 아버지는 퇴근하고 집에 와서 텔레비전을 보거나 신문을 읽으며 편히 쉬고 싶지만, 아이들이 자라는 동안에는 이런 꿈을 잠시 내려놓고 아이들을 위한 시간에 자리를 내주어야 합니다.


절대로 아이들에게 지지 말라고 이야기한다. 복종과 지배는 아이를 키우면서 충분히 경험할 수 있는 부분이다. 아이가 싫다고 하는데 뽀뽀를 한다거나, 아이의 의사와 반하는 것을 강압적으로 명령을 하기도 한다. 작가는 복종과 지배라는 단어가 눈살을 찌푸리게 할 수도 있지만 진정한 권위가 만들어 내는 지배는 누군가를 억압하고 착취하는 게 아니라 합당한 리더십으로 누군가를 완벽하게 보호해 주는 것을 말한다고 한다. 부모의 힘은 아이에 대한 사랑으로 인해 권위가 된다. 이 책에서는 특히, 보호라는 측면에서 복종과 지배를 이야기한다. 권위는 두려움이 아니라 신뢰를 만든다고 말한다. 그 신뢰는 아이를 안정되게 하고 삶의 방향을 올바르게 만든다고.


질서를 만들고, 그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벌을 만든다. 벌은 아이들에게 반드시 지켜야할 것이 무엇인지를 알게 만든다. 그래서 규칙을 지키려고 애쓰고 학교나 가정의 질서가 유지된다. 벌은 예방의 효과도 있지만 용서의 기능도 있다. 잘못에 대해 벌을 받음으로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피해자에게 잘못을 시인하고 용서를 구하고 그에 따른 벌을 받게 된다.


부모의 자녀 양육의 목표는 아이들을 가능하면 일찍 자립시켜 세상에 내보내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 예쁜 걸 어떻게 시집을 보낼 수 있냐고 말하는 나에게 경종을 울린다.


이 책이 다 옳다는 건 아니다. 하지만 요즘 육아 트렌드와 비교하여 읽어볼 만 한 책이다. 아니, 읽어봐야 할 책이다. 부모가 잊고 있었던 부분에 대해서 다시 상기를 시켜준다. 왜 엄하게 가르지치 않는가에 대해서 부모에게 묻고 있다. 뭔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는게 아니냐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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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감정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 뇌과학이 뒤바꾼 자폐의 삶
존 엘더 로비슨 지음, 이현정 옮김 / 동아엠앤비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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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면서 이 책은 사실에 기반한 소설인가, 아니면 경험담을 쓴 책인가, 연구 보고서인가? 헷갈렸다. 무려 443 페이지의 책을 읽었는데, 한순간도 지루하지 않았다. 자폐에 대한 관심이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소제목으로 짧게 나누어진 책의 구성도 한 몫 했다고 생각한다.


이 책에 나오는 주인공은 자폐의 진단을 받고도 여러 방면으로 성공한 사람이다. 음향, 자동차 엔지니어일 뿐 만 아니라 책도 쓰고, 사진도 찍고, 강연도 하고 돈도 많이 벌고, 심지어 결혼도 3번을 한다. 일반 사람(자폐 진단을 받지 않은)도 하기 힘든 일을 해 냈다. 우리가 생각하는 자폐의 삶은 아니다.  


p.37

감정적인 반응이 결여됐다는 사실이 무관심 또는 도덕적 관념의 부재와 같은 의미는 아니다. 물론 나는 선악의 구별은 잘했다. 다른이에게도 최대한 올바르게 대했다. 단지 내 감정적 능력이 제한적이라 남들의 기대에 맞게 행동하지 못할 뿐이었다.


자폐 진단을 받은 사람을 종종 보게 된다. 자폐 그리고 우울증, 기타 정신질환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그 사람들은 감정이 둔마된다고 한다. 감정이 없거나 감정이 부적절하다. 하지만 주인공이 말했던 것처럼 무관심이나 도덕적 관념의 부재는 아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는 대인관계에서 어려움을 느낀다. 대인관계가 지속되지 않는 것보다. 대인관계 자체가 이루어지기 힘들다. 


p.94

뇌과학을 잠깐 공부해서 알아낸 게 있다면, 뇌 속이 어떻게 움직이는지에 대해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는 점이었다.


원인을 찾아내고, 해결방법을 찾아내면 정말 좋겠다고 생각했다. 주인공도 TMS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 건 해결방법에 있어 뭔가 새로운 걸 찾아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결과적으로는 자신의 둔마된 감정을 다시 찾게 되고(완전하진 않지만) 그 감정을 찾아내는 과정을 통해 좀 더 성숙해 진다. 하지만 완벽한 치료법은 찾을 수 없다. 주인공이 말했듯 뇌 속이 어떻게 움직이는지에 대해 알려진 바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p. 214

나는 인간의 마음 한편에는 매우 논리적인 사고가, 또 다른 한편에는 감정적 반응이 자리 잡고 있음을 깨닫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둘이 연속체를 이루는 거다.


주인공은 매우 논리적인 사고가 주를 이룬다. 감정이 없기 때문에, 하지만 TMS 프로젝트를 하면서 감정을 찾게 된다. 원래부터 감정이 없었던 것이 아니라 감정을 담당하는 뇌가 자극되지 않아서, 혹은 감정을 담당하는 뇌를 논리적인 부분으로 다 써버려서..... 여러 방면으로 분석해도 딱 떨어지는 답은 없다. 주인공은 논리적인 사고로 상당히 기울어져 있기 때문에 두 번째 결혼한 부인의 우울증을 감정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했고, 아이러니하게 이런 상황이 결혼을 지속시키기도 했다. TMS 프로젝트 이후 감정을 찾게 되면서 부인의 우울증에 대해서도 감정적으로 대하게 되고 이혼을 하게 된다. 특히, 타인의 감정을 알아채고 받아들이는 것도 다 좋은 게 아니라는 것.


p.406

결국 문제는 모든 차이점을 장애로 단정 짓는 데서 온다. 그건 틀렸다.


병을 진단을 하는 이유가 있겠지만 진단을 하게 되면 그 병명으로 사람을 보게 된다. 그렇게 되면 문제만 찾게 되고 문제만 보인다. 다름에서 오는 부분을 인정하기가 어려워 진다. 특히 자폐는 어떤 영역에 특출한 경우가 있는데, 치료의 입장에서 보니까 그 부분을 자꾸 억누르게 된다. 정신과적 질환은 양상이 너무나 다양하기 때문에 지금 있는 진단 안에 다 넣기도 어렵다. 그리고 보호자의 말, 환자의 말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진단을 하기 때문에 진단하는 것도 쉽지 않고 진단을 하더라도 그 진단이 100% 옳은 것도 아니다.


이 책을 읽고 너무 신기했던 건, 한 사람이 자신에 대해 관찰, 통찰, 분석하는 과정이 대단하다는 점이었다. 내가 한 말, 내가 한 행동, 내가 살고 있는 모습 등에 대해서 끊임없이 공부하고 분석한다. 처음에는 이성적, 논리적으로만 탐구하다가 TMS 프로젝트 이후로는 자신의 감정에 대해서도 탐구하게 된다. 한 사람이 성숙해지는 과정은 병명이 무엇인지와 상관없이 자신에 대해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것 같다. 또한 예측할 수 없는 결과에 자신을 내던지는 주인공을 보면서도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위험을 무릅쓰고 자폐에 대한 치료방법이 좀 더 발전하기 위해, 자폐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부작용이 있을지도 모르는, 지금까지의 삶이 180도 바뀔지도 모르는 TMS 프로젝트에 기꺼이 들어간다. 흥미진진하다. TMS를 한 번, 두 번..... 하면서 주인공이 어떻게 바뀔지에 대해서, 다음 장면을 궁금하게 만든다. 그리고 믿겨지지 않는다. 작가가 자폐라는 것도. 훌륭한 책이다.


자폐에 대해서 궁금한 사람, 주변에 자폐 진단을 받은 사람이 있다면 이 책을 꼭 추천한다. 뇌과학을 연구하는 사람도 꼭 읽어보길 바란다. (TMS 총 책임자 알바로 교수는 정말 일관적인 태도로 주인공을 대한다. 친절하게, 자세하게,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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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정의로운 사람입니다 - 노회찬이 꿈꾸는 정치와 세상
노회찬 외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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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7월 나는 한 정치인의 자살 소식을 듣는다. 노무현 대통령 이후 두 번째 내 기억에 남는 사건이었다. 사실 난 정치를 그리고 정치인을 잘 알지 못한다. 하지만 노회찬 죽음 이후에 사람들의 반응, 특히 서민들의 반응은 노회찬이 어떤 사람인지 궁금하게 만들었다. 남편에게 물었다. 노회찬이 어떤 사람이었는지. 아주 조금 알게 되었다. 너무 늦었지만 말이다.


책 표지에 있는 손석희 JTBC 앵커의 말이 마음을 울린다. '노회찬은 앞과 뒤가 같은 사람이고, 처음과 끝이 같은 사람입니다.'


이 책을 통해 노회찬에 대해서 더 알고 싶어졌다. 책은 생전에 노회찬이 인터뷰한 내용을 정리한 부분, 노회찬의 지인의 회고록, 노회찬의 연설문으로 구성되어져 있다. 사실, 인터뷰 내용은 정치를 잘 모르는 내가 읽었을 때 쉽진 않았다. 하지만 어떠한 사안에도 노회찬의 대답에서 서민을 향한 마음이 있다는 건 확실히 느껴졌다. 사람들이 노회찬을 높게 평가하는 이유 중 하나는 서민의 삶에 들어가 서민의 이야기를 듣고 서민들을 위해 일했다는 것이 이 책에 잘 씌여져 있다.


p.137

대학 서열과 학력 차별이 없고 누구나 원하는 만큼 교육받을 수 있는 나라, 지방에서 태어나도 그곳에서 교육받고 취직하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 데 아무 불편함이 없는 나라,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차별받지 않는 나라, 인터넷 접속이 국민의 기본권으로 보장되는 나라, 그리고 무엇보다도 모든 국민이 악기 하나쯤은 연주할 수 있는 나라 


노회찬은 차별받지 않고 살 수 있는 삶에 대해서 그리고 기득권의 수많은 문제에 대해서도 파헤치고 알리는 일에 대해서 부단히 노력했다. 사회가 변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기득권은 나누고, 서민들은 살만한 세상이 오길 바랬던 것 같다. 서로 돕고 사는 사회. 삼성이 가지고 있는 재산은 우리나라 경제 하위 30%의 재산과 맞먹는다고 한다. 이 얼마나 큰 일인가.   


p. 152

노동 해방을 꿈꾸며 대학을 뒤고 하고 공장으로 떠나간 한 20대 초반 청년의 뜨거운 삶은 결국 아파트 계단 앞에서 종료한다. 그 과정을 생각하면 가슴에서 진한 감정이 들고, 자꾸 눈물이 나오려고 한다. 그렇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려고 한다. 노회찬이 별로 그렇게 하는 것을 바라지는 않을 것 같다.(우석훈, 경제학자)


자살을 했다고 해서 노회찬의 업적이 다 소용없어지는 건 아닐 것이다. 자살을 옹호하고 싶진 않다. 자살 자체는 매정하게 생각할 수 있지만 자살하기까지 그 사람의 상황을 생각해 보면 매우 외롭고 힘들다. 그리고 지켜주지 못했다는 생각도 든다. 노회찬이라는 사람이 없는데, 이게 다 무슨 소용이냐고 해도 할말이 없지만 그래도, 아마도, 노회찬은 국민들의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 다시는 정치인이, 아니 어떤 사람이라도 자살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너무 몰아가지 않았으면, 어떤 방법이라도 제시해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 책을 읽고 난, 조금 더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며, 내가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이 무엇이며, 어떤 것이 진실인지에 대해서도. 노회찬에 대해 알고 싶은 사람, 노회찬을 기억하고 싶은 사람, 노회찬을 돌아보고 싶은 사람, 노회찬이 정치에 대해 어떤 관점으로 바라봤는지 알고 싶은 사람이 읽으면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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