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펄전 구약설교노트 세계기독교고전 62
찰스 H. 스펄전 지음, 김귀탁 옮김 / CH북스(크리스천다이제스트)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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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를 다니면서도 예배 이외에 성경을 읽거나 기도를 하거나 QT를 하지 않아서 일요일 빼고는 기독교인이라고 말하기도 좀 그런 위치에서 한참을 살았다. 생명의 삶으로 QT를 해보기도 했지만 그것 또한 잘 되지 않았다. 그 때에는 성경, 말씀이라고 하면 조금 어렵기도 했고, 하루에 하나씩 날짜가 적혀져 있는 것도 부담스럽기도 했다. 그러던 중에 설교노트라는 제목의 책을 접하게 되어 읽게 되었다.


찰스 스펄전은 기독교에서 꽤나 유명한 목사인 듯 하다. (나는 잘 알지 못하지만) 3대 째 목사를 하고 있는 집안으로 책도 많이 쓰신 분이다. 사후에 그의 설교들이 전집으로 묶여 출판되어, 설교를 준비하기 위한 책으로 많이 활용되고 있다고 한다. 나는 설교를 준비하는 목사는 아니지만 구약의 목차대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가볍게 QT 하는 식으로 읽을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있었다. 책을 보고 나니 이거 만만한 책이 아니구나. 싶었다. 686 페이지라니. 그것도 글자가 매우 촘촘하게 들어가 있었다. 구성은 창세기에서 말라기까지 총 129개의 주제로 되어 있다. 열심히 읽는 수 밖에


내가 이 책에서 가장 좋았던 건

가장 첫 주제가 '롯을 재촉하심' 창세기 19:15 말씀을 토대로 한 설교노트로 시작하는데 그 안에 구성이 처음에는 성경말씀을 해석하는 부분, 그리고 예화와 기타가 있었다. 다른 주제에도 더 깊은 이해를 위한 글, 단평과 일화, 제안 이런 식으로 앞에 성경말씀을 좀 더 쉽게 풀어 쓴 부분이 있는데 나는 이 부분이 마음에 들었다. 성경을 잘 모르는 사람이 읽어도 앞 부분의 성경말씀이나 성경을 정리해 놓은 건 이해하기 어렵더라도 뒤 부분의 내용은 부담없이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마 설교를 할 때 좀 더 가볍고 쉽게 다가가기 위한 스펄전의 도움이 아닐까?


p.147 (25. 바보 같은 행동)

종이 이리저리 일을 볼 동안에 그가 없어졌나이다. 이스라엘 왕이 그에게 이르되 네가 스스로 결정하였으니 그대로 당하여야 하리라. 열왕기상 20:40


하나님을 섬기는 일에는 변명이 통하지 않는다고 이야기 한다. 당신은 먹고, 마시고, 입고, 말하고, 잠자는 문제를 위해서는 시간을 할애하면서 하나님과 말하고 그리스도 안에서 안식을 얻는 시간은 왜 갖지 못하느냐고 묻는다. 그리고 시간이 없다고 핑계를 대지만 휴가를 가거나 좋은 모임에 참석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된다면 없는 시간을 만들어서라도 시간을 만들어 낼 것이라고 말한다. 이게 비단 믿음의 문제만 해당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마음이 많이 찔렸다. 역시 설교는 마음을 찔리게 하는 힘이 있는 것 같다. 이 책을 읽는 것이 하나님과 말하는 것에 속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목사가 되기 위해 공부하고 있는 학생, 이제 갓 목사가 되어 설교를 해야하는 목사라면 이 책이 아주 유용하게 쓰일 것 같다. 왜냐면 이 책은 성경말씀도 해결을 해주지만 그 구절 이외에 다른 구절에 비슷한 내용이 다 찾아져 있다. 그리고 내가 가장 좋았던 예화가 수록이 되어 있어 설교를 듣는 교인들에게 좀 더 쉽게 설교를 할 수 있게 만들어 줄 것 같다. 그리고 목사가 아니더라도 하루에 한 주제씩 묵상하며 기도한다면 좋은 QT 책도 될 수 있을 것 같다. (한 번에 계속 읽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시원한 가을에 조금 더 신앙을 키워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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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 감사 - 잠시 감사하고 가실게요
윤슬 지음, 이명희 사진 / 담다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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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하다는 생각을 요즘 많이 한다. 아이를 키우면서 힘든 일도 있지만 아이가 커 가면서 감사한 일도 많이 생긴다. 아이의 자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감사한 요즘이다. 사실 결혼하고 나서 신혼 때 365일 감사라는 수첩을 사서 감사일기를 써 본 적이 있다. 그 때는 의욕이 충만해서 거의 일기형식으로 하루에 많은 양을 썼던 것 같다. 그러니 금방 지쳐 떨어졌지. 아마 내 기억으로는 한 달 정도 썼던 것 같다.  그 이후 그 수첩은 정말 수첩 용도로 썼다.


자꾸, 감사라는 제목은 정말 자꾸, 감사하게 만들 것 만 같았다. 감사가 많은 요즘 다시 그 내용을 기록해 남기고 싶다는 생각을 하던 중에 이 귀한 책을 만나게 되었다. 한 번 다시 도전해보자!!! 이 책을 만난 건 9월 7일이니까. 이 때부터 기록하기 시작했다. 가장 첫 감사는 감사일기를 쓸 책을 만났다는 것으로 시작했다.


이 책에서는 말한다. 감사일기는 특별한 형식이 없다고, 자유롭게 쓰면 된다고. 처음부터 길고 구체적으로 쓰려고 하면 뭔가를 계속 생각해야할 것 같아서 이 책을 펼치고 하루를 생각하면서 금방 머리 속에 떠오르는 것들을 간단하게 적었다. 대부분 나, 남편, 아이에 관한 것들 그리고 자연에 관한 것들이 많았던 것 같다. 거창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으니, 내 주변에 있는 것 부터 시작해봤다.


남편이 일찍 퇴근해 가족이 같이 저녁식사를 했던 것, 책을 읽을 시간이 많았던 것, 아이가 기침을 했는데 다행히 열은 나지 않았던 것, 어느 날은 하늘이 예뻤던 것 이런 것들을 적었다.


이 한 권의 책을 다 채울 수 있을지 아직은 모르겠지만 9월 18일까지는 조금씩 적어 보았다. 감사한 것을 생각하는 것 자체는 어려운 일은 아니나, 꾸준히 기록하고 나만의 의미로 만드는 것은 어려운 일인 것 같다. 쓰다보니 어느 날은 감사한 것들이 많이 생각나는데, 어느 날은 감사한 것을 생각해 내기가 힘든 날도 있었다. 나의 컨디션과 관련된 부분인지는 더 써봐야 알 것 같지만 내 생각이 맞다면 감사일기를 쓰면서 하루의 컨디션이나 감정도 체크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구성은 깔끔하다. 왼쪽은 저자가 썼던 책에서 발췌한 좋은 글귀가 감성사진에 쓰여져 있고, 오른쪽은 날짜와 #오늘의 감사 그리고 #오늘의 해시태그 공간이 있어서 여기에 감사일기를 쓰면 된다. 하루하루를 정리하고 감사한 일을 찾아보는 일은 삶을 조금 더 신나게 만든다. 이 책은 모든 사람이 다 쓸 수 있다. 그래서 모든 사람에게 추천한다. 일기장이라고 하기엔 너무 예쁘기도 하니까. 아이가 글자를 알게 된다면 아이와 함께 써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남편은..... 힘들 것 같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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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내 말 들려요? - 인체 : 생명의 탄생 과학 속 원리 쏙
이옥주 지음, 이은복 그림, 김길원 외 감수 / 스푼북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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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도 예쁘다고 생각했었고, 실제로 보니 그림이 참 특이했다. 처음에는 그림이 좀 촌스럽지 않나? 생각했었는데 계속 보고, 읽어주다 보니 꽤나 사실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주제의 책은 아이를 키우는 집은 한 권씩 꼭 있지 않을까? 아직 우리집은 없어서 4살 책을 좋아하는 아이에게 한 번 읽어주고 싶었다. 니가 세상에 어떻게 나왔는지에 대해서


일단, 내가 먼저 쭉 읽어보았다. 혹시 아이에게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는지. 책에는 6, 7세 유아부터 초등 저학년을 위한 책이라고 되어 있는데 실제 읽어보니 4살 아이에게도 괜찮았다. 딸은 일단 1월생이고, 언어능력이 빠르고, 책을 좋아한다. (괜찮았다는 건 이 책의 내용을 100% 받아들인다는 의미는 아니고, 거부감 없이 좋아한다는 의미다) 


아빠 엄마가 만나 결혼을 하고 아이가 생겼다는 내용을 시작으로, 난자와 정자가 만나고 세포가 나뉘어지고 입덧도 하고 산부인과도 가서 초음파도 보고 그 이후에 성장하는 단계가 나오고 출산을 하는 것까지 되어 있다. 이 책에서 좀 인상적이었던 건 나는 엄마가 입덧을 하는 모습이 내용에 들어갔다는 것과 임신 3-4개월쯤에는 엄마의 감정이 아이에게 다 전달된다는 내용이 있는데 다른 책에서는 못 봤던 것 같은 내용인데 좋았다. 딸은 이 책에서 제일 좋아하는 부분은 공처럼 동글동글한 난자가 동근 머리와 긴 꼬리를 가진 정자와 만나 아이가 생겼다는 부분인 듯 하다. 매일 아침 일어나면 나를 보고


"엄마, 나는 보름달 같은 난자가 꼬리를 만나 내가 생겼어." 라고 말한다.


일단 엄마 배 속에서 뭔가가 만나 자기가 생겼다는 아주 추상적인 내용은 이해하는 듯 하다. 아빠도 읽어줬는데, 아빠가 읽어주기도 좋다.


초등학교 저학년이 보면 이 책이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100% 전달이 가능할 것 같다. 과학 5학년 2학기 우리 몸의 구조와 기능 그리고 실과 5학년 나의 성장과 발달과 연계되어 읽을 수 있다고 하니, 참고하면 좋겠다. 그리고 이 책은 과학지식 그림책으로 시리즈가 많다. 생물, 환경, 인체, 물리, 화학, 지구 과학, 응용과학 이렇게 구분되어 시리즈로 나온 책이 많으니 초등학교 부모들은 한 번 확인해 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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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은 없지만 밥은 먹고삽니다
김성환 지음 / SISO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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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저한 생계형 프리랜서로 먹고사는 리얼 생존기


제목이 엄청나게 나를 땡겼다. 저자는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정확히 말하면 나 또한 직장은 없지만 밥은 먹고 살고 있으니, 상황은 다르지만 제목이 가리키는 대상은 똑같아 보였다. 나는 남편에게 생활비를 받고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다. 일을 그만둔지는 504일이다.(벌써 504일이라니, 세고 있었던 건 아닌데 클릭 한 두번만 하면 알 수 있으니)


자기가 원하는 일을 할 것인가? 그냥 일을 할 것인가?..... 이건 '그냥 일은 해야, 어느 정도 경제적인 여건을 가지고 원하는 일은 취미로 할 수 있다' 로 종결되는 프레임인데. 이 책의 저자는 이 프레임을 깨며 살아가고 있다. 프레임을 깬다는 건 용기가 필요하거나 생과 사를 왔다갔다할 만큼의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있어야 하는 일. 저자는 아마도 둘 다이지 않을까.


직장을 다니다 그만두고 세계일주를 갔다가 책을 내고. 책을 쓰는 사람으로 살아가면서 느끼는 혹은 왔다갔다 하는 마음이 이 책에 고스라니 녹아져 있다. 현실적인 어려움과 내가 원하는 일을 하고 있다는 보람 사이에 있는 모든 것들이 다 들어 있다. 나 또한 안다. 이 왔다갔다하는 마음을. 현실적인 어려움을 겪으면 후회를 하게 되고, 뭔가 하나하나 성취하게 되면 보람을 느끼게 되는. 어떻게 보면 내가 마음 먹기 나름이 아닐까. 마음 먹기가 돈 버는 것보다 더 어려운 듯


책을 읽으면서 포스트잇을 많이 사용하는데, 이 책은 후반부 들어갈 때까지 포스트잇을 붙이지 못했다. 구구절절 다 맞는 말이고 모두 마음이 가는 내용이었다. 직업이 없어서 대출조차 안 되는 상황도, 계좌의 잔고를 확인하는 습관도, 데이터를 아껴 써야 하는 것도 이 외에도 많은 상황에서 심지어 다시 취업을 해야하나 고민은 계속 하면서도 소신있게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밀고 나가는 모습을 보니,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해보면 나도 직장을 그만두고 제일 먼저 한 것이 집에 있는 경우 소비 패턴을 정리해 남편과 생활비 협상을 했고, 핸드폰 요금제를 바꿨다. 소비패턴을 생활비에 맞추느라 힘들었던 시기가 떠오른다) 


p.155

나의 확신과 불안에 대해 걱정해주는 사람들에게 "걱정하지 말아 주세요." 라고 할 생각은 없다. 이토록 바쁜 삶에서 누군가를 걱정해준다는 것은 참 감사한 일이다. 대신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들이 내 삶에 불안을 느끼지 않도록 잘 살아가는 것이다.


사람이 이렇게 착할 수 있나? 요즘 나오는 책의 트렌드는 날 좀 가만히 나눠, 내 인생 내 마음대로 사는 거야, 부담스럽게 하지마 이렇게 말하고 있는데 말이다. 그들이 내 삶에 불안을 느끼지 않도록 잘 살아가는 것이라니. 저자의 굳건한 마음이 잘 보이는 문구다. 나도 저런 여유로운 마음을 좀 생겼으면


p.240

가치 있는 일은 돈과 타인의 시선에 구애받지 않고 마음이 움직이는 대로 하는 거다. 자원봉사가 아니더라도 수입에 괘념치 않는 일이 여기에 포함된다. 가치를 부여하는 사람은 자기 자신이다. 그래서 모든 일은 가치가 있다. 범법을 제외한 어떠한 일이든 스스로 가치가 있다고 여기는 그 일은 가치 있는 일이 된다. 그러나 돈과 타인의 시선을 생각하지 않고 무언가를 이루는 것은 정말 어렵다. 좋아하는 일, 잘하는 일을 하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무슨 일을 해야하는가 라는 제목에 있는 내용이다. 무슨 일을 해야할지는 대학 졸업하고 나서가 아닌 오히려 다시 취업을 준비하는 지금 더 혼란스럽다. 결국 나도도 돈이다. 자아실현, 전공의 연장, 경력 쌓기 다 필요 없고 결국 돈을 벌기 위해 일하는 것일 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게 되어 버렸다. 12년 직장생활을 하면서 겪은 모든 일을 다 말할 수는 없지만 그리 되어 버렸다. 그래도 저자는 내가 원하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참 눈물겨우면서도 부럽다.


p.249

"프리랜서를 하다 보면 돈에서 항상 자괴감을 느낀다. 이깟 돈 벌려고 내가 이렇게 고생하는 건가?" 하면서


어떻게 돈을 벌 수 있을까 라는 제목에 있는 내용이다. 어느샌가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채우기 시작했다고 했다. 12월에 내 계좌에서 0원을 본 순간 말이다. 저자는 책도 쓰고, 글을 기고도 하고, 강연도 나가며 돈을 벌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출판계는 누구나 알듯 성공하기 너무 힘든 곳이며, 기고나 강연도 아직 유명하지 않은 사람에겐 준비하는데 들어가는 시간과 노력에 비해 수입이 높지 않다. 이 쪽 일들이 일단 유명세를 중요시 하는 곳이기 때문이겠지. 그러면서 들었던 생각은 자괴감, 프리랜서는 자신의 능력에 따라 수익이 발생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나도 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기 시작한지 5개월 정도 된 것 같다. 처음에는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돈의 액수와 상관없이 기분이 너무 좋았고, 내 전공이 아닌 일이 흥미롭고 재미있어 시작했는데, 프리랜서라는 일이 '적당히' 일이 들어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일이 거의 없는 경우가 많다. 물론 발로 뛰면 일이 더 들어올 가능성이 높아지겠지만 많이 들어온다고 해도 가사와 육아를 하고 있는 나에겐 큰 부담이다. 그리고 이미 집에서 가사와 육아만 했던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일을 하는 도중에는 내가 이걸 벌어서 얼마나 큰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밤을 새면서 까지 컴퓨터 앞에 앉아 있나..... 라는 생각을 하기도 하고, 피곤해서 아이의 육아에 소홀해지는 순간, 입금이 되는 순간에도 마찬가지 생각을 했다. 그래도 이 일을 하면서, 일을 한다는 건 어쩌면 돈이 아닌 나의 존재이기 때문에 가치가 있는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일하는 것이 본업이 되어 버린다면 일에 대한 가치는 또 변하겠지만 말이다.


이 책은 정말 저자가 느꼈던 사실을 군더더기 없이 풀어내고 있다. 오히려 요즘 사람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더 많이 찾아 나서기도 한다. 세계일주는 기본이며, 산티아고 순례길, 책방같은 작은 가게들...... 나에겐 아직 용기가 부족하다. 나라곤 저런 꿈이 없겠는가? 이런 면에서 저자가 가지고 있는 힘이 대단하다. 하나도 포기하지 않는다. 심지어 결혼도, 아이를 낳는 것도 키우는 것도 여전히 꿈으로 가지고 있다. 꼭 성공하길 바란다. 진심으로, 성공하지 않아도 꼭 한 번 만나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이 책은 직장을 힘들게 다니고 있는 사람도, 직장을 그만두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으려고 하는 사람도 누구나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작가는 그만두기 전에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어쨌든 직장과 연관되어 고민하는 사람들이 읽으면 어느 정도는 자신의 앞길을 계획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한다. 우린 누구나 고민하는 인간들이다. 그러니 먼저 간 사람의 말을 들어보는 건 어쩌면 당연하 일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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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라는 근사한 태도로 - 쩨쩨한 어른이 될 바에는
손화신 지음 / 웨일북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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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받고 보니 목차가 너무 마음에 들었다. 1부와 2부로 나누어져 있는데, 1부는 아이가 어른이 되기 전에는 이라는 주제로 주체, 하루, 가치, 자유, 고통, 당당, 상상, 믿음, 본능, 웃음, 시도, 놀이, 경탄, 욕심, 생각, 시간, 자아, 엉뚱, 전진, 호의, 목적, 마법이라는 소주제가, 2부는 우리가 마음껏 아이였을 때 라는 주제로 망각, 사랑, 단순, 재미, 초월, 타인, 충만, 유대, 개인, 미완, 기쁨, 과정, 회복, 감정, 감시, 소심, 비움, 편견, 통제, 일탈, 불안, 직관 이라는 소주제가 있다. 주제를 먼저 정하고 글을 썼는지, 글을 먼저 쓰고 주제를 정한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이 책을 읽으면서 단어들이 주는 즐거운과 추억 그리고 고민들이 있었다.


아이처럼 살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순수함, 철없음 이라고 대표될 수 있는 아이였을 때가 어른이 된 지금 너무나 가지고 싶은 것이 되어 버렸다. 아이였을 때엔 어른이 되고 싶었는데. 요즘 어른과 어린이를 합친 어른이 라는 단어가 유행이다. 모든 어른은 어른이가 될 수 있을까? 너무 꾹꾹 누르고 살았는지도 모르겠다.


4살 여자 아이를 키우고 있다. 이제 아이와 대화라는 것이 된다. 이 책에서는 각 주제에 따른 본인의 상황이나 생각 그리고 아이였을 때, 아이라면 어땠을 것 같다는 구조로 구성되어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 아이는 어떻게 생각할까? 맞아, 내 아이도 그랬어. 라고 하면서 재미있게 읽었다.


p.27 (가치)

어른 세계에서 '가치'는 이렇게 만들어진다. 지금 자신의 형펀과 생활 패턴에 딱 맞는 건 경차인데도 절대 경차는 타지 않으려는 사람. 그를 보고 "저 사람에겐 실용성보다는 멋이라는 가치가 더 소중한가 봐." 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알고 보니 그 이유가 단지 '허세' 때문이라면? 그는 남과 다른 자신만의 가치가 없는 사람이라는 소리를 들어도 딱히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살다보니 점점 허세가 없어지고 다른 사람의 시선을 두려워하지 않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생긴다. 단점으로는 자기를 꾸미지 않고 너무 심플하게 살게 되서(요즘 트랜드인 미니멀라이프에 조금이라도 가까워지기 위해 버리고 또 버려서) 아주 가끔 격식을 차려할 때에 입고 나갈 옷과 신을 신발이 없다는 것. 루이비통 가방과 구찌 가방은 옷장에 쳐 박아 놓고 에코백을 들고 다니는 30대 후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NS 하면서 다른 사람의 삶을 살펴보고 내 삶을 펼쳐놓기도 하지만. 아이는 더 자유롭다. 따지고 재는 일이 없다. 그냥 자신이 좋으면 좋은 가치를 가지고 있는 물건이 된다. 4살 딸은 요즘 나뭇가지와 솔방울을 모으는 것에 취미가 있다. 아주 귀중한 것을 다루듯 한다. 나뭇가지를 가지고 다니다가 혹시라도 떨어뜨리게 되면 다이아몬드를 떨어뜨린 것 처럼 막 달려가서 다시 주워온다.

p.88 (경탄)

아이들이 보는 세상은 이렇듯 매사에 처음이라서, 경탄할 것들 천지다. 바닥의 금을 보는 아이의 두 눈은 마치 괴물이 지나간 흔적을 바라보는 듯했다.


아이를 키우다보니 이 문장은 참으로 정답이다. 4살 딸 아이는 우와, 우와를 입에 달고 산다. 위험한지도 모르고 뛰어들거나, 맘껏 뛰어들어 만끽하기도 한다. 바닥의 금은 정말로 밤에 잠자는 사이에 공룡이 지나갔다고 믿는다. 공룡들이 사람들이 다 자는 밤에 나와 뛰어 놀아서 생긴 거라고. 나무가 신기하고, 돌이 신기하고, 고양이도 신기하고 정말 모든 게 신기하다. 30대 후반 나는 어떤가. 신기한 게 별로 없다. 지금 내가 경탄할 수 있는 건 새로운 여행지에 가서 멋있는 풍경을 봤을 때, 그 정도? 나 또한 모든 것을 경험한 건 아니지만 왜 그리 경탄할 것이 없어졌을까? 감각을 좀 더 깨워야 하는 이유이다.


p.103 (시간)

발을 구르며 다시 생각해 봐도, 나는 좀 억울하다. 내가 한 게 뭐가 있다고 벌써 이 나이란 말이냐. 억울해 할수록 나는 지나가는 시간을 아쉬워하고 또 의식하게 됐다. 분하게도, 시간을 의식한다는 게 바로 내가 어리지 않다는 증거였다.


30대 후반, 시간이 너무 빨리 간다는 것이 무슨 말인지 알게 되는 나이. 살아갈 날이 더 많지만 하고 싶은 일도, 해야할 일도 많아 시간이 항상 부족하다. 잠을 자지 않는 미련한 방법을 써서라도 시간을 늘려 하고 싶은 일을 하는데, 막상 그 다음 날 늦게 일어나면 어차피 남아있는 시간은 똑같은, 어리석은 행동을 하는 어른. 아이에게는 시간이 있을까? 우리집 4살 딸은 아침과 저녁만 아는 듯 하다. 환해지면 아침, 깜깜해지면 밤이다. 놀 때는 시간 자체가 없이 덤벼들어 온 몸의 에너지를 다 쓰고야 멈춘다. 시간을 재고, 돈을 재고, 생각을 재고, 상황을 재는 나와는 완전히 다르다.


p.126 (호의)

남한테 피해 주면 안 된다는 생각과 신세 지면 안 된다는 생각이, 돌아보면 그다지 어른스럽고 성숙한 생각은 아닌 듯싶다. 최대한 빚지지 않고 살아가려는 어른들 심리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거기엔 배려보다는 배척이 더 크게 자리하고 있다. 나도 너한테 안 줄 테니까 너도 내게 피해 주지 말라는 암묵적인 요구가 깃들어 있는 것이다.


내가 이 책에서 가장 인상깊었고, 생각을 많이 했던 부분이다. 난 다른 사람에게 피해주는 것이 싫고, 다른 사람에게 뭘 받으면 어떻게든 갚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지금까지 살아왔다. 일단 다른 사람에게 피해주는 건 당연히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고, 내가 갈등했던 포인트는 빚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나는 지금까지 나에게 도움을 준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했을 때 그렇게 하기까지의 수고로움, 나를 도울 그 순간에 본인도 힘들었을 수 있다는 생각을 가장 먼저 한다. 그렇기 때문에 도움이 너무나 귀하고, 그 사람에 대한 감사함을 잊을 수가 없고, 잊을 수가 없기 때문에 갚게 되는 것이다. 저자는 엄마 품에 안겨 외출한 아기가 모르는 사람들의 귀여움을 독차지하듯 내게 다가오는 모르는 호의들을 모두 받아도 괜찮은 일이라고 말한다. 슬프지만 그렇게 하기엔 머리가 너무 커버린 듯 하다.


책을 다 읽고 나니, 너무나 경직되어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하루에 몇 번을 소리내어 웃을까? 하루에 몇 번을 아이같은 생각을 할까? 철이 너무 일찍 들어버린 나를 보면서 조금이라도 남아있을지 모르는 아이 세포를 깨워보자고 생각했다.


순수해지고 싶은 어른, 세상의 때가 묻었다고 생각하는 어른, 4-5살 정도의 아이를 키우고 있는 부모, 철없다는 이야기를 듣는 어른 등등 모든 어른이 읽어도 좋을 책이다. 우리, 아이로 돌아가는 연습을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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